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롤드 맥기 저 요리책의 고전 ‘음식과 요리’

2012-02-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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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재료·세계의 요리 총망라 과학자가 쓴 ‘음식 백과사전’

#셰프 토머스 켈러는 “해롤드 맥기는 요리업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스승이자 마르지 않는 귀중한 정보의 샘이다. ‘음식과 요리’는 내 서가의 책들 가운데 가장 너덜너덜하고 책장이 많이 접혀 있다”고 했다.

#마리오 바탈리는 “맥기의 무한한 지식과 지혜는 요리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요리와 관련해 의문이 생길 때마다 늘 ‘음식과 요리’를 들춰보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사실들을 배우는 재미에 전율을 느낀다. 요리의 세계는 참으로 광대하며, 이 책은 그 광대한 세계를 모두 다루고 있다”며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찰리 트터로 역시 “음식과 요리의 비결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창적인 요리란 없다. 직업이 요리사든 가정주부든 자신의 요리를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며 주부들까지 자극하고 나선다.


가장 흔히 먹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의 요리까지 두루 다루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김치, 된장, 젓갈 등도 등장한다. 음식이나 식재료들을 단순히 나열하여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독일의 사워크라우트와 김치, 앤초비와 젓갈 등을 함께 연결시켜 문화적 배경의 해설도 놓치지 않고 있다.

■ 해롤드 맥기
저자 해롤드 맥기(Harold McGee·사진)는 ‘주방의 화학자’ 또는 ‘요리의 과학자’라고 불리며, 평생 요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음식이 항상 만들어지는 가정과 레스토랑의 주방으로 돌려보내 실제로 사용되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 온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저술가이다.

‘타임’지 선정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른 것만 보더라도 세계의 요리업계와 식품업계에서 그가 지닌 위상과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요리가 상아탑으로 들어와 과학의 주제가 되었고, 가정과 레스토랑의 주방이 과학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찬사를 받아왔다.

그는 칼텍과 예일대학에서 문학과 천문학, 물리학을 공부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식품과학에 흥미를 느끼면서 평생 과학과 요리를 접목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그는 ‘네이처’ ‘헬스’ ‘뉴욕타임스’ ‘월드 북 인사이클로피디어’ ‘푸드 앤 와인’ ‘파인 쿠킹’ 등 다수의 매체에 요리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여러 요리학교와 대학, 옥스포드 식품 심포지아, 벤더 자연사박물관,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등에서 주방 과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현재 ‘뉴욕타임스’와 웹사이트(www.curiouscook.com)에 과학적 사실과 어긋나는 ‘주방상식’을 주제로 정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또 데이브 아놀드, 닐스 노렌과 함께 뉴욕의 ‘프랑스 요리연구소’에서 ‘해롤드 맥기 강좌 시리즈’라는 요리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레스토랑과 식품회사들에 컨설팅하고 있다.

15장에 걸친 주제 속의 내용을 보면 이 책이 왜 음식 백과사전이라 불리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1장의 ‘젖과 유제품’이라는 주제 속에는 포유류와 젖, 젖의 진화, 반추동물의 출현, 세계의 낙농동물들, 낙농의 기원, 유럽과 미국의 우유, 우유와 건강, 우유의 영양소들, 영아기와 아동기의 우유: 영양과 앨러지, 영아기 이후의 우유: 락토스 소화, 우유에 관한 새로운 의문들, 젖의 생물학과 화학, 소는 어떻게 젖을 만드는가?,


젖당: 락토스, 유지방, 유단백질들: 산과 효소에 의한 응고, 젖의 맛, 미발효 유제품들, 우유, 크림, 버터와 마가린, 아이스크림, 신선한 발효 우유와 크림, 젖산균, 요구르트, 사워크림과 버터밀크, 그리고 크램 프레슈, 요리속의 발효 우유, 치즈, 치즈의 진화, 치즈의 재료들, 치즈의 다양함은 어디서 오는가?, 치즈의 선택, 보관, 서빙, 요리 재료로서의 치즈, 가공 치즈와 저지방 치즈, 치즈와 건강까지의 방대한 내용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궁금해 할 만한 기본지식부터 전문적인 해설까지 궁금증의 갈증을 모두 풀어주고 있다.

음식과 요리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 찾아보면 인터넷보다도 가장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고, 상식을 갖추기 위해 재미로 읽어 나가기에도 무리가 없다. 아이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음식과 요리’를 읽으며 우리가 일상의 요리 속에서 바로 응용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들과 음식의 주의해야 하는 흥미로운 점들을 추려보았다.

*고기를 구울 때는 한 번만 뒤집으라고?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나 갈비를 구울 때도 한 번만 뒤집는 것이 정석처럼 돼 있다. 그러나 대답은 노! 선명한 그릴 마크를 내고 싶다면 한번만 뒤집어야 하지만 부드러운 질감과 촉촉함이 더 중요하다면 1분마다 뒤집어주며 굽는 것이 정답이다. 자주 뒤집어준다는 것은 어느 면도 다량의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고기가 빨리 익으면서도 표면의 과잉 익힘을 줄일 수 있다.

*고기는 처음 치이익~ 소리가 날 만큼 팬을 뜨겁게 달궈 얹으라고?
고온에서 먼저 겉을 바싹 익히면 고기의 육즙을 보존할 수 있다는 말은 일반 상식처럼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맥기는 이것이 틀린 이론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수분의 유실은 고기 온도에도 비례하기 때문에 급속 익힘의 높은 온도는 실제로 중간 온도보다 더 많이 고기 표면의 수분을 말려버린다. 바삭하고 단단하게 구워진 겉면은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방수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한다. 단, 바삭하게 구워진 면이 풍미를 더해 고기 맛을 좋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맞다.

*가금류의 껍질을 바삭하게 굽는 비결
새를 비롯한 동물들의 가죽은 주로 물 약 50퍼센트, 지방 40퍼센트, 결합조직 콜라겐 3퍼센트로 구성되어 있다. 껍질이 바삭바삭해지려면 가죽질의 콜라겐을 연한 젤라틴으로 용해시킨 후에 수분을 증발시켜야 한다.

낮은 오븐 온도에서 느리게 익히면 콜라겐이 멀쩡한 상태에서 껍질의 수분이 건조되어 버리므로 가죽질이 그대로 남게 된다. 아무 것도 싸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서 하루 이틀정도 건조키시거나, 굽기 전에 바로 껍질에 기름을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생선이 열에 약하고 쉽게 부서지는 까닭
생선이 열에 약한 것은 쉽게 상하는 성질과 관련이 있다. 차가운 환경에서 잘 작동하도록 특화된 근섬유들은 낮은 온도에서 잘 상할 뿐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 잘 조리된다. 바닷물고기의 근육 단백질은 상온에서도 벌써 변형되고 응고되기 시작한다. 익힌 생선이 쉽게 부서지는 것은 결합조직 내에 콜라겐의 양이 적고 또 그나마도 이 콜라겐이 낮은 온도에서 젤라틴으로 용해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생선냄새
우리 가운데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생선이 신선하면 아주 신선한 잎사귀 같은 냄새가 난다. 생선과 식물의 지방물질은 모두 고도로 불포화되어 있으며, 또 모두 이 큰 분자들을 똑같은 작고 향기로운 조각들로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다. 거의 모든 물고기가 짙은 풀냄새, 제라늄 잎사귀 냄새, 약한 금속냄새가 나는 분자조각들을 방출한다.

*신선한 농작물과 식중독
원인은 땅이다. 과일과 채소는 땅에서 자라며, 땅은 거대한 미생물 저장소이다. 재배, 가공 및 포장과정에서 농산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많다.

깨끗이 씻어 먹으면 거의 예방이 가능하고 흔히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기는 하지만 레스토랑이나 카페테리아의 샐러드 바에서는 여러 시간 동안 박테리아를 끌어 모으기 때문에 증식할 가능성이 커 실제 식중독 발생 사고들과 연관되기가 쉽다. 농작물의 신선함과는 관계없이 위생적인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다.

*와사비나 홀스래디시를 너무 많이 삼켰을 때
휘발성이 있는 이 신경자극 물질은 순간적으로 공기 속으로 날아올라 한바탕 재채기를 유발하고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은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내쉬고, 입을 막고 코로 숨을 들이쉬면 한결 누그러진다. 자극성 물질들이 입을 통해 폐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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