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의 전함’박물관 변신 시민품으로

2012-07-13 (금)
크게 작게

▶ ‘USS 아이오와호’ 샌피드로항에 영구정박

한국전 맹활약 등 50년 간 세계의 전장 누벼
루스벨트 대통령 욕조·빅건 등 볼거리 풍성

2차 세계대전 기록영화를 보면 바다에서 엄청난 화염을 토해 내며 포탄을 쏘아대는 거대한 포를 가진 전함의 활약상을 기억할 것이다. 어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포구만 봐도 함포(‘빅건’이라고도 한다)의 가공할 위력을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50년 넘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각종 전투에 참가했던 미 해군력의 상징 USS 아이오와호가 현역에서 은퇴한 뒤 개보수 작업을 마치고 마침내 샌피드로항에 마지막 닻을 내렸다. 전함이 아닌 해상박물관으로 지난 7일부터 일반에 문을 열면서 LA의 새로운 명소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USS 아이오와호는
1940년 건조됐지만 실제 전투에서 가공할 화력을 자랑한 것은 4년 뒤의 일로 1944년 2월16일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 해군기지가 있던 캐롤라인 아일랜드 지역에서 취역 후 첫 함포를 발사, 순식간에 일본 군함을 수장시켜 버렸다.


길이 270미터, 높이 32미터, 총배수량 5만8,000톤인 이 전함은 당시 1억1,000만달러(현재 비용으로 계산하면 25억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 건조됐다.

이 전함의 상징은 바로 3문이 한 쌍으로 전면 두 개, 후면에 한 개가 배치된 16인치 주포. 9문의 이 거대한 빅건들이 불을 뿜으면 타격지점은 한 순간에 초토화가 돼 버린다. 2차 대전 당시 같은 성능과 크기를 가진 전함이 아이오와 외에 뉴저지, 미주리, 위스콘신 등 총 4척이 건조돼 전쟁터를 누볐다.

2차 대전 후 아이오와호는 한국전쟁에 참전, 원산과 청진 등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북한군을 괴멸시키거나, 주요 거점들을 타격했다. 이후 냉전 때도 오대양을 누볐던 이 전함은 무기 현대화에 따라 기존 빅건 외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등 첨단무기들로 무장을 강화하는 등 변천을 거듭하다 2006년 퇴역했다.

아이오와는 불행하면서도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1989년 폭발사고가 발생, 병사 47명이 사망해 전시가 아닌 때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대통령의 전함
아이오와 전함은 ‘대통령의 전함’(Battleship of Presidents)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3년 테헤란에서 요제프 스탈린, 윈스턴 처칠, 루스벨트 등 이른바 연합국 정상들이 회동할 때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호에 탑승해 대서양을 건넜다. 당시 아이오와호는 대통령을 위해 선실에 욕조를 설치했으며 대통령의 욕조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미국 해군함정 가운데 욕조가 설치된 배는 아이오와뿐이다. 이 인연으로 아이오와는 퇴역할 때까지 이 영예로운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 LA로 오기까지
유명한 배들은 그 자체의 역사성과 희소성 때문에 많은 시들이 유치경쟁을 벌인다. 소중한 관광자원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아이오와호 역시 2006년 퇴역한 뒤 해상박물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 결정되자 LA와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조선업이 유명한 도시 바예호와 경합을 벌인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유치로 선상에서만 일자리 100개가 생기고, 연간 45만명이 전함을 보러올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10년 동안 2억5,0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돌아보기
전함인 만큼 내부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선 갑판 위에서 샌피드로항을 배경으로, 그리고 빅건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가면 함장실을 비롯해, 대통령이 머물렀던 시설, 주포를 움직였던 공간과 포탄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 현대전에 맞춰 무장했던 미사일 등 첨단무기들이 배치돼 있는 곳들도 살펴볼 수 있다. 이밖에 전함 박물관 등 다양한 전시실도 마련돼 있다.

■ 기프트 샵
전함에는 방문객들이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프트 샵이 마련돼 있다. 아이오와 글씨가 새겨진 모자를 비롯해 티셔츠, 전쟁 역사 사진 모음집 및 DVD 등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해 놓고 있다.

▲개장시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권 매표소는 오전 9시부터 4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권 요금
•당일 입장권: 성인 18달러, 어린이 및 청소년(6~17세) 10달러, 시니어(62세 이상) 15달러
•1년 가족 멤버십: 85달러(4인 기준)

▲가는 길
•LA에서
110번 프리웨이 남쪽 방향 샌피드로 쪽으로 가다 캘리포니아 국도 47번 N도로(Sea Side 프리웨이)로 갈아 타 빈센트 토머스 브리지/터미널 아일랜드 쪽으로 간다. 곧바로 만나는 하버 블러버드에서 내려 우회전, 1가에서 우회전하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405번 프리웨이를 이용할 경우 남쪽 방향으로 내려오다 110번 프리웨이 남쪽 방향으로 갈아탈 수 있다. 110번과 47N 도로에 ‘배틀십 아이오와’(Battleship Iowa)란 표지판이 있어 운전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에서
405번 북쪽으로 올라오다 110번 남쪽으로 갈아탈 수 있고, 91번을 타고 서쪽으로 올 경우 110번에서 남쪽으로 갈아타면 된다.

▲주소
Pacific Battleship Center USS IOWA BB-61
250 South Harbor Blvd. San Pedro, CA 90731

▲홈페이지: http://www.pacificbattleship.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