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부 지나친 개입’ 이 회복 걸림돌

2011-07-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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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기 이후 정책과 평가

‘정부 지나친 개입’ 이 회복 걸림돌

주말을 맞은 지난 9일 주택가 인근 도로변에 오픈 하우스를 알리는 간판이 즐비하다. 집을 팔고 사려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 탓이라고 지적한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자금 쏟아 부은 후 대출 억제 시기 부적절
차압방지 모기지 조정 프로그램도 실패작
“시장 스스로 해결책 찾도록 정부 손떼야”

바이어는 집을 사기 힘들고 셀러는 집을 팔기 힘든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주택 대출조건 강화로 바이어는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힘들어졌고 차압 및 숏세일 매물이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탓에 가격을 웬만큼 내려도 바이어를 찾기 힘들다.

주택 구입조건이 최적기로 주택 구입 희망자 비율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시장이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중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주택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한 결과로 오히려 주택시장 회복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실시한 부동산 관련 정책에 대한 업계의 평가를 분석한다.


■정책 시행시기 혼선이 주택시장 회복 지연시켜
연방준비은행(Fed)은 지난달 하향 조정된 올해 경제 성장 전망치를 발표했다.

지난 4월 전망치였던 3.1~3.3%로부터 2.7~2.9%로 하향 수정했다. 당시 Fed가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을 들었다.

밴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달 발표에서 “현재 경제 성장이 기대보다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주택시장 부문 때문”이라며 주택시장의 부진을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직접 지목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경제 회복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는 정부의 정책 혼선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엄청난 자금을 주택시장에 쏟아 부으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주택 수요를 살리기 위해 약 16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 주택 구입자 세제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는데 전력투구했다.

동시에 이자율 상승을 막기 위해 금융시장에 무려 1조달러를 풀어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을 매입했다. 결과 주택 수요가 상승하고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는 등 정부 지원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후 실시되고 있는 금융시장 개혁안이다. 현재 연방 정부는 국책 모기지 은행인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을 앞세워 주택 대출 조건에 대한 대수술에 나서고 있다. 대출자의 크레딧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높여 금융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오히려 당장 더 시급한 주택시장 회복에는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 카토 정책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현재 정부가 주택시장과 관련된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은 직후 대출조건을 강화에 나서기에는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대출조건 강화로 주택 대출액 큰 폭 감소 전망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모기지 대출액 규모는 약 4,320억달러로 지난해(약 4,730억달러)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MBA는 지난 1월 올해 모기지 대출액 규모가 약 6,160억달러를 기록,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장alt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지만 최근 전망치를 대폭 하향 수정했다.

주택시장의 전망이 그만큼 불투명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발표로 MBA는 모기지 대출액 증가가 2012년에나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으며 당초 전망을 수정했다.

주택 대출액 감소 전망은 주택 구입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 표면적인 원인이지만 배경에는 까다로운 주택대출 규정이 자리 잡고 있다. 대개 모기지 은행들이 연방 국책은행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의 대출 규정을 따르게 마련인데 두 기관이 최근 대출규정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이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사들이는 모기지 대출자의 크레딧 점수를 살펴보면 대출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워졌는지 알 수 있다. 올 1분기 패니매가 사들인 모기지 대출자의 90% 이상이 700점 이상의 크레딧 점수를 보유한 것을 집계됐는데 2003년도에는 이 비율이 약 68% 현재보다 크게 낮았다.

현재 프레디맥, 패니매, FHA가 보증에 나서는 모기지가 시중 모기지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모기지 은행들이 이들 국책은행의 까다로운 대출조건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냉키 Fed 의장도 지난달 연설에서 “서브 프라임 사태 이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대출자의 약 3분의1이 현재 대출 조건에서는 제외된다”며 까다로운 주택 대출 조건이 주택시장 회복에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 했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주택 거래 감소
저소득층의 주택 대출을 도왔던 FHA 융자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진 점도 주택 거래 감소의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최소 3.5% 다운페이먼트 만으로도 주택 대출이 가능한 FHA 융자마저 크레딧 조건을 상향 조정하면서 서민들의 주택 구입이 힘들어졌다.

주택도시개발국(HUD)에 따르면 FHA는 현재 신규 모기지 대출액의 약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게 늘었다. 반면 지난 4월 발급된 FHA 융자에 적용된 평균 크레딧 점수는 701점으로 3년 전(669점)보다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평균 크레딧 점소는 오히려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FHA 융자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마이클 드알론조 텍사스 지역 모기지은행협회장인 “대출 조건 심사 시 약 30% 정도의 대출 신청자를 단지 크레딧 점수 조건 미달로 제외시키고 있다”며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주택 구입 희망자는 아예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까다로운 대출 조건은 주택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구입 최적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4개월 중 3개월 간 주택 거래 감소를 기록했다.


# 1조2,500억달러 투입 MBS 매입안은 “성공적”


■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주택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 4월 20대 도시의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4% 하락하며 2009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그나마 5월 중 잠정주택 판매지수가 상승했지만 주택시장 회복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5월 중 이 지수는 전달보다 약 8.2% 상승해 88.8을 기록했지만 전달의 하락폭(11.6%)이 워낙 커 6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의미가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성패 평가 엇갈려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행한 여러 정책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 직후 대대적으로 시행된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 지원책은 당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됐지만 오히려 주택시장 회복에는 독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약 162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 정책으로 인해 2009년과 2010년 상반기에 걸쳐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결과를 불러왔지만 정책 종료 3개월 후인 지난해 7월 주택 거래량은 사장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정책 시행으로 약 100만건의 주택 거래가 창출됐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거래의 시기만 앞당겼을 뿐 신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차압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모기지 조정 프로그램 HAMP도 현재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2012년 말까지 약 300만~400만명의 연체 대출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까지 모기지가 영구 재조정된 대출자는 약 60여만명으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또 HAMP 시행으로 인해 부실주택 처리가 지연돼 결국 주택시장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톰 혼 애리조나 검찰총장은 “결국 차압될 주택 소유주에게 시간 연장의 기회만 준 셈”이라며 “정부가 주택시장 개입에서 완전히 벗어나 시장 스스로가 해결책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렌더 프로세싱 서비스(LPS)사의 조사에 따르면 신규 차압의 약 3분의1은 모기지 재조정이 한 차례 이상 실시된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는 정책도 있다.
1조2,500억달러라는 거대 자금을 투입해 실시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 매입안이다. 이 정책은 목적대로 이자율을 잠재우는데 성공해 지난해 11월 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71년 이래 최저라는 4.17%까지 떨어진 바 있으면 현재까지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만약 이자율마저 상승했다면 주택시장이 헤어나기 힘든 수렁으로 빠졌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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