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영화사“중국의 할리웃 물먹이기 못참아”

2012-08-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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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지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동시 개봉 결정에 못마땅
WB, 개봉 철회할수도 엄포

중국의 할리웃 영화에 대한 물먹이기 작전이 계속되면서 할리웃 메이저 중 하나인 워너브라더스가 재정적 유혈을 각오하고 이에 강력 대응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최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내 영화의 개봉일자를 결정하는 중국 관영 영화배급사인 차이나 필름그룹(CFG)이 2편의 할리웃 블락버스터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지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오는 30일에 동시에 개봉하기로 하자 ‘다크 나이트’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가 이에 강력한 불만의 뜻을 표시하고 이런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CFG에 대해 로비를 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만약에 CFG가 두 영화를 예정대로 동시에 개봉할 경우 워너브라더스는 수천만달러의 손해를 보고서라도 영화를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FG의 이런 결정은 같은 장르의 두 영화를 동시에 개봉해 서로 제 닭 잡아먹기 식으로 흥행에 흠집을 내자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CFG는 둘 다 가족용 입체영화인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 콘티넨탈 드리프트’와 유니버설의 ‘로랙스’도 지난 27일에 동시에 개봉토록 결정한 바 있다.

이런 조치는 미국 영화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국산 영화가 팬들로부터 외면을 당하자 당국이 미국 영화에 대해 손을 보고 있는 것. 올 상반기 중국 내 극장 총수입 액 12억5,000만달러 중 미국 영화 점유율은 63%나 되는데 당국은 중국 영화가 이렇게 빅히트를 못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올 상반기 흥행 수입 영화들은 모두 미국 영화들로 제1위가 입체영화 ‘타이태닉’(1억5,400만달러)이며 다음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1억200만달러)과 ‘어벤저스’(9,000만달러) 순이다. 미국서 흥행에 참패한 ‘배틀 십’도 5,000만여달러를 벌었다.

한편 할리웃의 불평에 대해 CFG의 대변인은 “두 영화를 같은 날에 개봉하는 것은 1년 중 가장 바쁜 달인 7월과 8월에 여러 편의 영화가 나오면서 생긴 일일 뿐”이라면서 최근에 2편의 중국영화 ‘커트 인 더 웹’과 ‘채색된 피부: 부활’도 같은 날에 개봉된 사례를 들면서 할리웃이 엉뚱한 추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영화시장은 매우 경쟁이 치열해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 “1주일에 7~8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여름철에 어느 한 영화가 경쟁작 없이 혼자 개봉되는 경우는 극히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어 영화의 수입 편수를 20편으로 제한해 오다가 최근 35편으로 늘려 할리웃의 메이저들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첫 번째로 흥행수입이 높은 해외시장이 된 중국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흥행 총 수입은 20억달러로 올해는 이 액수가 3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CFG가 미국 영화를 견제하는 것은 반드시 흥행수입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식 가치관을 제고하려는 중국의 공산당으로선 국민들이 자국의 제품을 무시하고 외국 영화를 더 선호는 것이 매우 우려되고 당황스런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당국은 미국 영화에 대해 비공식적인 ‘블랙아웃’(정전) 작전까지 사용하고 있다. ‘블랙아웃’은 영화의 성수기인 여름에 일정기간 미국 영화 개봉을 허락하지 않는 물 먹이기 작전. 이렇게 해서라도 국산 영화에 손님을 끌어 모으자는 고육지책이다.

일례로 CFG는 지난 6월19일 픽사의 만화영화 ‘브레이브’의 개봉을 허락한 뒤로 다음 미국 영화인 ‘트와일라이트 사가: 브레이킹 던-제1부’의 개봉을 지난 25일에야 허락함으로써 1개월이 넘도록 미국 영화의 상영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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