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자연’ 을 품다

2012-0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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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동양 정원 산책

최근 한국 드라마‘해를 품은 달’ ‘뿌리 깊은 나무’ ‘공주의 남자’ 등 명품 사극이 줄줄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아름다운 궁과 동양식 정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우아하면서도 귀품이 흘러넘치는 한적한 분위기의 정자, 수줍은 자태의 연꽃이 떠있는 차분한 연못,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푸른 소나무 등으로 표현되는 동양식 정원은 새소리와 물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고요함, 속 깊은 아름다움을 지녔다. 때문에 이곳을 찾으면 피로한 심신이 정화되는 듯한 일종의 치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아쉽게도 제대로 된 한국식 정원이나 궁은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우리에게 이미 낯설지 않은 일본식 정원(Japanese Garden)과 중국식 정원(Chinese Garden)은 남가주 곳곳에 자리 잡아 우아한 동양의 미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고요한 동양의 아름다움이 그리울 때 찾아 볼 수 있는 남가주 내 동양식 정원을 모아봤다.


■ 중국 정원
1. 헌팅턴 라이브러리 중국 정원
일본식 정원과 함께 헌팅턴 라이브러리(Huntington Library)의 또 다른 명물인 중국 정원(Chinese Garden)은 몇 세기에 걸친 중국의 전통과 문화에 기초를 둔 정원이다.

‘흐르는 향기의 정원’(류방원·Liu Fang Yuan)이라는 뜻의 이름의 아기자기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지난 2008년 개관한 이래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아 조금은 어색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중국 문화가 어우러진 절제된 동양의 아름다움의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일년 내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원에는 동백꽃을 비롯해 모란화, 벚꽃, 자두꽃 등이 봄을 맞이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소나무와 대나무는 사계절 푸름을 선사한다. 정원의 중간에는 1.5에이커의 대형 연못이 들어섰는데, 연못 주위로 동양식 건축물인 전각과, 삼우각(Pavilion of the Three Friends), 티 하우스, 격자무늬 창문, 돌다리 등이 연못을 중심으로 아름답게 연결돼 있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중국식 건축물들은 부드러우면서도 절개 있는 동양의 매력을 풍기고 있다. 호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전각과 연꽃과 소나무 등 향기 중국의 학자들이 모여 글을 짓고 시를 읊조렸을 옛 서원과 정자를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의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했다는 점이다. 중국 정원의 연못은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고려해서 고안됐으며, 물이 고이는 곳은 원래 자연적으로 비온 뒤 물이 고이는 곳에서 만들어졌다. 정원을 만들기 전에 현장에 있던 떡갈나무들도 최대한 그대로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연못 주변에 바위들은 중국의 타이 호수에서 있었던 돌과 건축물을 그대로 옮겨오는 등 인공적인 노력도 더해졌다. 물은 자연 만물의 영원한 변하는 성질을 상징하며, 바위는 변하지 않는 영속성을 상징하는데, 둘의 조화는 동양 문화의 기초가 되는 양과 음의 조화를 상징하기도 한단다. 또한 대나무는 올곧음을, 연꽃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등 이곳이 담고 있는 중국 문화와 철학의 의미는 너무나 깊다.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정원은 207에이커 면적 중 130에이커를 차지한다. 중국 정원 이외에도 장미 정원과 선인장 정원 등 세계 각국에서 수집해온 희귀식물과 여러 종류의 나무와 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명물인 일본 정원은 일본식 고요함과 정갈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주소: 1151 Oxford Rd.
San Marino, CA 91108
•전화: (626)405-2100
•자세한 정보: www.huntington.org

2. 시 라이 템플
하시엔다하이츠 소재 시 라이 템플(Hsi Lai Temple)은 도심 속 한복판에 자리 잡은 불교 사원이다.

영화 ‘왕호장룡’에서 튀어나온 듯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건축물의 모습과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은 오랜 세월 불교문화와 함께 꽃피운 동양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15에이커의 부지에 10만2,432스퀘어피트의 건물이 웅장하게 자리 잡은 이 템플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명과 청 시대의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국제 불교증진사회’(The International Buddhist Progress Society)가 운영하며, 불교 의식은 물론 지역사회 구제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중국식 정원과 건축물에서는 중국 왕조의 오랜 역사와 기개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시 라이 템플의 자랑인 ‘베지 부페’(Veggis Buffet)에는 콩으로 만든 고기 등 베지테리안들을 위한 맛있는 웰빙음식들이 선보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일반인들도 언제나 방문할 수 있으며, 템플 측에서는 오디오 투어 가이드도 제공한다.

•주소: 3456 Glenmark Dr.
Hacienda, CA
•전화번호: (626)961-9697
•자세한 정보: www.hsilai.org/

■ 일본 정원
일본 정원은 미국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될 정도로 인기를 끄는 정원 양식이다. 한국이나 중국의 정원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강조한다면, 일본 정원은 보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대부분 반드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잉어와 인공 섬이 존재한다.

또한 인공 섬과 정원 뜰 사이에는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또한 약수터, 돌로 만든 등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와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19세기 말부터 서양에 소개된 일본식 정원은 특유의 고유함과 편안함으로 많은 건축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 정원을 만드는 비법은 철저히 구전으로 이어질 만큼 그 비법이 비밀리에 전해진다고 한다.

1. 밴나이스 저패니즈 가든
405프리웨이와 101번 프리웨이에 자리 잡은 밴나이스에는 ‘물과 향기의 정원’(Suiho En)이라는 뜻의 일본 정원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것, 삶과 자연 속에 아름다운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이곳은 약 6½에이커에 걸쳐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이다. 고즈넉한 일본식 정자와 평화로운 연못, 아름답게 꾸며진 조경이 찾는 이로 하여금 고요함 속에 마음의 평안을 찾게 해준다.

밴나이스 일본 정원은 세 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되는데, 바로 드라이 정원 카렌산수이(dry karensansui)와 젖은 정원(wet garden with promenade chisen), 4.5개의 다다미 티룸으로 이뤄진 다도 정원(authentic tea ceremony garden)이며, 시즌 별로 일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밴나이스 일본 정원은 LA카운티 뮤지엄 내 보태니칼 가든, 샌디에고 발보아 공원 등 미국 내 11개의 일본식 정원을 지은 건축가인 홋카이도 출신의 가와나(Kawana) 박사로, 일본 고유의 정원 스타일을 잘 표현하고 있다.

4월22일에는 ‘정원의 봄’(Spring time in the Garden)이라는 행사가 열리며, 5월20일에는 ‘일본 유산 기념행사’(Japanese Heritage Celebration), 10월14일에는 오리가미 페스티벌(Origami Festival)이 펼쳐진다.

•주소: 6100 Woodley Ave.
Van Nuys, CA 91406
•전화번호: (818)756-8166
•자세한 정보: www.thejapanesegarden.com/garden.html

2. 얼 번스 밀러 일본 정원
롱비치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칼스테이트 롱비치·Cal State Univ. Long Beach) 캠퍼스 내 자리 잡은 얼 번스 밀러 일본 정원(Earl Burns Miller Japanese Garden) 역시 이 지역의 명물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정자와 잉어가 서식하는 아름다운 연못, 그 위에 놓인 아름다운 모양의 다리, 고요하면서도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나무 숲 등은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평안과 치유를 선사하는 휴식처다.

1.3에이커에 펼쳐진 언덕과 연못은 기부가 로레인 밀러 콜린스(Loraine Miller Collins)가 남편 얼 번스 밀러를 기념하기 위해 기부한 성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칼스테이트 롱비치 캠퍼스의 국제적인 교육 및 커뮤니티 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우아한 동양의 자태를 뽐내는 일본 정원은 현재 비주얼 아트와 과학 클래스의 야외학습 체험 장소는 물론 결혼식 등 커뮤니티의 휴식처의 역할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칼스테이트 롱비치는 또한 일본 가든 애프터눈 워크 투어와 다도 시음회,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일본 문화 체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주소: 1250 Bellflower Blvd.
Long Beach, CA 90840
•전화번호: (562) 985-8889
•자세한 정보: www.csulb.edu/~jgarden

3. 데스칸소 가든
라카냐다의 데스칸소 가든(Descanso
Garden)의 일본 정원은 일본의 국화인 벚꽃과 동백꽃이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 정자에서 즐기는 향기로운 차가 어우러진 곳이다.

우아한 곡선으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자리 잡은 ‘풀 문 티 하우스’(Full Moon Tea House)의 파란 기와는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으로 이른 봄에 만발하는 분홍빛 벚꽃과 자두꽃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데스칸소 가든의 일본 정원은 특히 남가주의 유명 봄 행사로 자리 잡은 벚꽃축제(Cherry Blossom Festival)로 유명하다.

올해는 3월24~25일 펼쳐지는데, 아름다운 벚꽃과 함께 일본 문화 체험도 가능한 행사가 함께 열린다.

눈처럼 흩날리는 환상적인 벚꽃 구경은 물론 동백꽃이 만발한 라운지에서 서브되는 정갈한 일본 요리와 일본 전통 차, 수공예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주소: 1418 Descanso Dr. La Canada
•전화번호: (818) 949-4200
•자세한 정보: www.descanso.com

<글·사진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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