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치 전범, 해치웠는 줄 알았는데…”

2011-09-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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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빚 (The Debt) ★★★ (5개 만점)| 이스라엘 스파이 그린 스릴러

“나치 전범, 해치웠는 줄 알았는데…”

레이철(왼쪽)을 놓고 삼각관계를 이룬 동료 스파이 데이빗(가운데)과 스테판이 맞서고 있다.

국가와 함께 서로가 상대방에 진 빚 때문에 오랜 세월을 시달리는 3명의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 소속 스파이들에 관한 실팍한 서스펜스 스릴러로 플롯이 다소 허황되긴 하나 액션과 긴장감 그리고 삼각관계까지 있는 보고 즐길 만한 통상적인 장르영화다.

스타급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시간과 장소를 넘나들면서 물 흐르듯 하는 연출 그리고 단단한 구성과 촬영 등 여러 모로 잘 만든 영화이지만 스파이 복수극에 섞어 넣은 사랑의 얘기가 너무 신파적이고 마지막 클라이맥스가 자연스럽다기보다 억지로 조작한 것 같아 거의 싸구려 티까지 난다.

보다 깊이 있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또 감정적으로도 풍성하고 다양한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영화가 편안한 것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아첨하느라 철저한 오락영화로 그치고 만 것이 아쉽지만 박력 있고 재미있다.


1997년. 은퇴한 모사드 스파이 레이철 싱어(헬렌 미렌)가 30년 전 두 동료 스파이와 함께 동베를린에서 악명 높은 유대인 수용소 비르케나우의 나치 외과의 보겔을 납치 살해한 전설적 사실을 책으로 낼 준비를 하면서 시작된다.

이 때 전 남편으로 이 작전에 참가한 스테판(탐 윌킨슨)이 나타나 제3의 스파이였던 데이빗(키아란 힌즈)이 자살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보겔이라고 하는 남자가 나타났다고 통보한다. 그렇다면 죽은 보겔은 과연 누구인가.

영화는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레이철이 우크라이나로 떠나면서 3인의 과거가 회상식으로 길게 진행된다.

1966년. 젊은 모사드 요원 데이빗(샘 워딩턴)과 레이철(제시카 채스테인) 및 스테판(마턴 소카스)은 동베를린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나치 전범 보겔을 납치할 치밀한 계획을 짠다. 그를 납치하는 계획과 실행이 주도면밀하고 박진감 넘친다.

셋은 보겔을 낡아빠진 어두컴컴한 아파트에 가둬놓은 뒤 이스라엘로 호송할 계획을 마련하나 이 계획이 실패하면서 적국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이로 인해 세 사람 간에 갈등이 생기는데 설상가상이라고 레이철이 데이빗과 스테판의 애정의 목표가 되면서 두 남자 간에 치열한 라이벌 의식이 성립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이 세 사람을 평생 놓아주지 않을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얘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레이철은 단신으로 우크라이나에 도착해 보겔이라는 남자를 찾아내 정면으로 대결하면서 뚱딴지같은 액션이 일어난다. 그리고 마침내 보겔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러나 이 현재 부분은 과거의 얘기보다 흥미도 약하고 또 얘기도 부진하다. 다만 끝에 가서야 보겔의 정체를 밝혀 관객은 그 때까지 숨 죽여 기다리면서 궁금해 하게 된다. 과거에 나오는 젊은 배우들보다는 스크린에 나오는 시간이 짧지만 현재의 은퇴한 스파이들로 나오는 미렌과 윌킨슨 그리고 힌즈의 모습과 연기가 보기 좋다. 존 매든 감독.

PG-13. Miramax.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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