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테크의 심미안

2012-05-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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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용의 “부자로 가는 길”

심미안은 마음의 눈이다. 마음의 눈은 현미경처럼 볼 수도 만원경처럼 볼 수도 있다. 우리들의 눈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세상살이를 길게 멀리 보면 만원경처럼 보는 것이다. 일상을 짧고 심각하게 보면 현미경처럼 보는 것이다.
보면 느끼고 느끼면 움직이는 것이 오감도가 아닐까? 오감이 느껴지는 표정 속에 그려지는 얼굴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마음의 눈이 자화상을 그린다. 멋지고 예쁘고, 추하게.

10년 전 몬태나주의 최북단에 있는 미국 국립 빙하공원을 관광한 적이 있다. 약 4시간의 관광코스를 보고자 이틀을 투자하고 방문한 캐나다 국경의 돌산을 올라 천년빙하를 보고 한여름 낙숫물을 맞으며 하산했다.
오름길은 쉽고 무난해서 빙하 따라 오르기도 쉬웠건만 내림길은 돌산을 깎아서 만든 외길이었다.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요, 난간은 녹슨 쇠줄이 지키고 있었다. 빙하 물로 질척이는 좁은 길은 오싹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 산길, 돌길을 만든 사람들은 1929년 대공황시대의 백인들이었다. 망치와 돌 깨는 정을 가지고 하루 밥값을 벌려고 생명을 걸며 일했던 대공황의 현장이었다. 실업자를 위한 정부의 대토목공사 중 하나였다고 한다.

지난 3년. 그러니까 2009, 2010 그리고 2011년이다. 말로만 듣던 미국의 대공황처럼 긴 불경기의 터널을 지나왔다. 체감으로 느끼는 불경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지난 3년은 대공황이나 다름없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비즈니스가 망하고 가족의 보금자리이던 집을 차압당했다. 더욱 불행한 일은 가족이 헤어지거나 이혼하는 경우도 지난 3년 동안 많이 보았다.
대토목공사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99주일동안 실업수당에 의존하거나 주택융자금을 내지도 못하고 그냥 그 집에서 쫓겨날 때까지 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대공황 상태이다.


2008년 3월17일. 100년 역사의 베어스턴(Bear Sterns) 주식가격은 금요일 4시에 30달러였다. 월요일 아침 주식 값은 고작 2달러에 JP Morgan에 넘어갔다. 이 결정 속에 우리는 보았다. 위대하고 공정하다는 미국도 몇 사람강신용의 “부자로 가는 길”
재테크의 심미안의 뜻으로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금요일에 주식가치가 300만달러였는데 월요일 아침 겨우 20만달러밖에 안 된다면 누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면 투자자의 잘못인가? 누가 투자자를 속였는가? 1년 중 최고치는 1,600만달러이었던 재산이 한해에 겨우 20만달러로 바뀌었다면 누가 누굴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천만장자가 망하는 모습에 거지가 불구경하듯 남의 일로만 생각해야 하는지 지난 3년 불경기를 돌이켜본다.

금융위기 이후 AMERICA란 이름이 들어간 거인 기업들, BANK OF AMERICA, AMERICAN
INSURANCE GROUP 같은 미국민들의 자부심이고 자랑이었던 공룡은행이나 회사들이 서민의 투자금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가장 불량한 기업들이 되었다. 이들을 살리려고 국민들의 세금을 약 3조달러만큼 돈을 찍어서 도와주고 꾸어준 것이 지난 3년 동안 일이다.

미국의 1년 총 예산이 3조8,000억달러이니 죽는 기업 살리자고 우리 서민의 세금을 그처럼 유용하고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지난 3년을 보냈다. 이민생활 고단한 우리는 새우만도 못하다.
고래 노는 곳에 새우야 가지 마라. 잘못하면 고래 밥이 된단다. 범고래는 돌고래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JP Morgan이 Bear Sterns를 잡아먹는 솜씨는 소름끼치게 무섭다. 그 많은 인쇄된 돈들이 누구의 손에서 놀고 있는가?

겨우 집 한 채가지고 잘난 척 행복하게 사는 우리들의 삶도 엄청 귀중하다. 서툰 영어에 온갖 수모를 겪으며 일궈낸 일터도 문 닫고 밤낮없이 충성을 다한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이런 현실 속에 우리들이 있다. 동서남북 이곳저곳 둘러보고 마음의 눈이 갈 곳을 바라본다.
2011년 세금 보고철이 지나 고객들의 귀중한 한 삶, 한 삶을 보면서 한인 동포들의 재테크 현장을 들여다보았다. 드물게 한 외환투자나 선물투자는 몽땅 망했다. 고래 만한 투자자들을 피라미 같은 돈으로 싸우니 한방에 날아가더라.

다수의 주식 투자자들 역시 결국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보의 전쟁도 전의 전쟁인데 우리는 귀동냥으로 투자하고 부화뇌동하는 투자를 하니 손해 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천만다행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래도 반타작은 했다. 소위 덩치 키우기 1031 Exchange한 투자자는 외화내빈으로 허덕이다 놓친 분들이 많았다. 쌀 때 저금리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렌트가격이나 주택 융자금이나 별차이 없으니 재테크에 성공하였다.

약 20년 전 남가주에 극심한 불경기가 있을 적에 집을 산 사람들이 곳간에 곶감 빼먹듯 재융자, Equity Loan, Line of Credit 등으로 현금을 챙기고 또 다른 투자금을 마련했듯 지금 융자는 어렵지만 재테크를 위해 마음의 눈을 밝히고 앞길을 바라볼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213)38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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