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사기 너무 힘들다”아우성, 왜?

2012-08-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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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기 불구 거래부진 현상

매물부족에 괜찮은 집 나오면 오퍼 밀려
차압도 큰 폭으로 감소 공급부족 부추겨
자금력 뛰어난 전문 투자자들만‘승리’

주택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할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가 다소 부진하다. 6월 중 주택구매 계약지수는 예상을 깨고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주택거래가 기대만큼 활발히 성사되지 않고 있다. 집을 사려는 구매자가 늘고 있음에도 이처럼 주택거래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팔 집’이 모습을 감추고 있어서다. 일선 업계에서는 매물이 없어‘집 사기’가 너무 힘들다는 에이전트들의 아우성이 많다. 매물부족 현상으로 인해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덕분에 셀러들은 행복한 고민 중이다.

■이제 다른 집 보여주세요
매물부족 현상으로 괜찮은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오퍼가 쏠리는 현상이 남가주 이 곳 저 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부 에이전트는 리스팅 에이전트로부터 오퍼가 너무 많으니 다른 집을 보여주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다.


LA 인근지역에 이 매물이 처음 나온 시기는 약 5개월 전. 숏세일 매물이지만 한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 매매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대로 약 3개월만에 은행 측의 숏세일 승인을 얻어 에스크로를 시작했다. 그러나 에스크로가 약 2달만에 취소되면서 최근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매물이 다시 나온 시기가 마침 여름철 성수기와 겹치면서 바이어들의 관심이 폭주했다. 바이어들은 지난 5개월간 마치 이 매물이 다시 나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리스팅 에이전트에 따르면 매물이 다시 나온 지 하루 만에 무려 8건의 오퍼가 제출됐고 리스팅 가격을 웃도는 오퍼, 현금구매 오퍼 등도 수두룩했다. 이제 집을 보여주겠다는 에이전트들에게 ‘다른 집을 보여 주세요’라고 말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 리스팅 에이전트의 행복한 고민이다.

바이어들의 구입경쟁이 셀러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LA 동부지역 나온 매물도 나온지 일주일도 채 안 돼 6건 이상의 오퍼를 받았다. 역시 리스팅 가격을 웃도는 오퍼는 물론 현금구매 오퍼가 포함됐다. 셀러는 이들 오퍼 중 한 건을 선택하는 대신 가격을 조금 올려 카운터 오퍼를 보내며 바이어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사라진 차압매물
주택시장 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차압매물의 숫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매물부족 현상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동산 투자자나 저렴한 가격대의 매물을 찾는 구입자들의 수요를 충족해 주던 차압매물이 줄면서 전반적인 매물 공급량도 감소추세다.

특히 최근 차압신청이 증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압매물은 늘지 않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만해도 약 81만7,500채 수준이던 차압매물이 불과 1년 만에 약 63만채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차압매물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주택가격 흐름을 주시하며 차압매물 공급 시기를 조절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차압보다는 비용이 덜 드는 숏세일을 통해 부실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거나 모기지 연체 대출자들을 융자 재조정 등으로 유도해 부실 자산이 매물화 하는 현상도 점차 줄고 있다.

매물부족 현상이 빚은 구입경쟁에서 쓴 잔을 마신 구입자들은 신규주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주택 판매량은 6월 중 다소 실망스런 수준이었지만 전달인 5월에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약 36만9,000채(연율 환산)를 기록한 바 있다. 차압매물 및 재판매 주택 재고량 감소로 주택건설 업계가 호황을 맞을 기회를 얻고 있다.

■셀러 ‘나중에 팔자’
매물부족 현상의 한 축에는 셀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격을 내려서라도 집 팔기에 급급했던 셀러들이 올해는 다소 느긋한 자세로 시장상황을 관망 중이다. 지난해 말 집을 한 차례 내놓았다가 바이어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중국인 셀러 A씨는 올해 여름방학 직후 다시 집을 내놓았다.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어 치노시에 보유한 집을 팔고 대학 인근으로 이사할 목적으로 집을 팔 계획이다.

나온지 약 2주만에 약 10명 이상의 바이어들이 집을 보고 갔고 그 중 한 명은 오퍼를 써서 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퍼 금액은 셀러가 기대했던 금액에 조금 못 미쳐 결국 거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도 A씨는 조급해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여름철이 지날 때까지 집을 못 팔면 자녀들이 통학에 불편을 조금 감수하더라고 집값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린 뒤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계획이다.

리얼티트랙의 글렌 켈멘 대표는 “일반매물을 보유한 셀러들 중 다수가 약 2년만 더 기다리면 주택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확신하는 셀러가 많다”며 “매물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건설 업체들이 매물부족 현상에 따른 혜택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프루덴셜 캘리포니아의 얼 리 대표도 “현재 전국적으로 매물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확연하다”며 “신규주택 착공 실적이 연 평균 약 150만채 수준을 이뤄야하는데 과거 8년간 연평균 약 50만채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매물부족 현상을 지적했다.

■투자자, 진정한 승자
매물부족 현상 속에서도 투자자들의 구매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투자자들이 활발한 주택매입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자금 동원력이 일반 구매자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택구입 경쟁에서 투자자들이 일반 구매자들을 밀어내고 매물을 독식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에 따른 일반 구매자들의 주택구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약 21%에 불과했던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은 해를 넘기며 약 23%로 증가하는 등 투자자들의 주택구입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제드 스미스 NAR 디렉터는 “임대료가 상승 중이고 주택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구입활동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형 투자기관들도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주택매물 구입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을 매물부족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가주의 한 사모펀드는 4억달러를 투자, 임대 및 투자목적으로 10만~15만채의 주택을 내년 말까지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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