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압매물, 싸다고 덜컥 사면 후회한다

2012-08-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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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 때 알아둘 단점들

10년 전만해도‘도덕적 해이’로까지 여겨지던 차압이 이제 일종의 주택 처분 수단의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전략적인 차압’이란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재정난에 빠진 주택 소유자들에게 차압은 더 이상 수치스런 일이 아니다. 한동안 주춤했던 차압 절차가 최근 제속도를 내며 다시 차압률이 늘고 있고 차압 매물이 다시 주택 시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차압은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지만 주택 구입자들에게는 절호의 투자의 기회다. 특히 부동산 투자자들은 마치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처럼 차압 매물이 나올 때마다 채가는 것이 주택 시장에서 일종의 추세다. 차압 매물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매물이나 숏세일 매물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 그러나 투자 때 항상 고수익에 고위험이 따르듯 차압 매물 구입 때에도 몇가지 단점이 따른다.

주택결함 · 이웃 문제 등 공개할 의무 없고
훼손 심하고 고장수리는 모두 바이어 몫
계약서 내용도 은행 측 이익 보장에 중점

◇ 감정 개입이 없는 거래
차압 매물 거래 때에는 바이어와 셀러간의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차압 매물의 셀러는 주택에 거주했던 개인이 아니라 주택을 이미 압류한 은행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 거래에서 셀러와 바이어 간 때로는 사소한 거래 조건을 두고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또 감정으로 풀기도 한다. 그러나 차압 매물 거래 때에는 이같은 일을 기대하기 힘들다.


은행 입장에서는 차압 매물은 하루라도 빨리 처분해야 할 부실 자산일뿐이다. 은행 측은 차압 매물을 바이어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거주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야 할 주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같은 이유로 거래 절차도 다소 ‘비인간적’일 수 있다. 오퍼를 제출한 뒤 은행 측의 답변을 들으려면 수주내지 수일을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주택 거래에서 셀러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바이어를 소개하는 편지 등을 오퍼와 함께 제출하기도 하는데 차압 매물 거래 때에는 전혀 부질없는 절차다. 차압 매물 거래시 때에는 심지어 리스팅 에이전트가 제출된 오퍼를 은행 측에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은행 측이 제작한 차압 매물 거래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에 단순히 오퍼 내용을 입력하고 이를 은행측 자산 관리 담당자가 검토해 수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차압 매물 거래 절차다.

◇ 주택 상태 공개 없이 거래 진행
일반 주택 거래에는 셀러가 주택 상태나 이웃 환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 셀러에게 알려진 결함이나 이웃의 문제로 주택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주택 거래 과정 중 바이어측에 의무적으로 전달해야하고 관련 서류를 ‘디스클로져’라고 부른다.

그러나 차압 매물 거래때에는 디스클로져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디스클로져 과정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가 없기 때문이다. 주택 상태를 알고 있는 직전 거주인은 이미 차압을 통해 소유권을 잃은 상태고 은행도 주택에 거주 사실이 없기때문에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차압 매물 구입 때 주택 상태 점검에 대한 바이어의 책임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같은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눈가리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차압 매물 을 구입한다면 일반 매물 구입보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우선 관할 시청을 통해 건축 관련 허가를 확인하는 작업에서부터 타이틀 관련 서류를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 등 주택 건물 상태 점검 외에도 해야할 일이 많아진다.

◇ 건물 상태 평균 이하
차압 매물의 상태가 일반 매물에 비해 불량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차압 매물이나 투자자가 차압 매물을 구입해 되파는 경우 리모델링을 거쳐 매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차압 매물의 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일부 차압 매물은 직전 소유주에 의해 고의적으로 파손되는 경우도 많고 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주택 시장에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 재정난에 처한 주택 소유주가 주택 관리를 적절히 하기 힘들고 은행 측에 불만을 품은 주택 소유주는 퇴거전 주택 시설을 떼어가는 경우도 많다.


주택 시설 중 일부가 분실됐거나 훼손된 경우 모두 바이어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낮은 거래 가격으로 보상받는 대신 고장 수리나 시설 설치 등은 모두 바이어의 몫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 결함에 따른 보상 없다.
차압 매물 거래시에도 일반 매물 거래와 마찬가지로 주택 상태를 점검하는 홈 인스펙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은 홈 인스펙션을 통해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차압 매물의 경우 은행측이 수리에 나선다거나 비용으로 보상해주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일반 매물 거래시 셀러 측과 재협상을 통해 수리를 받거나 크레딧 등으로 보상을 받는 것과는 큰 차이점이다. 차압 매물 거래가 현재 상태대로 구입하는 이른바 ‘애즈 이즈’(As-Is) 거래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차압 매물을 구입하는 바이어는 홈 인스펙션 절차에 심혈을 기울여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주택 시설별 전문 인스펙터를 고용해 집안 곳곳을 꼼꼼히 점검한다. 만약 직전에 실시된 홈 인스펙션 보고서를 구할 수 있다면 사전에 검토한 뒤 오퍼를 제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차압 매물의 경우 직전에 대개 일반 매물, 숏세일 매물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차압되는 경우가 많아 홈 인스펙션이 적어도 한차례 이상 실시됐을 가능성이 많고 에이전트를 통해 직전 홈 인스펙션을 구하도록 의뢰한다.
◇ 통상적인 거래 절차와 다르다.

차압 매물을 판매하는 은행측이 지역별로 통용되는 구매 계약서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자체 제작한 구매 계약서를 통해 주택 거래를 이끌어 간다. 은행 자체 제작 계약서는 은행측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각종 소송으로부터 은행 측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차압 매물 거래 절차도 일반 매물 거래 때적용되는 절차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차압 매물 거래 경험이 풍부한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은행 측이 작성한 주택 구매 계약서를 법률 전문인 등을 통해 검토를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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