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신부와 상담 통해 디자인·색상·장식 정해
▶ 컵케익 타워·디저트 바 만드는 것도 인기
■ 페이스트리 셰프 강지연 교수의 웨딩 케익 이야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부부의 연을 맺는 커플을 마음껏 축복해 주면서 기혼자들은 자신의 결혼식을 회상하기도 하고, 미혼자들은 앞으로 갖게 될 결혼의 순간을 상상해 볼 수 있기에 결혼식에 함께 하는 것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기쁨과 여러 가지 감동이 교차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긴장감이 없으니 내 결혼식의 주례사보다도 더 경청해서 주례를 새겨들을 수 있고, 결혼식 절차의 매 순간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도 하다.
현대 결혼식의 형태는 완전한 서양의 문화로 우리 전통 혼례와 비교해 보면‘결혼의 의미’외에는 모든 것이 다르다. 부모의 개입 없이 신랑신부가 직접 계획하고 준비하며, 본인들이 원하는 테마를 정하고, 웨딩 드레스와 들러리 드레스를 고르며, 비용절감을 위해 필요한 소품을 제작하기도 하는 등 모든 것을 직접 챙기며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만들어낸다.
서양식 결혼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물은 웨딩 케익이다. 한인들은 형식적으로 케익 커팅을 하고 사진만 찍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미국인들에게는 웨딩 케익이 드레스와 반지만큼이나 결혼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결혼을 축복하고 다산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웨딩 케익은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케익을 만드는 재료인 ‘밀’은 오랜 세월동안 풍요와 번성의 상징으로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뿌려지는 곡식이었다. 오늘날 미혼의 친구들이 신부의 부케를 받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고대사회의 처녀들은 자신도 시집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결혼식장에 뿌려진 밀을 부지런히 주웠다고 한다.
케익의 유래는 기원 전 100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목기술이 상당했던 로마인들은 과자 만드는 기술도 뛰어났는데, 밀가루를 이용해 작고 달콤한 케익을 만들어 다산의 의미를 담아 신부에게 선물했던 것이 웨딩 케익의 시초가 되었다.
그런데 축하선물로 얌전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게 부스러뜨려 신부의 머리 위에 뿌리기도 하고, 결혼식 하객들이 신랑신부에게 던져주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뜻이 있었기에 신부는 신랑과 함께 하객들이 던져주는 케익을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풍습은 중세시대로 접어들며 변화를 겪게 된다. 중세 초기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함께 경건함을 중요시했던 시대정신과 맞지 않아 다시 케익 만드는 재료인 밀을 신부의 머리에 뿌리거나 던지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인 페이스트리 셰프이자 샌타모니카 소재 더 아트 인스티튜트(The Art Institute of California)의 인터내셔널 컬리너리 스쿨(Internationl Curinary School)에서 페이스트리 교수로 있는 강지연씨는 특별한 웨딩 케익을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신랑신부와 면담을 통해 테이스팅과 디자인을 꼼꼼히 의논해 세상에 하나뿐인 그들만의 케익을 만들고, 배달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정성을 들인다. 웨딩 케익에 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케익은 어떻게 탄생하나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듯 그들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끌어내기 위해 함께 의논하고 디자인, 색상, 장식을 정해서 만들면 나만의 케익이 완성됩니다. 보석을 박아 신부의 웨딩 드레스와 매치되도록 할 수도 있고, 색상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변신 범위는 무한하지요.
*케익 제일 윗칸은 자르지 않고 얼려 두었다가 1년 후에 먹는 이유는 뭔가요?
-결혼 1주년을 기념하고 결혼식 당일을 회상하는 의미인데, 사실 저는 그 방법을 추천하지는 않아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고 모두 신선한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든 케익인데 일반 가정의 냉동고에서 일년을 두었다가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들의 1주년 기념일에 똑같은 맛의 케익을 다시 제작해서 선물합니다.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지지요.
*케익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케익도 재료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순수 유지방 크림과 버터, 질 좋은 달걀과 초컬릿, 과일 등 단가 자체가 높은 재료들이 대부분이지요. 가짜 합성크림 등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과 질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요즘 웨딩 케익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나눠 먹기 쉬운 컵케익으로 멋진 타워를 만들기도 하고, 케익 외에 다른 디저트도 즐길 수 있도록 초컬릿 퐁듀, 미니 컵케익, 마카롱 쿠키 등으로 구성하는 디저트 바도 인기가 많습니다.
웨딩 케익의 유래와 역사
중세시대에 케익은 간단한 비스킷이나 과자로 대치되었고 하객들이 직접 비스킷을 구워 참석하도록 권유 받았으며, 잔치에서 사용하고 남은 음식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이 어려운 시절의 풍습은 시간이 흘러가며 다시 변해 갔다. 영국에서는 하객들에게 기부 받은 과자를 2~3미터 높이 쌓아 올렸는데, 과자 무더기가 높을수록 복을 많이 받는다고 여겼으며, 신랑과 신부는 과자를 먹는 대신 그 과자 더미를 사이에 두고 몸을 숙여 힘들게 키스하는 의식이 있었다.
1660년께 영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한 요리사가 아름답지 않은 모습의 과자더미와 함께 있는 신랑과 신부의 모습을 보고 측은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는 아무렇게나 과자를 쌓는 대신 처음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으로 높이 쌓아 그 표면에 설탕을 녹여 발라 굳혀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케익 형태가 탄생하게 된다.
여기에 장식을 더해 아름답고 호사스러운 모습으로 발전한 케익은 매너와 형식을 중요시했던 영국 풍습과 꼭 맞아떨어져 17세기 후반 무렵부터 전역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렇듯 결혼을 빛내고, 부요와 다산의 의미를 담아 화려하게 장식한 여러 층의 웨딩 케익은 오늘날까지 결혼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강지연 페이스트리 셰프는?>
CIA를 졸업하고 리츠 칼튼, 포시즌스 호텔, 할리웃의 루즈벨트 호텔 등의 페이스트리 셰프를 지냈고, 현재 AI 산하 인터내셔널 컬리너리
스쿨에서 페이스트리 교수로 재직중이다.
베벌리힐스에서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고품격 맞춤 웨딩 케익을 제작하고 있다.
웹사이트(www.jicakes.com)를 방문하거나 (213)249-2900으로 문의하면
학교 수업이나 웨딩 케익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