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전 상흔 고스란히… 이젠 관광명소로

2011-1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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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상흔 고스란히… 이젠 관광명소로

대성산에 세워진 승리 전망대. 중부전선의 전략적 요충지인 대성산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겨울이 찾아오는 곳으로 마주보고 있는 북한군의 요새 오성산 보다 높아 철책 넘어 깊숙한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철원군청 제공>

정찬열의 최전방지역 도보행진

<10> 철원군(1)

철원 팔경 외 안보관광·테마여행까지 즐길수 있어
대성산 승리전망대에 오르니 북녘 모습 생생히


군인들의 행군 소리에 잠이 깼다. 인근 부대에서 장병들이 아침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지난번 걷다 만 산양리에서부터 걸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이 선생이 오늘 가는 길이 군부대 지역이라 걸어서는 갈 수가 없을 거라며, 고개 넘어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고성 통일전망대 갈 때도 차를 타고 들어갔던 일이 생각났다.

이선생과 함께 트럭을 타고 출발했다. 부대 앞에서 군인들이 검문을 하고 있다. 차번호를 적고 인적사항을 확인하더니 통과시킨다. 걸어서 이 고개를 넘어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지? 통일전망대처럼 차를 얻어타고 함께 넘어가는가 싶다.

언덕이 가파르다. 길이 험해 말을 이용해서 전쟁 물자를 날랐던 연유로 ‘말 고개’라고 부른단다.

고개를 넘었다. 멀리 승리전망대가 보인다.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대북방송을 하겠다고 발표했던, 그러자 북쪽에서 만약 방송을 하면 즉각 대응 사격을 하겠다고 경고를 했던 그 전망대다. 사단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일 터질 뻔 했던 그곳이다. 전쟁과 평화가 간발의 차이라는 실감이 난다.

왼쪽으로 대성산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추운 곳. 겨울이 오면 대성산 고지에 얼음이 얼었다고 뉴스에 보도 되던, 바로 그 곳이다. 6.25때 대성산 전투로도 유명하다.

이 선생이 친구네 비닐하우스 앞에 멈췄다. 오가는 길에 만난 나그네에게 이틀씩 잠을 재워준, 따뜻한 정을 잊을 수 없다.

철원군에 들어섰다. 바람이 세다. 길이 갑자기 넓어진다. 고속도로다. 고속도로를 걸어가면 빠르긴 하지만 사람도 만나고 풍경도 보면서 나긋하게 걸어가는 재미가 훨씬 덜하다.
김화다. 김화농협 울타리에 배너가 걸려있다.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0000원으로 쌀 대란 해결하자” 철원군 농민회에서 내 건 배너다. 가려진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가려진 부분에 김화 농협에서 내건 배너가 걸려있다.


“배너 둘을 나란히 걸어도 충분할 만큼 울타리가 넓은데 왜 곁에 있는 배너의 앞부분을 가렸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가려진 부분을 들추어 보았다. 가려진 부분은 “<북녘쌀 지원>으로 쌀 대란 해결하자”에서 ‘원’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전후사정이 대충 이해가 되었다.

서면 무내미 마을을 지난다. ‘청정 오대미 무내미 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모심는 기계를 몰아 혼자 모를 심고 있다.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자~자, 못줄을 띄어가며 모 심었던 시절이 눈에 삼삼하다. 그런 풍경은 그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세상의 변화가 이렇게 빠르다.

와수리에서 두 아주머니를 만났다. 나물 캐러 간다는 젊은 주부들인데 쇼핑백을 들었다. 군인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봄나들이 가는 처녀 같다. 이 지역에 특별한 생을 살아가는 분이 있냐고 묻자, 이용삼 의원을 아느냐고 묻는다.

기억난다. 방송통신 대학을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고, 국회의원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작년에 작고했다는데 이 지역 출신인줄은 몰랐다.

■ 철원 명소

철원군은 한국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군사 지역이자, 볼거리가 풍부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한탄강은 래프팅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 최고의 명소가 되고 있으며, 잘 보존된 자연은 도시인들에게 신선한 기운을 선사한다.

1. 철원팔경

철원을 대표하는 8개의 명소를 뜻하는데 ▲고석정 ▲삼부연 폭포 ▲직탕폭포 ▲도피안사 ▲매월대폭포 ▲토교저수지 ▲순담 ▲제2땅굴 등이다. 이밖에 많은 문화유적들이 숨쉬고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 안보관광

군사지역답게 안보와 관련된 곳들이 많다. 노동당사가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채 보존돼 있고, 각 사단 지역에는 전망대가 있어 북쪽 땅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북한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백마고지 기념탑도 철원에 위치해 있다.

3. 테마여행

철원은 철새들의 낙원이다. 희귀 조류를 살피는 ‘철새 탐조관광’을 비롯해 한탄강을 주변을 돌아보는 코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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