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통 일식메뉴 ‘오마카세’ 타운서 저렴하게 즐긴다

2011-09-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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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쇼군

정통 일식메뉴 ‘오마카세’ 타운서 저렴하게 즐긴다

오마카세’ 메뉴의 푸짐한 사시미. 심 사장의 설명까지 곁들이니 입, 눈, 귀 모두 즐겁다. / ‘찻잔에 계란을 찐다’라는 뜻의 ‘차왕무시’. / 육해공이 다 들어가 있는 주전자 찜 ‘도베무시’. / 심 사장의 특별 소스로 버무려진 전어회 무침. 맛이 새콤달콤하다. / 무순과 와사비를 얹은 멸치 스시(위)와 성게를 얹은 갑오징어 스시.

일본 전통음악이 흘러나오는 조용한 분위기, 조그마한 다다미방에서 서로 담소를 나누며 한접 시 한 접시 담겨 나오는 에피타이저와 스시를 조심스럽게 먹는 모습. ‘정통 일식집’하면 떠오르는 분위기다.

나오는 음식의 양에 비해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아무리 좋은 생선과 재료를 썼다지만 ‘이건 너무하다’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도 가끔 그런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정통 일식집이 생각날 때가 있지 않은가. 오늘은 한인타운 내 정통 일식 스시만을 고집하는 뉴 쇼군(사장 심성현)을 찾았다.


시즌별 최고 재료로 만든 ‘주방장 추천 메뉴’
매니아 생겨… 멸치 스시도 “먹어보면 반해”



스시 바에 앉자 가지런히 손질돼 있는 여러 종류의 생선들이 눈에 띄었다. 심 사장은 그 중 하나를 골라 능숙한 손놀림으로 ‘뚝딱’ 스시 하나를 내주며 스시맨 심 사장과 ‘뉴 쇼군’의 모든 스토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심 사장은 스시를 만드는 일만 30여년 넘게 해왔다. 18세 때 우연히 ‘스시’를 맛본 후 신선한 충격을 받고 별 고민 없이 스시맨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울 종로의 ‘부산 초밥’을 비롯 여러 일식집을 거치며 스시맨으로 성장했고 198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한 호텔 일식집의 초청을 받아 해외로 날아갔다.

그리고 1986년, 미국으로 건너와 씨푸드 레스토랑 ‘토다이’의 일식 셰프로 미 전역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스시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심 사장이 지금의 ‘뉴 쇼군’을 시작한지는 3년 남짓. 스시 경력 33년의 배테런 심 사장이라도 일식집 운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8년 지금의 가게를 인수한 당시 미국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인타운 내 ‘정통 일식집’이라는 이미지가 점점 알려지면서 일식 매니아층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법 단골손님도 생겼다고 한다. 심 사장은 ‘뉴 쇼군’의 대표 음식으로 ‘오마카세’를 소개했다.

“아직도 ‘오마카세’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오마카세’란 일본어로 ‘맡긴다’라는 뜻으로 셰프가 알아서 해주는 음식을 뜻한다. 시즌별로 혹은 그날 그날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으로 스시와 사시미를 제공하는 ‘주방장 추천 메뉴’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생선에 앨러지가 있는 분들이나 개인의 취향까지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1:1 맞춤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오마카세’는 에피타이저를 비롯해 사시미 2접시, 스시 1접시, 덴뿌라 등 혼자는 다 먹지도 못할 메뉴들이 줄줄이 이어 나오는데 가격은 1인당 85달러다.
“정통 일식을 찾아 멀리 가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마카세의 메뉴는 보통 베벌리힐스나 다운타운 일식당에서는 150달러에서 200달러선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도 저렴하죠.”


심 사장은 “생선 종류와 질에 따라 찍어 먹는 소스도 다르다”며 회를 먹는 노하우를 알려줬다. 참치는 생와사비를 살짝 얹어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란다. 평소 먹었던 참치회의 맛과는 달랐다. 도미는 레몬과 소금을 뿌려 간장에 찍지 않고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짭짜름하고 새콤한 맛이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광어와 농어는 ‘폰즈’라는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이 더 좋았다. 역시 ‘음식을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더 맛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시는 원래 손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심 사장은 “주방장이 즉석에서 스시를 만들어주면 손으로 살포시 스시를 감싸듯 받아 먹는 것이 스시를 제대로 즐기는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심 사장에게 요즘 잘 나가는, 인기 있는 스시가 무엇인지 묻자 “가을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농어, 전어, 고등어, 꽁치, 갈치 등이 인기가 많다”며 “멸치 스시도 의외로 맛있다. 손님들에게 멸치 스시를 권하면 의아해 하시면서도 맛있다고 칭찬을 한다”고 말했다.

‘뉴 쇼군’은 오마카세 메뉴 이외에도 일정식(런치 25달러/디너 45달러), 스시롤 등 일반 메뉴도 판매한다. 심 사장은 “런치메뉴는 25달러에 스시/사시미는 물론 차왕무시, 랍스터죽, 야끼모노, 츠케모노 등 여러 일본 정통음식들이 제공되니 정말 푸짐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식은 이름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심 사장이 스페셜로 내놓은 음식에 호기심이 갔다. 일식집에 가면 계란찜처럼 생긴 음식이 나오는데 정확한 이름은 ‘차왕무시’였다. ‘차왕무시’는 ‘찻잔에 계란을 찐다’는 뜻으로 은행, 새우, 흰살 생선, 송이버섯 등을 넣고 찐 음식.

또한 주전자에 담겨 나온 ‘도베무시’라는 음식은 자연송이 버섯, 닭가슴살, 흰살생선 등 육해공이 다 들어가 있는 ‘꽉 찬’ 음식이었다. 다시로 시원하게 우려낸 국물을 찻잔에 따라 모두 마신 뒤 주전자 뚜껑을 열어 안에 가득한 재료들을 집어먹으면 된다.

스시 바에 앉아 심 사장에게 사시미와 스시 먹는 법에 대한 설명도 듣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진정한 스시 매니아라면 ‘뉴 쇼군’의 ‘오마카세’ 메뉴를 찾아보자.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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