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년간 모은‘페니’로 마지막 페이먼트‘감격’

2012-07-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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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서추세츠주 데이글의 사연 화제

동전 중 가장 작은 단위인 페니로 모기지 대출을 갚은 사연이 블룸버그뉴스에 실려 화제다. 한국에서는 가끔 은행 측에 불만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전을 자루째 예금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번 사연은 은행 측도 감동한 훈훈한 사연으로 전해진다. 또 최근 단기간에 집을 사고팔며 차익을 남겨보려는 주택 매매가 많은데 비해 30년간 꾸준히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아 나간 사연도 감동적이다.

매서추세츠주의 작은 도시 밀포드에 거주하는 토머스 데이글은 자신의 대출은행인 밀포드 세이빙스 앤 론 어소시에이션 측에 최근 마지막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인 620달러를 페니 6만2,000개로 납부하고 뿌듯한 마음을 품게 됐다. 페니 6만2,000개의 무개는 자그마치 약 400파운드가 넘는 것으로 데이글은 군용 철제상자를 이용해 페니를 담아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글이 페니로 마지막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아내 샌드라와 모기지 대출서류에 서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길바닥에 떨어진 페니를 보게 된 것. 데이글은 이때 ‘페니가 우리 모기지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라고 속으로 생각한 뒤 아내에게 약속 하나를 했다. 마지막 모기지 페이먼트를 페니로만 납부하겠다고. 아내는 콧방귀를 뀌고 말았지만 이때부터 데이글의 약속은 수십 년간 이 집안의 진지한 농담으로 전해 내려오게 됐다.


데이글은 집안 복도에 작은 그릇을 갖다 놓고 페니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쿼터와 니클 등은 커피를 사는데 쓸 수 있지만 페니는?”이라고 말하며 가족들을 설득, 페니 수집을 독촉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페니 수집을 즐거워해 곧 작은 그릇들로만은 페니 저장이 충분치 않게 됐다. 데이글은 오렌지주스를 담은 유리병으로 용기를 바꿨고 이후 포도를 담는 나무상자를 이용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페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무상자 바닥이 터지는 바람에 보다 튼튼한 군용 철제상자로 최종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데이글은 페니를 수집하는 동시에 주말마다 시간을 내 페니 정리에도 나섰다. 페니를 50개 단위로 추린 뒤 종이로 포장하는 작업이었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도 정리작업에 나서면서 일종의 가족단위 작업이 됐다. 데이글은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에게 매우 특별하고 즐거운 프로젝트였다”며 “지금도 길을 가다 바닥에 떨어진 페니를 보면 페니 작업을 하던 그때가 곧바로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데이글이 페니로 마지막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은 날은 부부의 35번째 결혼기념일로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부부가 페니를 은행에 운반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모두 합치면 400파운드가 넘기 때문에 데이글은 우선 무게를 분산해 자신의 SUV 차량에 실었다. 수많은 페니로 납부할 경우 은행 측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전혀 없었다. 동네 토박이인 데이글은 10세 때부터 은행의 고객이었다. 어릴 때 은행 마당 잔디를 깎고 받은 돈을 은행에 예금하면서 관계를 쌓기 시작했고 지금은 안경사로 일하며 은행 직원들이 자신의 고객이다. 은행 측은 데이글로부터 받은 페니의 포장지를 제거하고 계산하는데 만 이틀이 걸렸지만 결국 데이글이 1센트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금액을 가지고 온 것을 확인했다. 부인과의 작은 약속을 실천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데이글은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한다. “페니를 수집하는 일은 이제 그만할 것”이라는 데이글은 “이제부터는 손자들을 ‘수집’하고 싶다”고 여생을 즐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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