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기보유 계획이라면 지금 집 사라”

2011-08-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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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전망

주택 가격의 추락이 끝이 없어 보인다. 대표적인 주택 가격 지표인 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 5월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도 약 4.5%나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8개월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함과 동시에 주택 시장 회복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시세가 이미 10년 전인 2002년 중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5월 중 주택 가격이 전달 대비로는 8개월 만에 처음으로 ‘깜짝 상승’했다.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5월 중 20개 주요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4월보다 1% 상승했다.

주택 구입 시기에 대한 바이어들의 결정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한 엇갈린 해석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월별대비 가격 상승이 주택 시장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예측이 힘든 주택 시장의 전망을 케이스-실러 지수의 공동 창시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입을 통해 알아보자. 경제 전문지 키플링어가 실러 교수와 실시한 인터뷰를 소개한다.


여름철 가격상승은 회복신호로 보기 힘들어
장기적으론 5년간 최소 10% 추가하락 예측
‘깡통주택’·모기지 연체율 등이 시장 위협요소


- 가장 최근 지수에 비춰본 주택 가격은 전망은?
주택 가격 월별 상승 소식에 나도 기쁘고 한달 전보다 낙관적으로 주택 시장을 관망중이다. 하지만 계절적으로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여름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몇 개월 간 더 주택 가격이 추가 상승하더라도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주택 가격 상승세가 얼마나 강한지와 여름철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지 등이 주택 시장 회복과 관련된 관전 포인트다.

장기적으로 볼 때 향후 5년간 주택 가격이 10~25%까지 추가 하락(인플레이션 감안)할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 가격은 한 방향으로만 장기간 향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가격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여러 주택 시장 지표들도 여전히 취약해 주택 시장이 당분간 불안한 시기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경제도 여전히 성장 중이며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점 등은 주택 가격에 회복에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시기상의 문제일 뿐 주택 수요는 결국 살아나고 주택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다.


- 지금을 주택 구입 적기로 보나?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택 대출 금리가 낮고 주택 가격도 이미 상당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 구입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결정사항으로 각 구입자의 상황을 따져본 뒤 구입 적기인 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현재 주택을 구입해 장기간 보유할 목적이라면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로 구입에 적극 나서라고 조언하고 싶다. 반면 주택 구입 후 수년 내에 처분할 구입자라면 지금 주택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향후 5년간 주택 가격이 약 15% 정도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왜 여전히 주택 구입을 망설이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우선 소비자들의 주택 시장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 가격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는 소비자들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취약한 고용시장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실업률이 여전히 상승중이고 특히 장기(27주) 실업률은 기록적으로 높아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취업중인 소비자도 미래 고용 상태에 대해 불안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 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주택 대출 시장에 신용경색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대출 기관들의 대출 기준이 까다로워져 5년 기준으로는 이제 주택 구입에 필요한 ‘돈’을 구하기 힘들어졌다. 주택 대출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아진 점도 주택 구입자들의 구입 결정을 가로 막고 있다.


- 일본 부동산 시장과 같은 (더딘 회복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나?
일본 부동산 시장의 예는 극단적인 비교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 모델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경고로 삼아야 함에는 틀림없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성향의 거품이 꺼진 후에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일시에 비관적으로 바뀌고 회복에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80년대에 주택 시장은 물론 주식 시장이 동시에 호황을 누린 바 있다. 90년대에 이같은 호황이 일시에 사라지며 두 시장 모두 현재까지 신음중이다.


케이스-실러 지수
공동 창시자


■ 로버트 실러는
‘케이스-실러’지수의 공동 창시자로 현재 예일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특히 ‘심리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 중 연방 정부의 주택 시장 보조금 정책에 대한 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러 교수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각종 주택 시장 보조금 정책을 지속할 경우 주택 소유주들의 재정 자립도가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 장치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칼럼을 통해 경고한 바 있다.

또 실러 교수는 주택 소유주들의 삶이 주택 시장의 급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위한 새로운 주택 금융 기관 설립을 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식량난 우려에 농장부지 하락 폭은 미미”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전망


- 현재 주택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는?
질로우닷컴에 따르면 현재 ‘깡통 주택’의 숫자가 1,200만채에 육박한다고 한다. 만약 이들 깡통 주택 소유주들이 만약 차압을 선택한다면 저가의 급매성 매물 공급이 넘쳐나며 주택 시장에는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모기지 연체율도 걱정거리다. 이미 연체율이 높은데 만약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 연체율이 더욱 높아지고 결국 대량 주택 차압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가 최근 주택 시장에서의 역할 축소에 나서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국책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 패니매 등은 대출 은행이 발급한 모기지를 재구입하는 방식으로 주택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기관이 융자액 상한선 인하 움직임을 보이며 역할 축소에 나서고 있는데 주택 시장 회복에는 위협적인 요소다.


-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지난해 발언대로 현재 주택 가격이 ‘더블 딥’ 상태다. 최근 주택 시장 상황이 경제 ‘더블 딥’으로 이어질 수 있나?
향후 수개월이 관건이다. 만약 여름 기간에 주택 가격 상승폭이 미미하고 실업률이 계속해서 오른다면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예상치가 평균 2%대의 경제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데 이같은 성장률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다만 향후 수개월간의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경제 성장 예상치가 얼마든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 농장부지 가격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맞다. 농장 부지도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주택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농장 부지의 가격은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주택의 경우 공급이 과잉 상태였던 반면 농장 부지는 신규 공급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 위기가 대두되고 있어 농장 부지가 절실한 상황이라 농장 부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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