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절·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음식’ - 잡채

2012-01-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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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채 듬뿍·쫄깃한 당면… 외국인들도 즐기는 일품요리

원조 잡채에는 당면 안 들어가
꽃으로… 해산물로… 다양한 맛


우리 명절 음력설이 다가온다. 명절 음식에 빠지지 않는 대표적 메뉴로 잡채가 있다. 비단 명절이 아니더라도 손님상, 일반 식사 때도 푸짐한 잡채 한 접시만 있으면 일품요리로 손색이 없다. 잡채는 만들기도 쉽고, 재료를 업그레이드 하거나, 고기를 빼는 등 여러 가지로 응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요리다.

지금이야 잡채에 당면이 빠진 것을 상상할 수 없지만 사실 잡채는 당면과 상관이 없는 음식이었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채소를 곱게 채 썰어서 섞어 무쳐낸 음식을 잡채라고 했고, 지금처럼 당면을 넣은 것은 1930년대 쯤 중국에서 당면이 들어오면서부터인 것으로 기록되었다. 정통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잡채에 당면을 넣고 맛과 질감까지 모두 살린 것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짭짤 달콤하게 양념된 쫄깃한 면발 때문인지 외국인들도 잡채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고기를 빼면 베지테리언 메뉴로도 훌륭하고, 고기나 해산물을 푸짐하게 넣으면 고급 요리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고기, 갈비와 함께 우리나라 대음 표식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맛있고 보다 건강식 재료로 만들어 발전시키면 좋겠다.


잡채요리의 요령은 갖가지 다른 재료들을 소금 간을 잘 하면서 따로 볶아내는데 있다. 당면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가지런히 채 썰어두고 기름, 소금, 후추와 깨끗한 논스틱 팬을 불에 올린다.

기름을 살짝 둘러 한 번 닦아내고 색이 연한 종류부터 일정한 소금, 후추 간을 해서 재빨리 볶아내면 된다. 각 재료가 적절히 밑간이 잘 되어 있으면 모두 합쳐 섞었을 때 조화로운 맛을 낸다. 진하게 전체 양념장을 준비해도 각각 재료의 밑간이 없으면 겉도는 맛을 내어 맛없는 잡채가 될 수밖에 없다.

당면은 끓는 물에 넣어 투명해지도록 삶아서 체에 밭쳐 물을 완전히 뺀 후에 양념한다. 색이 은근히 갈색이 돌도록 간장을 사용해 양념하면 맛있어 보인다. 다양한 맛을 내는 잡채요리들을 알아보자.


#잡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궁중요리- 당면 없는 ‘초잡채’
▶재료
무 300g, 소금 1/2큰 술, 미나리 30g, 숙주 30g, 당근 50g, 쇠고기 편육 60g, 대추 3알, 밤 3톨, 배 1/4개, 초장(다진 파 2작은 술, 다진 마늘 2 작은 술, 청장 1큰 술, 식초 1큰 술, 물 1큰 술, 설탕 1큰 술, 깨소금 1작은 술, 후추 약간)

▶만들기
1. 무는 0.3cm 굵기로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다.

2. 미나리는 다듬어서 4cm 길이로 썰고,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뗀 뒤 소금물에 살짝 데친다. 당근은 무와 같은 크기로 썰어 끓는 물에 데쳐 건진다.


3. 편육은 0.5cm 폭으로 채 썬다.

4. 대추는 돌려 깎아 다시 작게 썰고, 밤은 껍질을 벗겨 납작하게 썬다. 배는 채 썬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 초장을 만들어 둔다.

6. 절인 무를 비롯한 준비한 재료들을 그릇에 담고 초장을 넣어 고루 무쳐낸다.


#눈으로 먼저 먹는 노란 꽃의 ‘황화잡채’
▶ 재료
황화 마른 것 20g, 쇠고기 우둔살 100g, 마른 표고 2장, 목이버섯 불린 것 10g, 중간 크기 오이 1/2개, 도라지 80g, 양파 1개, 당면 60g, 석이버섯 불린 것 약간, 소금 약간.
고기와 버섯 양념장(간장 1큰 술, 다진 파 4작은 술, 다진 마늘 2작은 술, 설탕 1큰 술, 참기름 2작은 술, 깨소금 2작은 술, 후추 약간)
나물 양념(다진 파 1작은 술, 다진 마늘 1/2작은 술, 소금 1/2작은 술, 참기름 1/2작은 술, 깨소금 1/2작은 술, 후추 약간)
잡채 양념(설탕 1큰 술, 간장 1큰 술, 참기름 1큰 술)

▶ 만들기
1. 쇠고기는 채 썰고, 표고는 물에 불려서 기둥을 뗀 뒤 채 썬다. 목이버섯은 불려서 한 잎씩 떼 가면 손질한다.

2. 양념장을 만들어 쇠고기, 표고, 목이버섯에 나누어 넣고 고루 무친다. 기름을 두르고 각각 볶아내어 식힌다.

3. 황화는 물에 잠깐 불려 헹군 후 기름을 두르고 소금 간하여 살짝 볶아낸다.

4. 오이는 씨 부분을 도려내고 폭 0.5cm, 길이 4cm로 납작하게 채 썰어 소금에 절인 다음 물기를 짠 후 기름을 두르고 재빨리 볶아낸다.

5. 도라지는 가늘게 찢어서 소금을 넣고 주물러 씻어 쓴맛을 뺀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 양념하여 볶고, 양파는 길이로 채 썰어 기름에 볶아 소금 간 한다.

6. 달걀은 황백으로 지단을 부쳐 채 썰고, 석이버섯은 불렸다가 곱게 채 썬다.

7. 당면은 끓는 물에 넣어 부드럽게 삶아 잡채 양념의 반으로 고루 무친다.

8. 큰 그릇에 황백 지단(고명으로 쓸 것을 조금 남겨둔다), 볶은 나물과 당면에 나머지 잡채 양념을 넣고 간을 맞춘다. 지단과 석이버섯 채를 뿌려 얹는다.

*황화: 늦은 봄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리꽃으로 말리면 짙은 노란빛을 띠어 색감을 살리는 특별한 식재료로 사용했다.


#업그레이드 된 ‘해물잡채’
▶ 재료
당면 150g, 낙지 2마리, 불린 해삼 100g, 피망과 홍고추 1개씩, 죽순 1/2개, 참기름 1작은 술, 통깨, 소금, 후춧가루, 식용유 약간씩.
당면 양념(들기름과 참기름 1작은 술씩, 간장 1/2작은 술, 소금과 후추 약간씩), 양념장(간장 2작은 술, 다진 파 2작은 술, 설탕 1작은 술, 마늘 1작은 술, 후추 약간)

▶ 만들기
1. 낙지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후 6cm 길이로 썰어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볶아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해 둔다.

2. 불린 해삼도 낙지처럼 살짝 볶아낸다.

3. 홍고추, 피망과 죽순은 채 썰어서 준비한다.

4. 3의 채소들을 각각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하여 볶아낸다.

5. 당면 양념과 양념장을 만들어 둔다.

6. 당면을 끓는 물에 삶아내고 당면 양념장으로 무쳐둔다.

7. 볶은 해물과 채소에 양념장을 넣어 한 번 더 무친 다음 참기름과 통깨를 뿌린다.


#재미있는 당면 이야기
당면은 녹두나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의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다. 전분을 반죽해 일정한 틀에 떨어뜨려 면 모양을 만든 후 바로 익히고, 이를 건조한 것이 우리가 흔히 구입하는 당면이다.

1900년 이후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당나라의 ‘당’과 국수 ‘면’을 쓴다. 쫄깃한 질감이 특징이고 최고의 당면은 녹두 전분으로 만들어졌는데, 녹두 전분으로 만든 당면은 조리 후 금방 퍼지고 가격이 비싸서 현재는 우리식 당면의 재료로는 쓰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마켓에 가면 마치 흰 실을 뭉쳐둔 듯한 모양의 녹두 전분으로 만든 다양한 국수(mung bean noodle)를 구입할 수 있고, 중국요리에서 볶음, 탕 등에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당면이 조리했을 때 가장 쫄깃하고 쉽게 퍼지지 않는다. 옥수수로 만든 당면은 고구마로 만든 당면보다 쫄깃함이 덜하다.

우리나라에서 당면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12년 평양에서 일본인이 중국인으로부터 당면 만드는 기술을 배워 생산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이후 1920년대에 황해도 사리원에 공장이 생기는 것을 시작으로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소규모 업체에서 주로 생산했으며, 1986년 ‘오뚜기’가 고구마 전분을 이용한 당면을 출시하면서부터 다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명반’이란?
당면 포장에 ‘명반 무첨가’란 글이 빠짐없이 쓰여 있다. 당면 제조에 들어가는 명반(사진)은 ‘식용 암모늄 명반’, 즉 식용 알루미늄이다. 명반은 면발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기술력으로 명반 없이 쫄깃하게 만들었다고 선전하지만 기술력보다는 다른 대체 첨가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첨가물은 다름 아닌 카라기난으로 해조류에서 추출한 물질이다.

이는 물질에 사용했을 때 점도를 높여주는(두유에 넣으면 더 걸쭉한 질감을 내어 콩이 많이 들어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용도로 이용되며 두유, 요거트, 아이스크림, 가공 햄 등에도 널리 쓰이는 제품이다.

대체로 안전하지만 다량을 섭취했을 경우 소화기관에 궤양이나 대장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발견되어 신생아용 음식에 카라기난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할 수 없다고 했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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