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숙한 두 아이 `사랑의 줄행랑’

2012-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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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결미 넘친 예술영화… 음악·영상·연기 돋보여

▶ 문라이즈 킹덤 (Moonrise Kingdom) ★★★(5개 만점)

조숙한 두 아이 `사랑의 줄행랑’

수지(왼쪽)와 샘이 지도를 보맨서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인형의 집에 사는 인형들의 연극(꼭 약간 서툰 학예회 연극 같다) 같은 이 영화는 항상 다소 과격하고 환상적이며 또 때로 인공적인 상황과 장면 처리에 능한 동심을 지닌 웨스 앤더슨 감독(‘다질링 리미티드’ ‘팬태스틱 미스터 폭스’)의 또 하나의 동화요 우화다.
사랑의 줄행랑을 친 두 소년과 소녀의 첫 사랑의 얘기이자 성장기를 시대를 1965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그려 향수감에 젖게 되는데 미니어추어리스트인 앤더슨(공동 각본)의 연출 솜씨가 상당히 비약적이요 지나치게 간결해 모든 대중에게 어필할 영화는 아니다.

그의 영화는 때로 내용을 무시하고 외부적으로 치장이 심해 관객이 영화 안으로 몰두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영화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올스타 캐스트의 다소 억지 같은 연기와 클래시컬 뮤직과 컨트리 송과 함께 프랑스의 영화음악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플라의 경쾌하고 탄산수 같은 음악 그리고 자세한 부분까지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한 세트와 의상 및 아늑하게 노스탤지어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촬영 등 여러 가지로 볼만한 영화다. 예술적인 영화와 모험심을 가진 팬들에게 알맞는 작품이다.

미 북동부의 한 작은 섬 뉴펜잰스. 등대에 붙은 집에서(처음에 이 집을 상하 또 좌우로 분주히 오가며 집 안과 거기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촬영이 재미있다) 철이 덜 든 것 같이 행동하는 비숍 부부(빌 머리와 프랜시스 맥도만드)를 부모로 세 명의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사는 12세난 수지(캐라 헤이워드의 데뷔)는 프랑스 팝을 즐기고 눈에 시퍼런 아이셰도를 한 조숙한 소녀.


1년 전 동네 교회에서 한 노아의 홍수를 그린 연극 ‘노이에스 플러드’(연극은 후에 섬에 몰아닥칠 태풍을 예고한다)를 구경하다가 연극에 갈가마귀로 나온 수지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보이스카웃 캐키부대의 대원으로 고아인 12세난 샘(재레드 길만의 데뷔)도 역시 조숙한 아이. 그는 아이 같은 캐키 스카웃 소대장 워드(에드워드 노턴)로부터 생존술을 배워 자신만만하다.
둘은 처음 만난 뒤로 사랑에 빠져 계속해 팬팰로 지내면서 한 1주일 정도 단둘이 같이 있기 위한 사랑의 줄행랑 작전을 치밀하게 작성한다. 마침내 수지는 집으로 부터 그리고 샘은 캠프로부터 내빼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데 샘은 실용적인 반면 수지는 휴대용 레코드 플레이어와 하드카버 동화책 그리고 고양이를 데리고 가출한다.

침착한 수지와 애어른 같으면서도 서툰 샘의 대조적인 연기와 얼굴 모습이 보기 좋은데 수지가 샘보다 더 조숙해 둘이 정착한 외딴 해변에서의 프렌치 키스도 수지가 먼저 요구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섬에서 샘과 수지의 행방을 수색하는 사람들은 비숍 부부와 달랑 자기 혼자인 경찰서장 샤프(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워드와 그의 스카웃 대원들 및 샘을 고아원에 집어넣으려는 소셜 워커(틸다 스윈튼) 등. 육로와 수면을 통한 도주와 추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샘과 수지는 결혼식까지 치른다. 이어 20세기 후반 최대의 태풍이 섬을 덮치면서 사랑의 줄행랑은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다시 섬에 평화가 찾아온다.

영화에서 샤프와 비숍 부인이 혼외정사를 나누는 관계로 묘사되는데 아이들 눈으로 어른들의 세상을 희화화 했다. 하비 카이틀, 제이슨 슈와츠맨 및 밥 밸라반 등도 나온다. 지난 16일 시작한 칸영화제 개막작이다. PG-13. Focus. 일부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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