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상황에 딱 들어맞아야‘좋은 집’

2012-07-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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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살 때 고려사항들

주택 시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많은 지역에서 복수 오퍼 현상이 재등장했다. 여러 명의 바이어가 한 집에 몰려들면서 오퍼 제출 후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바이어도 이제 흔해졌다. 오퍼 수락에 몇 번 실패하다 보면 매물을 고르는 눈을 저절로 낮추게 된다. 막 나온 매물에 오퍼를 제출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매물조건을 따지는 일은 뒷전으로 미루다보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할 수도 있다. 집을 보러 다니기 전 자신에게 적합한 매물의 조건을 어느 정도 정리해 두면 이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자신의 매물조건에 맞지 않는 매물에 아무리 많은 바이어가 몰려들어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좋은 매물’이라고 불리는데 적합한 조건들을 소개한다.

취학연령 있으면 학군·범죄율 등 고려
다가구 땐 유닛 위치따라 재판매 유리
직접 발품 팔아 이웃들 성향도 파악을

■입지 조건


미국에서는 흔히 ‘로케이션’이란 단어가 입지조건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집을 찾을 때 ‘로케이션, 로케이션, 로케이션’이란 말을 흔히들 한다. 세 번이나 반복되는 것을 보면 로케이션 조건이 그만큼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건물조건이 형편없는 주택이라도 좋은 학군, 쾌적한 주거환경을 지닌 지역에 옮겨다 놓으면 가치가 오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마음대로 옮길 수 없는 법. 따라서 집을 보러 다닐 때 입지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군 조건

학군이 우수한 지역의 주택은 시세 하락의 영향을 덜 받는다. 좋은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바이어나 테넌트의 수요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학군이 괜찮은 지역은 매물도 잘 나오지도 않아 항상 공급은 부족한 대신 수요는 대기 중인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따라서 주택경기가 한산해도 주택처분에 대한 염려를 덜 수 있어 좋다.

■건물 위치

단독주택의 경우 대지 내에서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위치가 중요하고 콘도나 타운 하우스라면 단지 내에서 해당 유닛의 위치가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교통량이 많은 길가에 위치한 주택은 일반적으로 비선호 대상인 반면 ‘막다른 길가’(cul-de-sac)의 주택은 비교적 인기가 많다.

한 건물에 여러 채의 유닛이 함께 있는 콘도의 경우 건물 내에서의 위치가 중요하다. 내부시설이 우수해도 건물 중간 유닛과 끝 쪽 유닛을 선호하는 바이어가 다르다. 건물의 위치가 당장 사는데 별 불편함이 없더라도 미래에 집을 처분할 때 비선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집을 볼 때 건물의 위치도 함께 고려한다.


■범죄율

겉보기에 평안한 지역이라도 반드시 범죄율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 성범죄 관련 범죄율과 전과자 거주지 현황 등을 확인해야 안심할 수 있다. 최근엔 각 지역 경찰국 웹사이트를 통해 지역별 범죄현황 등을 간단히 제공받을 수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면 경찰국을 직접 방문해 문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주의 경우 집을 사고 팔 때 셀러 측이 성범죄 전과자 거주현황을 반드시 공개토록 의무화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관련 웹사이트인 ‘www.meganslow.
co.gow’에서 해당 주소지를 입력하면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 거주지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 ‘도보 용이도’(Walkability)

앞으로 집을 보러 다닐 때는 도보 용이도도 함께 살펴봐야 할 항목이다. 최근 들어 도보 용이도에 대한 강조가 자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보 용이도란 샤핑센터, 병원, 도서관, 대중교통 시설 등의 편의시설까지의 도보가 얼마나 용이한 가를 측정하는 기준이다.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부동산 관련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주소지의 도보 용이도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도보 용이도를 측정하는 웹사이트로 ‘워크스코어’(www.walkscore.com) 등이 있다.

■이웃 성향

이웃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웃의 성향에 대한 정보는 자료화된 것이 없기 때문에 직접 방문해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대낮에는 물론 야간에도 집이 위치한 동네를 찾아가 이상 징후가 없는지 살펴본다. 혹시 야간에 출퇴근 차량이 많다면 저녁 휴식시간이나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낮에는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주차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가능하면 시간대 별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이웃 성향을 파악하는 데 좋은 방법이고 인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적절한 방법이다.

■건축관련 규정

요즘 가격은 저렴한 대신 수리가 요구되는 급매성 매물이 많다. 흔히 조건이 안 좋은 매물을 ‘픽서 어퍼’(fixer-upper)라고 하는데 픽서 어퍼 매물을 구입하기 전 해당 시의 건축관련 규정을 알아보는 것이 우선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증축이나 대규모 개조공사를 계획한다면 시에서 이를 허가하는지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미래 가치

현재 구입하려는 주택의 가치가 미래에도 유지될지 여부를 가늠해 본다. 이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얻기 힘들겠지만 지역적으로 주택가격 동향과 지역경제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자가 진단 후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자신의 주택처분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단기간에 주택을 처분해야 할 것 같다면 굳이 집값이 하락세인 지역으로 입주할 필요가 없겠다. ‘질로우닷컴’(www.zillow.com)이나 ‘트룰리아닷컴’(www.trulia.com) 등 주택매물 검색 사이트에서는 시별 단위로 주택가격 동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타 관리비용

재산세, 주택소유주협회(HOA) 비용이 너무 높아도 미래에 집을 팔 때 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HOA가 늘고 있고 이로 인해 HOA 비용도 인상 추세여서 HOA가 적용되는 주택을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재산세의 경우 카운티 별로 세율이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된 단지의 경우 개발비용의 일부를 특별세 명목으로 징수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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