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주, 알고 드시나요

2011-08-17 (수)
크게 작게

▶ 사랑받는 우리 전통의 술에 어떤 사연 있을까

소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이다. 이런 저런 술자리에서 자주 마시는 술이지만 그 유래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준식 교수가 쓴 책 ‘그릇, 음식 그리고 술에 담긴 우리 문화’의 내용을 참고로 몇가지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고려말 몽골서 유입
귀한 쌀 사용해야 해

서민 술 아닌 ‘귀족 술’
1965년 순곡주 금지령
희석식 소주 대중화



국민, 서민의 술로 여겨지는 소주는 우리 고유의 술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소주는 고려 말 몽골의 지배 때 들어온 몽골의 것이다. 그때의 소주는 지금 우리가 마시는 희석식 소주(소주의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든 화학주를 희석해 만든 것)가 아니라 전통 방법으로 만들어낸 증류주로 40도가 넘는 독한 술이었다.

고려 말 안동에 몽골의 병참기지가 있었는데, 몽골군은 말을 타고 소주를 마시고 다녔다고 하니 군대가 있는 곳에서 소주를 만들던 것이 전통으로 전해져 오늘날 안동소주가 대표적인 전통 소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안동소주의 도수는 45도 정도로 매우 도수가 높다.

옛날의 소주는 귀한 쌀을 써야 하고 한 번에 만들 수도 없어 가격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귀족들이나 마실 수가 있었고, 사정은 조선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곡물이 귀할 때라 종종 곡물주 제조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 소주잔이 작은 이유
조금만 마셔도 금방 취해버리는 독한 술이기도 하고 가격이 비싸 귀하게 여겨 조심스럽게 작은 잔에 따라 먹게 되면서부터 작은 잔은 아예 소주잔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가끔 호기 부리기 좋아하는 사대부들이 더운 여름철 큰 잔으로 소주를 마시다가 죽는 일도 꽤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이 마시는 위스크, 코냑, 보드카, 고량주 등이 모두 40도짜리 술이며, 요즘 시판되는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는 희석식 소주는 보통 21~19도 사이이다.

■ 소주가 국민술이 된 배경
박정희 정권 시절 1965년 쌀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순곡주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더 이상 재래식 소주를 만들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은 하는 수 없이 고구마를 주 원료로 만든 희석식 소주를 마시게 된다.

소주가 안 되면 막걸리라도 마실 만한 게 나오면 좋았겠지만 막걸리 역시 곡식을 사용해 만드는 술이므로 질 낮은 수입산 밀가루나 옥수수로 만들다보니 품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맛없는 제품이 생산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은 순하고 값싼 희석식 소주에 매달리게 되었다.


■ 술이 약주로 불리게 된 이유
극심한 가뭄 등으로 한반도에서는 수많은 술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조선 영조 때를 제외하고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는데, 특히 양반들이 소주를 약이라고 하며 먹어서 처벌을 면하였고 이때부터 ‘약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좀더 정확하게 보면 보통 청주를 약주라고 부르는데, 그 배경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태종대왕 때 큰 가뭄이 들자 약재를 넣은 술을 제외하고 모두 금지하는 조칙을 내리게 된다.

이때 양반들은 그네들이 마시던 청주를 약주라고 부르면서 계속 마시게 되고, 그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양반들이 먹는 술은 모두 약주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은영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