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밖을 나서면 바다… 낭만 넘치는 물의 도시

2011-1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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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평식의 여행이야기 - 이탈리아 베네치아

문밖을 나서면 바다… 낭만 넘치는 물의 도시

베니스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곤돌라를 타보는 것이다. 한인 여행객들이 곤돌라에 오르고 있다.

샌마르코 성당·두칼레 궁전 등 곳곳 세계적 유산
뱃사공의 칸초네 들으며 즐기는 곤돌라 투어 백미


샌마르코 광장을 끝으로‘아드리아 해의 여왕’ 베네치아의 관광을 마친 후 난간에 걸터앉아 한껏 여유롭게 풍광을 음미하고 있는데 모녀의 언쟁이 들려왔다.“엄마, 아니라니까. 여기가 베니스야 베니스”란 딸의 말에 조금은 언짢은 듯 노인은 여행 일정표까지 꺼내어 보이며“봐봐 여긴 베네치아 맞잖아”라고 언성을 높인다.

영어가 국제 공용어 역할을 하고 있기에 발생한 작은 오해이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베네치아’와‘베니스’가 같은 도시임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베니스’는‘베네치아’의 영어식 명칭이다.‘이탈리아’가‘이태리’, 꽃의 도시‘피렌체’가‘플로렌스’라 불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베네치아는 문밖을 나서면 바로 바다이다. 섬과 갯벌을 메우고 물살이 고요한 베네치아 만에 거대한 굄목을 박고 흙과 자갈을 덮어 기초를 만든 뒤 돌을 쌓아 건설한‘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무려 400여개의 다리로 이어진 118개의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다. 올망졸망 모여 있는 섬과 섬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바닷물은 곧 길이다.


골목골목 미로처럼 뻗어 있는 이 물의 길은 교통로이다. 자동차가 없는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수상버스‘바포레토’나‘흔들리다’란 뜻을 가진 곤돌라 등이 자동차를 대신한다. 수상버스로 이동하며 원하는 섬에 내려 구경하고, 다시 배를 타면 되기 때문에 참 편리하다. 여유가 된다면 베네치아의 상징인 곤돌라가 좋다. 뱃사공이 부르는 낭만적인 칸초네를 들으며 날렵한 곤돌라로 이동하다 보면 빛바랜 파스텔 톤의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만나게 되고 그 사이로 보이는 한없이 푸른 하늘이 보인다.

골목골목 이채로운 물품 가득한 노점상과 도시를 가득 메운 관광객들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드리아 해의 맑은 물결, 이 모든 풍경들이 뒤범벅되어 찬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베네치아를 둘러보자.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6세기 무렵 형성되어 비잔틴의 지배를 받으면서 급속히 해상무역의 본거지로 성장했다. 10~12세기께 아드리아 해의 해상 무역권을 장악함으로써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도시국가로 발전했으며 동부지중해 지역과의 무역으로 얻은 경제적 번영을 바탕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십자군 원정에 힘입어 동방무역이 활발해지고 영토가 확대됨에 따라 14~15세기 초에는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후 도시경제의 쇠퇴, 페스트의 유행, 아메리카 발견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은 베네치아 공화국은 나폴레옹의 침입으로 종말을 맞이하고‘국가’에서 일개‘도시’로 전락한다. 결국 1866년 이탈리아 왕국에 편입되고 만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국제 영화제인‘베니스 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씨받이>(87년)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2년엔 <오아시스>로 감독상(이창동)과 신인배우상(문소리) 수상, 김기덕의 연속적인 경쟁부문 초청 등으로 우리들에게는 영화로서 더욱 친숙한 도시이다.


▶샌마르코 광장(San Marco Piazza)
수로를 타거나 골목골목 미로를 따라 걷다 보면 좁고 넓은 길과 크고 작은 광장들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탁 트이는 넓은 광장을 만나게 된다. 베네치아의 심장부 샌마르코 광장이다. 베네치아의 모든 길은 샌마르코 광장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방향에서든 샌마르코 광장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광장에 있는 315피트 높이 종탑에 오르면 수로가 미로처럼 퍼져 있는 독특한 베네치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의 건물들은 시대와 양식이 모두 다르지만 서로 절묘하게 조화되어 있다.

광장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는 소광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광장 양쪽에는 바다를 향해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기둥 위에는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사자상이 올려져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노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고 저 멀리 바다 위에는 범선과 곤돌라들이 보인다.


‘날씨 맑은 파리보다 우중충한 베니스가 낫다’ 말이 있을 만큼 이상적인 기후는 샌마르코 광장의 전경과 어우려져 나폴레옹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식’이라고 극찬했을 만큼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샌마르코 광장의 유서 깊은 카페 플로리안은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명소이다. 결혼식장에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결혼행진곡’을 작곡한 바그너,‘마지막 르네상스적 천재’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찾던 곳이다.


▶샌마르코 대성당(Basilica di San Marco)
베네치아의 중심인 샌마르코 광장은 샌마르코 대성당과 두칼레 궁전을 품은 핵심 관광명소다. 이방인이 베네치아의 심장부인 이 광장에 들어서면 우선 샌마르코 대성당이 시선을 제압당하게 마련이다. 지중해를 휘젓고 다닌 베네치아 사람들은 가까운 동로마제국의 비잔틴에 있는 소피아 성당을 본 따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혼합된 이 성당을 지었고 동방을 침략할 때마다 이 건축을 장식할 여러 가지 물건을 약탈해 왔다.

내부에는 미술사적으로 귀중한 금빛 모자이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기에 ‘황금 교회’라 불리기도 한다. 광장 주변의 건물들과 어울려 환상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성당은 12사도 가운데 한 명인 샌마르코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
베네치아를 다스린 베네치아 총독의 공식적인 거주지였던 두칼레 궁전은 고딕건축 양식의 백미로 꼽힌다. 최초의 건물은 마치 요새 같은 고딕양식의 건물이었지만 비잔틴, 르네상스, 동방의 건축 양식과 장식을 받아들여 독특한 조형미를 갖추게 되었다. 특히 궁전 내부에 있는 틴토레토의 대벽화‘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 중 하나로 유명하다.

건물은 흰색과 분홍빛의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회랑은 36개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칼레 궁전에는 두 개의 정문이 있는데, 샌마르코 대성당에 면한 쪽의 문을‘문서의 문’(Porta della Carta)이라 부른다. 문 위에 보이는 날개가 있는 사자는 베네치아의 상징이다.

이 문이 법정, 재판소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보니 상단부분에 저울을 들고 있는 법관이 부조화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외에도 수많은 부조들이 새겨져 있다.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기도 한 마가 성인이 자신이 쓴 마가복음을 들고 있는 모습도 있다.


▶탄식의 다리(Pontidei Sospiri)
두칼레 궁전 재판실과 프리지오나 감옥 사이에는 수로가 있고 이 수로를 건너는 다리가 ‘탄식의 다리’이다. 죄수들이 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옮겨지면서 아름다운 대리석 창문을 통해 넓은 바다를 내다보며 다시는 아름다운 베네치아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기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이 다리가 유명한 이유는 부조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수감되기 전 지나쳤기 때문이다.

근래에 다리를 배경으로 대형 광고판이 건물을 뒤덮어 버리자‘탄식의 다리’는 관광객들 사이에서‘광고의 다리’라는 조롱 섞인 별칭을 얻게 되었다.


▶리알토 다리(Ponte di Rialto)
베네치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르네상스 양식의 하얀 석조다리인‘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명물이다. 곤돌라를 타고 유람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계단식 다리 위에는 귀금속과 가죽제품 등을 파는 점포들이 늘어서 있으며 다리 주변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리알토 다리 주변은 상권의 중심가였다. 12세기께, 넘쳐나는 상품들과 한쪽 둑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배가 감당하지 못하자 다리 건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무명의 건축가‘안토니오 다 폰테’가 돌로 된 최초의 다리를 설계, 건축하였는데 공모전에서 역사적인 대가 ‘미켈란젤로’를 물리치고 건설권을 따냈다고 한다.

문의(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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