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석 채소 피망·파프리카| 아름다운 색감·아삭한 질감

2011-09-21 (수)
크게 작게

▶ ■ 맛과 영양 살리는 요리법

피망, 파프리카, 그린페퍼, 벨 페퍼, 스윗 페퍼, 단 고추… 이렇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피망은 색상과 단맛의 정도가 다른 것 외에는 딱히 다른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순한 맛과 화려한 색감 때문에 한국에서는 단 고추, 보석채소 등의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 탐스럽고 아름다운 색감의 채소에 대해 알아보자.

일단 이름의 기원부터 파헤쳐 보자. 원조 격인 짙은 초록색 껍질의 피망(piment)은 프랑스어, 후발자 파프리카(paprika)는 독일어, 스윗 페퍼(sweet pepper) 또는 벨 페퍼(bell pepper)는 물론 영어로 각기 다른 나라의 언어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고추에서 출발한 한 형제, 이름이 달리 불리는 이유와 가장 좋은 요리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피망은 고추의 매운맛을 없애고 개량하여 생산한 것이 그 시작이다. 미국에서는 그린 페퍼, 그린 벨 페퍼가 모두 피망이다. 아삭한 질감과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매운맛이 없는 대신 특유의 쓴맛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피망은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로 꼽히기도 한다. 탐스러운 형태로 가판대에 오르지만 실제 우리가 먹는 피망은 아직 덜 자란 미성숙한 과실의 상태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동물에게 먹히지 않도록 쓴 물질을 분비하게 된다. 미성숙한 피망은 초록색을 띠지만 다 자라면 빨갛게 익고 쓴맛도 달아진다.

씁쓰레한 맛을 즐기는 어른들이 덜 자란 피망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아이들은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채소의 오명을 갖게 됐다. 피망의 쓴맛은 열을 가하면 분해된다. 그러나 피망을 자르면 쓴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분해되지 않는 결과가 생긴다.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잘게 다져 볶아봤자 여전히 손사래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피망은 통째로 익히는 것이 가장 좋다.

요리 채널을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셰프가 스토브 탑에 불을 올리고 피망 하나를 턱! 얹어 껍질을 새까맣게 태우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요리법이 피망의 쓴맛을 없애고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좋은 예다. 껍질을 모두 태워서 벗겨내면 촉촉한 속살을 만나게 되는데, 밀폐용기에 보관하거나, 한번에 많이 만들어 올리브오일에 절여두면 각종 요리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