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울수록 찾게되는 `매력

2012-05-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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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 생산-소비량 사촌격인 후추의 20배 매운 맛 덕에 덜 먹게 해 다이어트 효과도 있어 너무 매워 고통스러울 땐 얼음이나 과자를 입안에

▶ 사랑받는 고추의 인기, 비결이 뭐길래...

고추는 남미가 원산인 작은 관목의 열매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향신료이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의 작용물질인 캡사이신은 씨앗을 보호하며, 특별히 포유류 동물들을 겨냥한 퇴치용 화학물질로 사용되고 있다. 새들은 고추를 통째로 삼켜서 캡사이신의 매운맛을 느끼지 않고 안전하게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데 반해, 열매를 씹어 먹으며 씨앗을 파괴하는 포유류는 매운맛의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이 고통은 중독성이 심한 매운맛의 유혹으로 바뀌어 인간을 매운맛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고추의 성공
고추의 인기는 대단하다. 전세계 생산량과 소비량은 매운맛을 내는 또 대표적 향신료인 후추의 20배에 달하며 중미, 남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어디서나 고추를 재배한다. 중국의 쓰촨성과 후난성에서 고추는 주된 향신료이고, 유럽에서도 헝가리는 파프리카를, 스페인에서는 피망을 생산한다. 미국에서도 멕시코 레스토랑의 영향 덕분에 80년대에 이미 살사가 케첩의 인기를 눌렀다고 한다.

우리의 식단에 빠질 수 없는 고추, 다행히 고추가 가진 캡사이신은 많은 연구결과 암 또는 위궤양 위험을 증가키시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캡사이신은 체온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실제보다 따뜻한 느낌을 갖게 만들어 체온을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인체의 신진대사 속도를 높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만들며, 허기를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 뇌 신호를 발화시킨다. 한마디로 덜 먹게 만들고 더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게 해주니 다이어트 음식이 맞다.


그러나 사람의 혀를 벗어난 캡사이신의 신경자극 효과는 고통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추를 썰고난 후 손이 화끈거리는 경험은 주부라면 누구나 겪어본 일이다. 캡사이신은 강력하며 기름과 같아서 표면에서 씻어내기가 어렵고 손가락에 약간만 묻어도 몇 시간 뒤까지 눈을 비비면 눈 속으로 들어가 고통을 준다. 이런 강력한 효과를 치료 목적으로 가공해 피부에 적용하면 국지적으로 혈류를 증가시켜 근육통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캅사이신으로 입안에 불이 났을 때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확실한 대책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입에 넣거나, 다른 방법은 밥이나 크래커 같은 까칠까칠한 것을 혀와 접촉해 물고 있는 것이다. 차가운 액체나 얼음은 캅사이신이 활성화되는 온도 이하로 온도를 떨어뜨리며, 까칠까칠한 음식물은 다른 종류의 신호를 보내 신경을 딴 데로 돌리게 도와준다. 입속에서 벌어진 캅사이신의 공격은 15분이면 사라지게 된다는 점도 기억하자.

▲말린 고추
말린 고추는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매운맛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조과정에서 과벽 세포들의 내용물이 농축되면서 자기들끼리 반응하여 말린 과일, 나무, 흙, 견과, 그 밖의 향물질을 생성해서 복합적인 풍미를 제공해준다. 전통적으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햇볕이나 그늘에서 말리고 있으며 기계식 건조는 맛의 차이를 불러오긴 하지만 대신 통제력을 높여 빛에 민감한 색소들과 비타민 C의 소실을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스코빌 수치로 보는 고추의 매운 맛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고추 품종들의 매운 정도는 스코빌 척도에 따라 제시된다. 이 기준은 약학자였던 윌버 스코빌(Wilbur Scoville)이 1912년 개발한 척도로 오늘날까지 사용되고 있다. 아주 매운 할라피뇨를 10,000으로 생각하고 매운 정도를 상상해 보자.
벨 페퍼(0~600) 파프리카(0~2,500) 할라피뇨(2,500~10,000) 안초칠리(1,000~25,000) 세라노 칠리와 카이엔 페퍼(30,000~50,000) 하바네로(80,000~150,000)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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