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궁, 우리역사의 숨결 속으로

2012-07-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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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방문 길 가볼 만한 `5대 궁궐’

▶ 경복궁 제모습 복원 옛 위용 그대로

조선왕조 500년의
문화 간직한 자태
잔잔한 감동 경험

사극 드라마들이 잇달라 인기를 얻으면서 조선왕조와 당시 주요 인물들의 활동 배경인 조선의 궁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국의 궁궐은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 영국의 버킹엄궁 부럽지 않은 수려한 자태와 위용을 뽐내며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의 5대 궁궐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으로 불리던 덕수궁, 그리고 경덕궁으로 불렸던 경희궁으로, 각 궁궐마다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해마다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자녀와 함께 꼭 들러보자. 뿌리교육과 함께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 조선왕조의 궁궐 이야기
한가로운 후원 연못 위에 우아한 모습을 드러내는 부용전, 남성적이면서도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경회루를 보고 마음을 빼앗긴 일이 있을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궁궐 속 건물들은 그 속에 깃든 역사를 알고 살펴보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선조들과 함께 숨 쉬는 듯한 감동을 얻게 된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뒤 수도를 한양으로 옮겨 1394년 경복궁을 세웠다. 조선 최조의 궁이자 정궁인 셈이다. 조선의 3대 왕인 태종은 1405년 경복궁의 동쪽에 창덕궁을 지었다. 이때부터 정궁 경복궁과 이궁 창덕궁의 양궐 체제가 확립된 것이다.

성종 때 이르러서는 세조비 정희왕후와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등 세 명의 대비를 위해 창경궁을 세웠는데, 창경궁은 창덕궁 옆에 위치하면서 창덕궁의 부속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해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이 모두 불타 없어지면서 선조에 의해 창덕궁이 재건되며 창경궁은 1616년에 복원된다. 창덕궁은 이후 1868년 흥선 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중건될 때까지 정궁으로 사용된다.

덕수궁은 원래 경운궁이라는 이름으로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임시로 거처하는 행궁으로 사용했으며, 1897년 고종이 이곳을 새로운 궁으로 택한 뒤 이곳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경희궁은 원래 경덕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인덕궁과 함께 광해군이 즉위한 뒤 지어졌다. 광해군이 왕위에서 쫓겨난 이후에는 인덕궁은 헐리고 경덕궁은 이궁으로 사용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거의 훼손되었다. 경희궁은 1987년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었으며 2002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 경복궁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 답게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북으로는 북악산(당시 이름은 백악산)이,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는 육조 거리가 펼쳐진 한양의 중심지라 할 수 있었다.

입장료가 덕수궁이나 창경궁에 비해 비쌌지만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화려하고 다양하다. 경복궁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뒤 270여년 동안 방치되다 1867년 흥선 대원군에 의해 500여개 건물들이 들어선 웅장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 90% 이상의 전각이 헐리고 조선총독부 청사가 들어서면서 궁궐 자체를 가려버리는 등 궁역이 크게 훼손되었다. 다행히도 1990년부터 복원사업이 시작돼 2010년 광화문까지 원형 복원되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과 영제교, 근정문을 지나면 경복궁의 으뜸 전각인 법전 근정전이 나온다. 궐 안에서 가장 장엄한 중심 건물로서 왕의 즉위식이나 혼례식, 문무백관들의 조회, 외국 사절의 접견 등 나라의 행사를 치르던 곳으로 우리 눈에도 친근한 곳이다.

왕실의 생활이 묻어 있는 왕의 침전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에서는 실제 왕과 왕비가 생활하던 방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교태전 뒤에는 아미산이라는 왕비의 후원이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다. 경복궁의 자랑으로는 향원정과 경회루를 빼놓을 수 없다. 향원정은 향원지라는 네모난 연못 가운데 위치하며 남쪽으로 다리와 연결돼 있다.

경회루는 왕이 신하들과 큰 연회를 즐기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누각으로 아름답고 웅장한 건축 미학의 절정이라 불린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3,000원이며, 대중교통은 서울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혹은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에 도착하려면 5호선 광화문역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자세한 내용: http://www.royalpalace.go.kr/html/main/main.jsp

창덕궁의 `후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동물원 있던 창경궁 일제시대 상처 씻어
도심속 쉼터 덕수궁 호젓한 데이트코스

■ 창덕궁과 창경궁
1405년 태종시절 완공된 창덕궁은 임진왜란 등 많은 재앙을 입으면서도 여러 건물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왔다.

후원인 비원을 비롯해 다른 부속건물이 비교적 원형으로 남아 있으며,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경복궁의 이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경복궁의 동쪽에 위치, 창경궁과 더불어 동궁이라고 불리다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담당했다.

창덕궁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들이 산자락을 따라 골짜기에 안기도록 배치됐다는 점이다. 또한 창덕궁 후원은 아름다운 정자와 수목 등이 자연과의 탁월한 조화를 자랑하며 신비스러우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리 티켓을 구매한 100명에 한해 입장이 가능한 곳으로 외부인의 입장이 까다로운 만큼 옛날 옛 선조들의 숨결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연꽃 연못이라는 뜻의 부용지의 부용전은 배면 한 칸은 연못에 떠 있는 수중누각으로 정원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안타깝게도 6월 현재는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애련정이 자리 잡고 있는 애련지와 옥류천 정원 등은 비원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곳이다.

성종이 세조비 정희왕후와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 명의 대비를 위해서 세운 창경궁은 창덕궁과 연결되며 동궐이라 불렸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된 후 1616년에 복원되지만 일제에 의해 가장 크게 훼손되는 비운의 궁궐이었다.

일제는 궁 안의 전각들을 모두 헐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 이름까지 창경원으로 격하시켰다. 이후 1984~1986년 동물원과 식물원 등이 철거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조선왕궁 법전 중 가장 오래된 명성을 자랑하는 명정전과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 1909년 지어진 최초의 서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도 이색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입장료는 창경궁 성인 1인 1,000원, 창덕궁은 3,000원 비원은 5,000원이다. 대중교통은 창덕궁은 서울시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창경궁은 4호선 혜화역이나 1, 3, 5호선 종로 3가 역을 이용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
창덕궁: http://www.cdg.go.kr/main/main.htm
창경궁: http://cgg.cha.go.kr/n_cgg/index.html

■ 덕수궁 & 경희궁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 내 유명한 데이트 코스다. 덕수궁은 경복궁처럼 웅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궁 안에 녹음이 우거지고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등 운치 있는 도심 속의 휴식처로 인기가 높다.

원래는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저택이었던 곳으로,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이 전소되자 1593년부터 선조의 임시거처로 사용되었으며 경운궁이라 불리게 됐다. 하지만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킨 일본은 경운궁의 칭호를 덕수궁으로 바꿔 부른다.

덕수궁에는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시며 외교사절들과 연회를 즐긴 장소로 알려진 정관헌, 대한제국의 서양식 석조건물인 석조전 일원 등이 있다.

경희궁은 임진왜란 직후 광해군에 의해 지어진 궁궐이다. 창덕궁과 창경궁이 동궐로 불렸다면 경희궁은 서궐로 불렸다.

원래 100여개의 건물이 있는 궁궐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거의 훼손되었으며, 현재 정문인 흥화문과 정전인 숭정전, 황학전이 현존하고 있다. 복원 이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지만 경복궁이나 다른 궁에 비해 관람객이 적어, 한적하면서 조용하게 우리 궁궐 건물의 아름다운 능선을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다.
입장료는 경희궁은 무료, 덕수궁은 성인 1인 1,000원이다. 덕수궁은 서울시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시청역에서 도보거리에, 경희궁은 5호선 광화문역이나 3호선 경복궁역에서 도보거리에 위치한다.

• 자세한 내용:
덕수궁: http://www.deoksugung.go.kr/
경희궁: http://museum.seoul.kr/kor/
gyeung/1173415_698.jsp


<서울-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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