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스턴트 식품 NO”

2011-07-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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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개닉으로 만든 음식

▶ 숲속서 즐기는 참 맛

들꽃 장식 테이블… 라이브 뮤직…
자연의 풍미 살린 건강식 ‘여름밤 낭만’만끽

어바인 보머 캐년(Bommer Canyon) 내 오두막의 아름다운 뜰에서 지난 주말 슬로푸드 오렌지카운티 지부의 3주년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일반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보머 캐년 깊숙한 곳의 한가롭고 아름다운 마당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시원한 나무 그늘, 얼굴을 스치는 따스한 바람, 흙과 나무냄새에 둘러싸여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행사는 올해로 3주년을 맞이하여 슬로푸드 지부 펀드레이징의 일환으로 개최되었으며, ‘바른 먹거리의 생산과 소비’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치즈 메이커, 영양 관리사, 농부, 와인 메이커, 매거진 에디터, 15년차 슬로푸드 자원봉사자를 비롯하여 먹거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 150여명이 모였다.



▶슬로푸드의 정신을 같이 하는 150여명이 모여 바른 먹거리에 대한 신념을 나눴다.



슬로푸드 오렌지카운티 바비큐 행사에서 상을 받은 테이블 세팅.


에일룸 포테이토와 그린빈 샐러드.

슬로푸드 운동이 미국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를 반대하며 시작된 것을 생각해 볼 때, 음식의 공장식 산업화와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의식 있는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이루어지는 슬로푸드 오렌지카운티 바비큐는 매우 진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 행사는 홀푸즈 마켓(Whole Foods Market), 어니스트 티(Honest tea), 스톤 브루잉 코(Stone Brewing Co.), 와이저 패밀리 팜(Wieser family farms), 니카 워터(Nika water), 메리스 프리 레인지 치킨(Mary’s free range chicken), 퀴비라 비녀즈 와이너리(Quivira Vineyards and winery) 등의 뜻을 같이하는 협력업체와 함께해 더욱 돋보였다.

오후 3시에 프라이빗 로드로 진입하는 게이트가 오픈되어 입장이 시작되었다.
슬로푸드의 뜻에 맞게 ‘먹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접시, 냅킨, 포크, 나이프, 와인 잔, 물컵)를 일회용이 아닌 것으로 각자 준비해 왔다. 지인들과 그룹 지어 모여 앉은 테이블은 ‘최고의 테이블 세팅’을 뽑을 예정이므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들꽃, 허브 등으로 정성스럽게 꾸미느라 분주했다.

3시45분, 원하는 사람들은 친환경적으로 생태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캐년 길을 따라 하이킹을 다녀오고, 5시부터는 라이브 뮤직과 함께 협찬업체 제품의 시식, 시음회를 가지고 네트워킹을 위한 시간이 마련된다.

6시에는 모두 자리에 앉아 패밀리 스타일 서빙으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음식은 라구나 비치에 위치한 소렌토 그릴(Sorrento Grille)의 셰프 라이언 아담스(Ryan Adams)가 스태프들과 함께 자원 봉사했다. 두 가지 샐러드와 한 가지 사이드 시디에 치킨 바비큐가 메인으로 서브되었고, 디저트까지 총 5가지 메뉴를 맛보았다.


모든 식재료는 가까운 지역 농장에서 살충제나 성장 호르몬 없이 유기농으로 재배된 채소만을 사용했고, 캘리포니아산 올리브 오일과 소금, 방목으로 키운 유기농 닭을 사용했다. 간단한 요리법을 사용해 제철 재료의 자연스러운 맛을 한껏 드러내 신선함을 살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으로 절제된 건강한 음식을 만들었다.


슬로푸드 오렌지카운티 바비큐 파티에서 선보인 메인 메뉴.


고즈넉한 숲 속에서 펼쳐진 슬로푸드 바비큐 행사의 전경.

알록달록 다양한 크기와 색감을 지닌 토마토와 스윗 어니언에 브라타 치즈를 곁들인 샐러드는 베이즐로 향을 내고, 캘리포니아산 올리브오일과 몬트레이 바다소금으로 간해서 잘 익은 토마토의 농축된 갖가지 맛이 잘 드러났다.
보라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에일룸 포테이토와 그린 빈 샐러드는 레드와인 비니거와 올리브오일을 가볍게 사용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만들었다.

살짝 그을려 구워낸 옥수수와 벨페퍼에 서머 스쿼시를 곁들여 풋풋하게 달고, 맵고, 시고, 쓴 맛이 잘 어우러진 사이드 시디가 서브되었다.
메인 디시는 메리스 프리 레인지 치킨(Mary’s free range chicken)에서 지원한 방목으로 키운 유기농 닭 60여마리를 시트러스 양념에 재워 놓았다가 담백하게 구워냈다.

디저트로는 지역 농장에서 재배된 딸기와 맛있게 구운 레몬 비스킷에 우유 맛이 풍부한 크림을 곁들여 낭만적인 여름밤을 선사했다.

7시, 캘리포니아 농무부 서기관인 카와무라(AG Kawamura)의 연설이 있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카와무라 서기관은 물과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커뮤니티 차원의 교육을 통해 계몽과 변화를 이루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하였다. 학교에 오렌지 나무를 심어주고, 채소 가든을 만들어 산교육은 물론 실제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하게 하며, 서로 필요한 재료를 상부상조하여 낭비를 줄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식품생산 주로서 가장 많은 과일과 채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커뮤니티에서 지역 농가의 산물을 꾸준히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지원하면 생산품의 질적인 향상뿐 아니라 에너지와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했다.

7시30분, 흥겨운 라이브 뮤직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경품 추첨행사가 진행되고, 각자의 테이블을 정리하여 8시, 붉은 노을빛으로 물든 행사장은 자연 속으로 다시 돌아간 듯 깨끗하게 마무리되었다.


자연스러운 멋을 살린 메뉴판.


슬로푸드 행사의 자원 봉사자들.


달지 않은 어니스트 티.

“패스트푸드 반대” 소비자운동… 고유 식재료 보호 등 펼쳐

●슬로푸드 운동은

1989년 이탈리아 브라(Bra)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현대 인간의 일상에 널리 퍼져 있는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 단체이다. 이들은 지구의 고유한 식재료를 보호하고, 각 나라의 문화유산인 지역별 전통음식을 지켜나가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고, 바른 먹거리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해내고 있다.

점점 바쁘게만 돌아가는 삶 속에서 음식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생산해 내기만 하면 되는 귀찮은 일로 치부되었다. 서두르는 만큼 가장 중요한 ‘질’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놓은 현대 식품업계에 대항하여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비자인 우리의 몫이다. 이렇게 음식을 가볍게 여기는 생각과 태도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게 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인간에게 돌아와 고통스러운 대가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되풀이된다.

슬로푸드는 한번 잃으면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소중한 ‘생물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나날이 궁핍해지는 지구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인간 내면의 도덕심에 호소하며, 이를 발전시키며 사회적 화해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을 끌어낸 단체의 진실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네 정서는 슬로푸드 운동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 발효식품이 기본이 되는 음식 문화는 자연의 시간을 따라 가는 ‘기다림’을 당연히 생각하고, 작은 뜰만 있어도 상추, 깻잎, 파, 고추, 호박 등의 기본적인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서로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며, 알뜰히 식재료 사용하는 것이 익숙한 민족이기에 슬로푸드 운동에 적극 동참한다면 더욱 행복하고 값진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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