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깡통주택 페이먼트 계속? 아니면 포기?

2011-10-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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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반등기미 없고… ‘선택’ 놓고 고민

깡통주택의 숫자가 다시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코어로직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깡통주택’의 숫자가 1,090만채로 늘었다. 깡통주택이란 주택담보 대출액이 주택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재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불안요소다. 깡통주택은 결국 모기지 연체나 차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깡통주택의 숫자는 당분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깡통주택 상황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은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모기지를 계속 갚아나가야 할 것인가 혹은 차압을 선택할 것인가 등 다양한 고민이 생긴다. 깡통주택 상황에 처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10년간 납부기록 깨끗하다면 구체프로그램 통한 재융자 신청 가능
은행 직접 접촉 대출조건 조정 신청도 ‘숏세일’은 대출금 삭감받는 기회 제공


■ 모기지 계속 납부
주택가격이 계속 떨어져 주택담보 대출액을 밑돌게 되면 주택 소유주들은 주택 소유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라진다. 당장 모기지 페이먼트를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모기지 페이먼트를 중단하려니 차압이 우려돼 쉬운 결정도 아니다.

비록 현재 소유한 주택이 ‘깡통주택’ 상황이지만 그래도 모기지 페이먼트를 계속하면서 살기로 결정했다면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자신의 현재와 미래 재정상황을 고려해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모기지 페이먼트를 더 할 수 있는 가를 점검한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이 1~2년 사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당장은 주택가격 추가하락이 예상되고 적어도 수년 내에는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깡통주택’ 상황이 수년 뒤에도 여전히 깡통주택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택 관리비용도 고려해 봐야 한다. 주택을 보유하게 되면 모기지 비용뿐만 아니라 관리 비용도 발생하게 마련이다. 재산세 비용부터 각종 수리비용까지 크고 작은 비용 부담이 생기는데 ‘깡통주택’ 상황이라면 이같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 재융자
‘깡통주택’인데 어떻게 재융자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당연한 의문으로 모기지 원리금이 주택시세보다 높으면 현실적으로 재융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 구제방안으로 연방 정부가 ‘깡통주택’ 소유주들에게도 재융자의 길을 열어줬다.

깡통주택 소유주 구제 프로그램인 ‘HARP’(Home Affordable Refinance Program)을 통하면 깡통주택 소유주도 재융자가 가능하다. 프로그램 종료시한이 내년 6월 말로 1년 더 연장된 HARP의 신청자격은 국책 모기지 은행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발급했거나 보증을 선 융자 대출자에게만 해당된다. 과거 모기지 체납기록이 전혀 없어야 신청자격이 주어지는데 패니매의 경우 과거 12개월 간 30일 이내 체납기록 한 차례가 넘지 않는 대출자까지는 눈감아 준다. 반면 프레디맥 대출자의 경우 과거 12개월간 모기지 체납기록이 전혀 없어야 HARP를 신청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으로부터 재융자를 받기 위해서는 모기지 페이먼트를 한두 번쯤 체납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대출자가 많은데 HARP 신청 자격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또 HARP 신청을 계획 중이면 최근 1년 간 모기지 페이먼트 기록을 꼼꼼히 점검해 체납 여부가 있었는지 미리 확인한다.

최근 연방 정부가 HARP 실시를 1년 더 연장하면서 몇 가지 조항을 정비했다. 우선 HARP의 신청자격 중 하나가 융자 발급시기였는데 이 중 일부가 조정됐다.
기존 패니매 융자의 경우 2009년 3월1일 이전 발급, 프레디맥 융자의 경우 2009년 6월1일 이전에 발급됐어야 신청자격이 주어졌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패니매 융자 발급시기가 프레디맥과 같은 2009년 6월1일로 조금 늦춰졌다. 따라서 HARP를 신청할 수 있는 대출자의 수가 변동 전보다 늘어났다.


■ 대출조건 조정
깡통주택 상황이라면 은행에 대출조건을 조정해 달고 요청해볼 수 있다. 대출조건 조정은 흔히 융자 재조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모기지 대출 은행과의 협상을 통해 이자율 등의 대출조건을 완화해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대출자의 현재 상황, 대출 은행의 규정, 협상 결과에 따라 대출조건 조정 결과가 한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적용되기도 한다.

연방 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모기지 대출조건 조정 프로그램 ‘HAMP’(Home Affordable Modification Program)
의 규정에 따르면 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이 소득세 납부 전 가구 소득의 31% 이상이고 현재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이 증명되면 대출조건 조정이 가능하다.

독립적으로 대출조건 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은행도 많기 때문에 만약 HAMP 규정에서 제외된다면 대출 은행과 직접 연락을 취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조건 조정에 성공해도 ‘깡통주택’ 상황은 크게 변동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이자율 조정을 통해 매달 납부하는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을 낮춰주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행과의 협상에 따라 일부 대출자는 모기지 원금을 삭감 받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대출조건 조정에 나서려면 은행 측이 모기지 원금을 덜어줄 의향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만약 모기지 원금이 줄어든다면 삭감액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세무 전문가와 미리 상의한다.


■ 숏세일
‘숏세일’(short sale)이란 주택담보 대출금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처분하는 것이다. 대출 은행 측의 거래 승인과정이 필요하고 일반 주택거래 과정에 비해 다소 까다롭고 시간도 더 지연된다. 주택가격이 단시간 내에 회복되지 않는 한 숏세일 거래는 깡통주택 소유주에게 시세와 대출금의 차액을 삭감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차압 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숏세일 거래를 승인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또 숏세일 승인과정에 소요되던 기간도 최근 크게 단축되고 있어 ‘깡통주택’ 소유주들의 숏세일을 통한 주택 처분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깡통주택’ 소유주가 숏세일 거래 때 주의할 점은 대출조건 조정 때와 마찬가지로 차액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숏세일을 통해 삭감되는 매매 가격과 대출금 간의 차액이 소득으로 인정될 경우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세무 전문가와의 상의가 필요하다.

또 일부 2차 융자 대출은행은 숏세일 거래는 승인하면서도 대출금은 삭감해 주지 않고 주택매매가 완료된 후에도 계속 납부를 요구하기 때문에 숏세일 거래 완료 전 확인이 필요하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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