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애 첫 주택구입’지금 할까 말까

2012-05-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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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론 전국 100대 도시 중 98곳서 사는 게 임대보다 훨씬 유리

▶ 신중론 시장에 과잉물량 200만채 넘어 앞으로 4년간 집값 더 떨어져

주택시장 바닥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주택 거래와 주택 착공이 증가하면서 수요 및 가격 개선조짐을 보이자 바닥론이 다시 등장한 것. 바닥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택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이미 끝난 것으로 여겨진다. 주택시장 개선 조짐이 나타나자 주택 구입을 서두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인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에 대한 갈등은 더욱 큰 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라고 주장하는 긍정론과 주택 가격 회복시기가 아직 멀었다는 신중론이 대립중이다. 월스트릿 저널이 긍정론와 신중론을 대표하는 전문가와 가진 인터뷰를 소개한다.

■ ‘절호의 기회, 주택 구입에 나설 시기’
에릭 라셀스, RBC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

▲주택 구입 조건 최상
첫 주택 구입을 통해 평생의 꿈인 ‘내 집 마련’에 나설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주택 가격 하락으로 구입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이자율도 매우 낮아 주택 구입이 매우 유리해졌다. 주택 구입 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며 둘째는 임대 대비 구입 조건이다.
현재 주택 가격은 2006년도 최고가 대비 약 34% 하락한 수준이며 자체 계산으로는 과거 평균 대비 약 3분의 1 수준이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지만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구입 적정 수준으로 판단된다. 특히 임대조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주택 구입이 유리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사이트 트룰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0대 주요 도시 중 무려 98곳에서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료는 급등하는 반면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여서 이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자 구입활동 활발
주택 구입 찬스를 가장 잘 읽고 있는 그룹이 바로 투자자들이다. 첫 주택구입자 및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입을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반면 투자자들은 이미 주택 매입 쪽으로 주사위를 던졌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중은 전년도에 비해 약 64%나 급증했다. 투자자들은 현재가 주택 구입 적기임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평생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일반 구입자들은 주택 구입 결정 때 시장상황을 주시하기보다는 심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주변에서 주택 구입자들이 늘기 시작하면 그제야 주택 구입을 고려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재 마켓상황을 주시하고 구입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면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다.

▲GE보다 낮은 이자율
첫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최근 이자율 수준에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사상 최저 수준의 이자율이라고 떠들지만 감이 쉽게 오지는 않는다. 최근 모기지 이자율 수준은 초우량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스사나 호주 정부에 적용되는 대출 이자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30년 동안 적용받을 수 있다면 주택 구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 ‘주택 구입 신중해야, 주택 가격 20% 하락’
게리 쉴링, 게리 쉴링 컨설팅 대표

▲공급 과잉
현재 주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 과잉이다. 과잉 공급 물량으로 인해 향후 수년간 주택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로버트 실러 교수의 통계대로라면 단독 주택 가격이 중간 가격대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현재보다 약 22% 더 떨어져야 한다.
자체 계산에 따르면 현재 주택시장에 과잉 공급된 물량은 약 200만채 이상으로 파악된다. 최근 신규 주택이 연간 약 57만채로 감소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200만채에 달하는 물량이 소화되려면 적어도 4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다. 따라서 4년여 기간에 주택가격 하락 현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주택 구입 시기로 적절치 않다고 본다.

▲ ‘그림자 재고’ 가격 위협
주택 재고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돌아섰다는 낙관론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림자 재고’ 물량이 시장을 위협 중이기 때문이다. 그림자 재고는 이미 차압됐으나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주택이 대부분이고 시장에 나왔다가 팔리지 않는 물량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팔리지 않는 재고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매물로 공급될 수 있다. 연방 센서스국의 통계에 따르면 이같은 그림자 재고 물량은 2006년 이후 약 100만채로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그림자 재고 물량은 통계에 잡힌 숫자에 불과할 뿐 앞으로 차압될 주택의 숫자를 감안하면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확실시 된다.
향후 차압 등을 통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산되는 주택은 약 500만채. 대부분 오바마 행정부가 시행한 각종 지원책을 통해 차압을 피한 주택들이지만 모기지 재연체율 등이 높아 다시 차압 위기에 빠질 위험이 높은 주택들이다.

정부의 지원책으로 2009년 이후 차압률이 약 49% 감소하고 특히 최근 ‘부실 차압사태’로 차압 속도가 줄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다. 최근 부실 차압사태 문제가 해결돼 은행들의 차압이 다시 늘 것으로 보여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차압 매물은 대개 일반 매물보다 약 19% 낮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앞으로 차압 매물에 대한 거래가 급증할 경우 주택 가격은 2006년 정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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