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0개월치 식량
중력있는 화성 조리 가능해
피자 등 특수 레서피 개발
우주여행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 건물 안 한편에서 흰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재료를 젓고, 섞고, 분량을 재고, 솔질하고, 맛보며 요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2030년 화성여행을 위한 신 메뉴 만들기. 신 메뉴는 화성탐사에 참여할 우주비행사 6~8명의 건강과 기분을 좋게 유지해줘야 한다.
메뉴의 종류도 다양하게 마련돼야 한다. 게다가 화성까지 가는 데 6개월, 화성에서 머무는 기간 18개월, 다시 돌아오는 데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메뉴를 개발하는 일은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록히드마틴의 상임연구원인 마야 쿠퍼는 이 어려운 작업을 이끌고 있다. 쿠퍼는 “화성은 너무 멀어서 국제우주정거장에 하는 것처럼 6개월마다 음식을 보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우주비행사들에게는 사실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어 왔지만 전부 유통기한이 2년인 냉동건조식품이었다. NASA는 화성에 약간의 중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화성의 우주비행사들이 미리 조리된 음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먹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기압이 지구와 다르지만, 압력솥을 이용해 물을 끓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수중재배법’을 제시했다. 우주비행사들이 흙 대신 무기질이 첨가된 물속에서 채소와 과일을 길러내 지구에서 가져온 향신료와 견과류와 함께 요리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벌써 100가지 조리법을 개발했는데 신 메뉴 중에는 치즈 없이 당근, 고추, 버섯, 양파, 땅콩과 매콤한 소스가 가미된 태국식 피자도 있다. 유제품이나 육가공품은 화성에 가져갈 만큼 오래 보관할 수 없어 조리법은 모두 채식으로 마련됐다.
쿠퍼의 연구팀은 조리법 개발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확실치 않아 기존의 우주 음식과 비슷한 포장 메뉴도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포장 음식의 유통기한이 2년이기 때문에 이를 5년까지 늘려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연구팀 앞에는 ‘예산 제약’이라는 큰 장벽이 놓여 있다.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미국과 유럽이 공동으로 준비하던 2016년 화성 로봇탐사가 취소됐고, NASA의 나머지 예산도 삭감됐다. NASA의 음식기술개발 프로젝트 연구원 미셸 페르초노크는 “화성 메뉴를 개발하는 데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00만달러 수준이며 NASA의 2012년 전체 예산은 170억달러 이상”이라며 “화성 탐사가 10~15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면밀하고 결정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