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부지역 벌써‘주택구입 경쟁’과열

2012-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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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금리 내년엔 5%대 진입 전망 대기 실수요자-투자자 싼 지역에 몰려 6월부터 재융자 기준·수수료 완화도

▶ “저가, 올해가 마지막 기회”

주택시장 회복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한동안 부진했던 주택 거래가 최근 반짝 늘고 있고 거래량 증가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모기지 금리가 올해 중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주택 가격의 연이은 하락으로 대기 구매자들이 드디어 주택 구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도 올해가 주택 구입의 마지막 기회라며 주택 구입을 적극 장려중이다. 이같은 전망 가운데 일부 주택시장에서는 이미 주택 구입 과열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가대 주택을 중심으로 구입 후 임대 주택으로 전환하려는 투자자와 첫 주택 구입자 간의 구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이밖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택시장 동향을 짚어본다.

■‘투자자-첫 주택 구입자’ 경쟁치열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일부지역에서는 과거와 같은 주택 구입 경쟁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 주택 가격 하락, 임대료 상승 등의 요인으로 최근 주택 구입 활동이 크게 늘면서 주택 구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주택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에 의한 구입 활동이 부쩍 늘면서 구입 경쟁은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구입 경쟁은 주로 저가대 주택시장에서 자주 벌어지고 있는데 투자자들과 첫 주택 구입자들에 의한 경쟁이 대부분이다. 투자자들은 구입 후 임대가 수월한 저가대 주택의 구입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첫 주택 구입자들은 주택 대출이 비교적 수월한 저가대 주택 구입 비율이 높아 양측 구매자들 간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쟁은 대부분 투자자들의 승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들은 현금 구입 비율이 높아 비교적 가격이 낮은 급매성 매물을 쉽게 낚아챈다. 업계에서는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 증가 현상이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을 힘들게 한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약 21%였던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은 올해 1월 23%로 증가하는 등 투자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제드 스미스 NAR 디렉터는 “임대료가 상승 중이고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투자자들의 구입 활동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대→구입’ 세입자 주택구입 증가
한동안 주택 구입 시기만 저울질 해오던 대기 구매자들이 드디어 주택 구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이들에 의한 주택 거래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주택 가격의 거듭된 하락으로 셀러와 바이어간 가격 기대치가 서서히 좁혀지고 있는 점이 대기 구매자들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이에 올해 안에 모기지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가세해 대기 구매자들 사이에서 ‘이제 집을 살 때’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킹슬리 어소시에이츠가 현재 주택을 임대중인 세입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임대계약을 갱신하겠다는 답변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조사에서 임대계약 갱신 계획을 밝힌 세입자는 전체 중 약 59.5%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았다. 2010년 4분기 조사에서는 임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변한 세입자의 비율이 63.7%로 집계된 바 있는데 비율이 점차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드 스미스 NAR 디렉터는 “업계에서는 이미 주택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거래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지 금리 상승 전망
부동산 및 융자 업계에서는 모기지 금리의 저공 행진이 이미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올해 초와 같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는 이제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으로 모기지 금리는 최근 소폭의 오름세가 있은 뒤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모기지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당분간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평균 4.16%대를 나타냈고 2분기에는 약 4.3%대로 오를 전망이다. 모기지 금리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MBA 측은 내년 모기지 이자율이 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 중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투자 자금이 모기지 금리와 연동된 국채 시장에서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모기지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낮은 금리’ 시대를 아직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지금 나서도 좋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시장 활황기의 6~7%대 이자율과 비교하면 현재 이자율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주택 구입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제이 브링크만 MBA 수석 연구원은 “실업률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자율이 단숨에 급등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융자 적기
연방 정부의 주택시장 지원책 강화로 앞으로 재융자 비용이 저렴해지고 기준도 완화 될 전망이다. 연방주택국(FHA)은 최근 오는 6월부터 재융자 수수료를 대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표에 따르면 FHA 융자를 통해 주택을 구입한 주택 소유자들이 주혜택 대상이다. ‘FHA 스트림라인 재융자’ 프로그램을 통해 재융자를 할 경우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2009년 6월1일 이전에 FHA 융자를 받은 주택 소유자들이 재융자 프로그램 신청 대상이며 당초 융자 금액의 1%였던 선불 모기지 보험료가 0.1%로 대폭 낮아지는 혜택이 주어진다.
연간 보험료도 기존 융자잔금의 1.15%에서 0.55%로 절반가량 인하돼 약 300만명의 주택 소유자들이 연간 약 1,000달러 모기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트림라인 프로그램은 소득 증명이나 주택 감정 등의 절차를 없애는 등 심사 과정을 크게 간소화해 향후 신청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HARP 2.0’으로 명명된 정부 주도 재융자 프로그램 역시 재융자 기준을 대폭 완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2009년 6월1일 이전 발급된 모기지 중 국책 모기지 업체인 프레디맥이나 패니매 보유 또는 보증한 모기지가 신청 대상이다.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주택 시세와 상관없이 재융자를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모기지 원리금이 시세보다 높은 ‘깡통 주택’ 소유자들도 재융자가 가능하다.

■주택 구입 모기지 수수료 인상
재융자 절차가 간소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수수료는 인상될 전망이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FHA 등은 이미 인상된 모기지 수수료를 적용 중이다.
FHA의 경우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을 경우 이에 적용하는 모기지 보험료를 대폭 인상했다.

따라서 FHA 융자를 통해 20만달러를 대출 받을 경우 기존 선불 보험료가 2,000달러였던 반면 앞으로는 3,500달러를 내야 한다.
연간 보험료 역시 인상돼 같은 금액의 융자를 받을 경우 기존보다 매달 약 17달러가 인상된 약 208달러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에드 코나키 모기지 플래너는 “크레딧 점수가 낮은 대출자들이 주 피해대상이 될 것으로 본다”며 “FHA 융자 신청 때 인상된 모기지 보험에 대한 부담이 커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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