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가 냉난방 수리·관리비 누가 내나

2012-08-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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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계약서 검토 안했다간 낭패

상가 냉난방 수리·관리비 누가 내나

아파트와 같은 일반 거주 빌딩이 아닌 상업용 건물에서 수리와 관리는 건물주와 입주자에게 책임을 나누기 때문에 임대 전에 이에 책임 한계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지붕·외벽까지 입주자에 비용전가 많아
입주 전 건물주와 책임한계 명확히 해야

장사를 한다고 바빠서 허둥대고 있는 데다가 날씨마저 더운 철에 냉방장치가 작동이 안 되게 되면 찾아온 손님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되고 매상도 떨어진다. 특히 마켓을 운영하는 경우는 냉동시설의 고장으로 아이스크림, 고기, 채소 같은 상품을 쓰레기로 확 뒤엎어 놓는 경우가 있다. 지붕에서 비가 새었을 경우에는 여러 입주자가 피해를 본다. 이러한 피해 보상은 누가 지불해야 하느냐? 임대 계약서에는 입주자가 수리하고 관리하라고 되어 있다. 무엇이 수리이냐 또는 관리이냐? 하는 문제들이 있다.

사 례


한인 김씨는 과거 미국식당 체인이었다가 문을 닫은 곳에 식당을 했다. 미국인 사업체 판매자와 한인 부동산 업자가 말하기를 고장난 주방 기구들은 모두 수리해 주겠다. 돈이 없으니 에스크로 끝난 다음에, 그 돈을 받아서 해 주겠다는 구두약속을 믿었다. 에스크로는 끝이 났는데도 수리는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가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면서 배를 내 민다. 건물주에게 하소연을 해 보았지만 건물주는 임대계약에 의해서 부동산 시설 수리 및 관리 책임은 입주자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장에 장사는 해야 하고, 고장난 것을 수리를 해야 했다. 배수관 공사하는데 6,000달러, 냉방시설(air condition) 교체하는데 2만5,000달러, 냉장고 및 주방기구 수리비용이 2만달러가 든다는 견적이 나왔다.

건물주는 “부속을 교체해 주지는 못한다. 임대계약서 보아라. 건물주 책임은 아니며 입주자 책임이다”고 발을 뺀다. 이런 와중에, 시청의 건물 검사원과 보건소 직원은 심심하면 나와서 보수 시정 명령서만 발부하고 영업정지 압력을 넣고 있었다. 장사는 해야 하는데 자꾸만 돈은 찔러 넣어야 하는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손님도 떨어져 나갔다. 결국 사업체는 문을 닫았다. 도저히 더 이상 끌고 갈 경제력이 없었다.

사업체 판매자와 부동산 업자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변호사 비용을 계속 지불할 수가 없어서 결국 약간의 피해 보상금으로 합의하고 말았다. 임대 계약상의 건물 관리 내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지금까지 고생해서 모은 돈을 몽땅 한 입에 털어 넣은 사건이 있었다.

임대계약서 검토 필수

사업체 임대를 할 때는 건물 관리에 대한 임대계약서 내용을 잘 검토해야 한다. 물론 아파트 입주자도 건물 관리내용에 대해서 주의해야 된다. 아파트 입주자에게는 법적으로 시설물의 안전, 건강을 보호해 주지만 상가 입주자는 자기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주거용 입주자는 사회생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흥정할 선택권도 없으며, 자기 주장을 펼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건물주인과 대등하게 맞서서 흥정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에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상가 입주자들은 사업을 할 정도의 사람이므로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주인과 대등하게 흥정할 수 있으므로 주인과 동등하게 취급한다. 상가 입주자는 입주하기 이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임대장소를 검사해야 한다. 건물 기구들이 작동을 제대로 하는가를 사전에 알아야 한다. 임대 결정을 한 이후에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임대계약서 대로 잘잘못을 따지기 때문이다.

미리 수리에 대한 책임 한계 결정


일반적으로 상가 임대건물 수리와 관리는 건물주와 입주자에게 책임을 나누어 두고 있다. 건물주는 임대물의 지붕, 외벽, 공동 구역(common area), 구조물에 대한 관리를 한다. 나머지는 입주자에게 모든 관리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천재지변에 대한 관리와 수리도 건물주가 한다. 건물주가 건축한 건물에 대하여 건물주가 모든 수리와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임대계약서에는, 지붕, 주차장, 건물구조물 수리 같은 것을 건물주가 하되 그 비용은 입주자에게 지불하라고 해둔 계약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건물주가 설계하여 공사했는데도 지붕, 외부 벽, 외부 복도에 대한 수리와 관리도 입주자가 하도록 해둔 계약도 있다. 입주자가 건물 설계를 안 했고 시공도 안 했으며 냉난방 또는 다른 시설들이 낡아빠진 것을 교체해 주기 위한 자선사업가도 아니므로 입주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해야 한다.

입주자는 관리나 교체 비용이 100~200달러 이하 되는 것만 책임을 지되 그 이상 되는 것은 건물주가 책임지라고 계약을 해 두어야 한다. 특히 수리업자가 교체를 요구했을 때는 건물주가 부담하도록 해야 된다.

입주자는 관리 및 수리에 대한 책임 한계와 품목 그리고 가격을 결정해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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