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탐험대 벤추라서 평온한 인디언 마을 발견

2012-09-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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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김의 길 따라 배우는 스패니시 [71]

LA의 북쪽 지역인 샌퍼낸도밸리 인근 지역의 세라노스(Serranos: 산악지역의 인디언들)의 환대를 받으며 사흘간의 휴식을 취했던 탐험대는 지금의 101번 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행군의 길을 지속했다.

1769년 8월14일, 마침내 그들은 해안가로 흐르는 강줄기 하나를 발견하였다. 인근에 평온하고 작은 인디언 마을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수천년의 세월을 대대손손 살아온 추마시(Chumash) 인디언 부족들의 터전이었다.

크레스피 신부는 곧바로 강가에 겨자씨를 뿌리고 이 지역을 미션지역으로 내정하였는데 그 후 13년이 지난 1782년에 가서야 주니페로 세라 신부가 이곳에 도착하여 미션 샌부에나벤추라(Mission San Buenaventura)를 건립했다.


지금의 벤추라 이름을 지을 당시 주니페로 신부는 이 이름을 13세기의 성자였던 샌타 보나벤추라(Santa Bonaventura:‘보나벤추라’는 ‘행운’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왔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그 라틴어를 영어 발음으로 세인트 보나벤처(St. Bonaventure)라고도 불린다.

성인들의 조각상과 함께 그 당시에 제작된 유명한 유화, ‘십자가의 정거장 거리’(Estaciones de Cruz)를 소장하고 있는 벤추라 미션은 엘카미노 리얼(El Camino Real) 중 1782년에 건축된 9번째 건축물이 되었다.

초창기의 이 미션은 벤추라 강의 물줄기로 작물의 농사가 잘돼 미션은 번영을 거듭하게 되었고, 벤추라 미션이라는 이름이 생기고 나서 그 이름을 따라 오늘날의 벤추라시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션 안에는 벤추라시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아치형 모양의 지붕 아래에는 작은 벽돌을 붙여서 만든 물탱크가 있는데 탱크 안의 물은 돌로 된 말머리 모양의 배수관을 통해 나오게 만들어졌었다. 그래서 이 물탱크는 ‘말’이란 뜻을 가진 스페인어인 엘카바요(el caballo)로 불리게 되었다.

나중에 큰 홍수로 배수로가 무너지고 더 이상 물탱크의 구실을 못하게 된 빈 ‘엘카바요’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현재는 아쉽게도 말머리 모양은 사라져 남아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초창기의 미션에서는 인디언들에게 스페인식의 교육을 강요하였고 인디언들의 전통문화를 금하였지만 벤추라 미션에서는 추마시 인디언 부족들에게 전통을 답습할 기회를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미션 안에 있는 분수에는 La Escultura del Oso(조각된 곰상이라는 뜻의 스패니시)를 볼 수 있는데 추마시 부족은 물론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모든 인디언 부족들에게 있어 가톨릭 성자보다 더 오랫동안 그들 부족과 함께 한 토템 신앙이었던 동물이 바로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상징인 회색 곰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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