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컬러, 생선의 속살
2012-05-23 (수)
▶ 생선마다 색깔 다른 이유는
▶ 참치는 산소 저장 색소 때문에 붉은색 연어는 근육에 독특한 색소 저장 특성
뽀얀 흰살 생선, 소고기 처럼 붉은 생선, 주황빛이 선명한 생선 등 생선살은 아름답고 선명한 색상을 자랑해 회처럼 날로 먹는 요리에 시각적 효과를 더해준다. 비늘로 무장한 미끄럽고 질긴 피부 속에 이렇게 선명한 색감의 속살이 있는 것이 신비롭다. 물고기 살의 색깔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붉은색 참치
일부 참치는 산소 저장 색소인 미오글로빈 때문에 육류와 비슷한 붉은색을 띤다. 이러한 참치들은 생애 내내 중단없이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기 때문에 많은 미오글로빈을 필요로 한다. 물고기의 미오글로빈은 섭씨 영하 30도까지는 냉동온도에서 쉽게 산화해 갈색의 메트미오글로빈으로 변하기 때문에 참치의 색깔을 유지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낮은 온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물고기의 미오글로빈은 소고기의 미오글로빈과 마찬가지로 섭씨 60-70도에서 변성해 회갈색을 띠게된다. 그러나 그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이같은 색깔 변화는 다른 단백질들이 변성되 서로 결합하면서 생기는 전반적인 우윳빛에 묻힌다. 독특한 분홍색 살을 가진 생선(날개다랑어, 마히마히)이 조리과정에서 여느 흰살 생선과 다름없는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주홍색 연어와 송어
연어의 독특한 색깔은 당근 색깔로 대표되는 카로틴 색소의 화학적 사촌관계에서 연유한다. 아스타산틴이라는 이 화합물은 연어들이 즐겨 먹는 작은 갑각류들에서 온 것이다. 또 갑각류들은 해조류로부터 섭취한 베타카로틴을 변화시켜 이 물질을 합성한다.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껍질과 난소에 이 물질을 저장하는데 반해, 오직 연어과 물고기들만이 근육에 이것을 저장해 주홍색을 띤다. 양식 연어와 송어는 야생 갑각류를 먹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인공사료에 이것을 타지 않는 한 색깔이 옅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료에 갑각류 껍질에서 얻은 부산물이나 산업적으로 생산된 ‘칸타산틴’이라는 카로티노이드를 섞는 경우가 많다.
■반투명한 흰색
대부분의 날생선 근육은 흰색 또는 황백색이며, 빛을 산란키시는 결합조직과 지방세포들로 둘러싸여, 날소고기나 날돼지고기와 달리 약간 반투명해 보인다. 특히 연어와 참치 복부 같은 지방이 많은 부위는 불과 몇 인치 떨어진 다른 부위의 살과도 다른 독특한 우윳빛을 띤다. 반투명한 물고기 근육을 가열하면 불투명하게 변한다. 이것은 열에 의해 풀린 근육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해 빛을 산란시키는 큰 덩어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열과 산성 양념(레몬이나 식초) 모두 단백질을 변성시켜 생선살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이은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