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멜 깁슨이 유대영웅 영화화, 말도 안돼”

2011-09-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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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6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됐을 때 반 유대인 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었던 할리웃의 말썽꾸러기 멜 깁슨(사진)이 워너브라더스와 함께 기원 전 유대인들의 영웅이자 전사인 주다 매카비의 삶을 영화로 만든다고 발표를 하면서 유대인 단체들이 일제히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깁슨은 매카비의 삶을 자신의 제작사인 아이콘을 통해 만든다고 발표했는데 본인이 감독을 할지 또는 매카비로 주연을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각본은 현재 ‘원초적 본능’의 각본을 쓴 조 에스터하스가 쓰고 있다.

전설적인 전사 주다 매카비의 삶
워너 브라더스와 제작 계획 발표
유대계 단체 “모욕이다” 격한 반발

매카비는 기원 전 2세기의 유대인 용사로 전사들을 이끌고 그리스와 시리아군을 공격해 승리한 전설적 인물. 유대인의 명절인 하누카 때는 촛불을 켜들고 매카비의 전공을 기념한다. 그런데 깁슨은 매카비의 봉기가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어 오래 전부터 이 얘기를 영화화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고 신문들이 보도했다.


한편 깁슨이 매카비의 삶을 영화화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에이브러험 폭스 반 유대인 모욕단체 회장은 성명을 통해 “유대인들의 영웅이요 종교적 자유를 위한 투쟁의 범세계적 영웅인 주다 매카비는 이보다는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매카비의 얘기가 다른 사람들의 종교적 개념에 무관심하며 또 그것을 존경하지도 않는 사람에 의해 얘기된다는 것은 우스갯짓에 지나지 않는다”고 맹공격을 가했다.

또 유대인 권익옹호단체인 사이몬 위젠탈 센터도 성명을 내고 “워너브라더스가 깁슨에게 매카비의 얘기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마치 주식사기를 쳐 수많은 피해자를 내고 옥살이를 하고 있는 버나드 매도프에게 연방 증권거래위 위원장 자리를 제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것은 모욕이다”라면서 “깁슨은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 과거의 잘못은 깁슨의 반 유대인 발언을 말하는데 깁슨은 그 사건 후 사죄를 했지만 유대인 단체들은 그것을 한낱 형식적 발언으로 간주하고 있다. 유대인 단체는 깁슨이 나치하의 유대인 수용소를 방문하거나 신문에 사과문을 내는 등 행동으로 잘못을 뉘우치길 요구하고 있지만 깁슨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극보수 기독교 신자인 깁슨은 지난 2004년 자신이 제작하고 감독한 블락버스터 ‘예수의 수난’ 개봉 때도 유대인들의 큰 반발을 받았었다. 유대인들은 영화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장본인들을 유대인들로 묘사했다며 영화 보이콧 운동까지 펼쳤었다.

깁슨은 또 지난 여름에는 자기 아기를 낳은 동거녀와 싸우면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었다.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유대계로부터 이렇게 격렬한 반발을 받고 있는 매카비의 얘기가 과연 현실화 될지 의문인데 전문가들은 유대인들의 압력에 워너브라더스가 손을 들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독불장군식의 깁슨은 워너브라더스가 물러날지라도 자신의 제작사 독단으로 영화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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