한국일보

4억달러 구멍난 회사를 팔아 넘기려…

2012-09-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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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 (Arbitrage) ★★★★(5개 만점)

4억달러 구멍난 회사를 팔아 넘기려…

엘렌(수전 서랜든)과 로버트(리처드 기어)가 최우수 기업인상 수상 파티에 참석했다.

월가의 부도덕 투자가
리처드 기어 좋은 연기

인간성과 도덕성이 마모된 월가의 억만장자 투자전문가의 기만과 사기와 온갖 술수를 동원한 거래를 파헤친 월스트릿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도덕극으로 구성이 튼튼하고 각본이 빨래 비틀듯이 꽉 조여든 어른들을 위한 지적이자 재미 만점의 영화다.

월가의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아직까지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 온 나라가 시달리는 요즘 미국의 현실에도 부합하는 영화로 돈이면 만사가 OK이자 범죄와 부도덕과 비리에서도 도피할 수 있는 썩을 대로 썩은 머니 멘들의 이야기로 주인공 역의 리처드 기어의 연기가 벌써부터 오스카상 후보감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기어는 분명히 비도덕적이요 비인간적이자 교활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괴물인데도 어찌나 매력적이요 스무스한지 이 독사 같고 여우와도 같은 인간이 당연한 처벌을 받기보다 오히려 그가 궁지에서 빠져 나오기를 바라게 된다.

60세의 월스트릿 억만장자 투자 전문가 로버트 밀러(기어)는 자신의 소유 회사를 팔기 위해 거래를 추진 중인데 문제는 그가 투자를 잘 못해 회사의 장부상 자산 가치에서 4억달러가 모자라는 처지. 그는 이 구멍을 막기 위해 한 투자가로부터 돈을 빌려 장부상 임시 땜질을 했으나 이 투자가가 자기 돈을 돌려 달라면서 로버트는 모든 것이 폭로되기 전에 회사를 팔아치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뒤늦게 로버트의 딸이자 회사 회계 책임자인 브룩(브릿 말링)이 4억달러의 손실을 발견한다.

로버트가 시간에 쫓기면서 불안과 초조 속에 거래 상대자를 물색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스릴과 긴장감이 숨을 죽이면서 동아리를 튼다. 로버트는 속으로는 죽을 지경인데도 겉으로는 성공한 회사를 팔려는 사람처럼 의젓하고 자신만만하다.

이런 돈 문제를 다룬 중심 플롯에 로버트와 그의 정부 간의 관계라는 서브플롯이 개입하면서 영화는 약간 통속적인 색채를 갖춘다. 로버트의 정부 줄리(레티티아 카스타)는 고급 화랑을 운영하는데 수시로 로버트를 불러댄다. 로버트의 조강지처 엘렌(수전 서랜든)은 남편의 이런 부정을 알면서도 외면을 한다.

로버트가 칭얼대는 줄리를 차에 태우고 한밤에 교외로 차를 몰고 가다가 졸면서 사고가 나고 줄리가 죽는다. 그리고 로버트는 과거에 특별한 인연을 맺은 자신의 옛 운전사의 아들 지미(네이트 파커)를 불러내 차에 불을 지른 뒤 현장을 벗어난다.

이제부터 로버트는 회사 매매 문제와 자신의 범행 때문에 양면으로 시달리는데 그런 중에도 로버트는 표면적으로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이런 로버트 앞에 형사 마이클(팀 로스)이 찾아와 로버트와 줄리의 관계를 꼬치꼬치 캐묻는다. 마이클은 로버트가 줄리의 차에 동승했다고 확신하고 로버트를 집요하게 추궁하나 로버트가 이를 강력히 부인하자 가짜 증거까지 만들어 로버트를 잡아넣으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기어 외에도 조연진의 연기도 훌륭하고 촬영과 음악도 좋다. 지적으로나 감각적으로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영화다. 니콜라스 재레키 감독(각본). R. Lionsgate. 센추리시티15(888-AMC-4FUN), 모니카 4플렉스(310-478-3836), 선댄스 할리웃(323-654-2217) 버뱅크와 엔시노의 타운센터, 플레이하우스(패사디나)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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