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처녀들헌 가방에 숨어있던 원고뭉치의 비밀…

2012-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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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The Words) ★★★½(5개 만점)

처녀들헌 가방에 숨어있던 원고뭉치의 비밀…

표절작가 로리(브래들리 쿠퍼·왼쪽)가 원작자(제레미 아이언스)를 찾아가 사과하고 있다.

글·창작·표절 등을
다룬 문학적인 작품

글과 창작 그리고 성공과 표절 등을 다룬 문학적인 작품으로 명작이라기보다는 영화의 주인공이 쓴 인기 대중소설과도 같다. 훌륭한 배우들의 앙상블 캐스트와 약간 스릴러 분위기마저 갖춘 내용 그리고 말쑥한 모양새 등 보고 즐기기에는 충분하나 문학을 다룬 영화 치고는 깊이와 폭이 모자라는 점이 흠이다.

얘기 속의 얘기 그리고 그 안의 또 다른 얘기라는 3중 구조를 지닌 다소 피상적인 드라마로 영화 속 내용이 소설처럼 허구인지 아니면 사실인지 모르게 알쏭달쏭하게 엮어 놓아 우리의 추리력을 자극한다. 페이퍼백 인기소설을 읽는 재미가 난다.


영화는 베스트셀러 대중소설 작가 클레이턴 해몬드(데니스 퀘이드)가 자신의 신간 ‘말’을 뉴욕의 강당에 모인 독자들 앞에서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되면서 그 내용이 화면에 재현된다.

‘말’의 주인공은 뉴욕에서 애인 도라(조이 샐대나)와 함께 사는 성공하지 못한 젊은 작가 로리 젠슨(브래들리 쿠퍼). 그는 부지런히 글을 쓰나 매번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당해 좌절감에 시달린다.

이런 그를 격려하고 사랑하는 도라와 로리는 결혼해 파리로 신혼여행을 간다(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둘은 헌 물건을 파는 가게에 들렀다가 낡아빠진 헌 가방을 산다. 귀국해서도 로리는 글을 쓰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로리는 호구지책으로 출판사의 우편물 배달사원으로 취직한다.

로리는 어느 날 헌 가방을 뒤지다가 그 속에서 원고뭉치를 발견한다. 그것을 읽는 로리는 글에 반해 글을 자기 것처럼 옮겨 쓴다. 책의 제목은 ‘창의 눈물’. 이 글을 본 도라는 글을 로리가 쓴 것으로 알고 출판하라고 재촉한다. 주저하던 로리는 자기 회사의 편집인에게 글을 보여주고 책은 출판돼 비평가의 격찬과 함께 빅히트한다.

영화는 클레이턴의 낭독에 의해 묘사되는 로리의 삶과 함께 클레이턴과 그를 사모하는 아름다운 컬럼비아 대학원 문학도 다니엘(올리비아 와일드)과의 관계가 교차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다시 낭독으로 돌아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로리 앞에 노인(제레미 아이언스)이 나타나 원고의 주인이 자기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인은 자기가 그 글을 쓰게 된 과정을 로리에게 들려주면서 장면은 2차 대전 직후의 파리로 돌아간다. 노인의 얘기는 자신의 실제 경험이다.

미군으로 파리에 주둔한 젊은 남자(벤 반스)는 파리의 카페 여종업원 셀리아(노라 아네제데)를 첫 눈에 사랑해 둘은 결혼하고 딸까지 낳으나 딸이 사망하면서 셀리아가 그 충격으로 남편을 떠난다. 남자는 자신의 이같은 쓰라린 경험을 글로 쓴다. 그 후 둘은 재회하나 셀리아가 남편의 완성된 원고가 든 가방을 분실하면서 둘은 영원히 헤어진다. 아름답고 감상적인 노인의 얘기는 어느 정도 헤밍웨이의 글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얘기가 세 겹으로 감겨들면서 로리는 자기 얘기를 들려주고 사라진 노인을 찾아내 그에게 사실을 밝히고 저자를 당신이라고 밝히겠다고 제의하나 노인은 이를 거절한다. 영화는 올해의 문학상을 받는 장면으로 끝난다. 과연 클레이턴의 소설은 자신의 실제 얘기인가.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좋고 화면도 아름답다. 브라이언 클럭만과 리 스턴달 공동 감독(각본겸). PG-13. CBS Films. 일부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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