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술작품도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2011-07-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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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고대 로마에서는 이미 기원 전 4세기부터 토지를 얼마나 많이 소유하였는가를 기준으로 시민의 등급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후대에는 토지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동산 그리고 노예까지 합친 소유재산을 기준으로 시민의 등급을 정했다고 한다.

이 제도는 병역의 의무에서 시작된 것으로 각시민의 재산상태에 따라 부담하는 병력수로 계급이 정해지는 고대 로마의 사회제도인데, 우리가 성경에서 보는 백부장 이야기는 그 시절 100인을 기준으로 군대의 단위가 시작되는 로마의 군제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한 편으론 몇백년 사이에 농경시대에서 상공업시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습된 신분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는 왕정이나 귀족정치보다 훨씬 발전된 정치방식이었던,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통해 신분이 결정되는 로마시대의 정치제도인 공화정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이 원리는 만민이 평등하다는 현대의 민주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즉 소유하고 있는 재물의 양에 따라 사회적인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 보통사람들이 나름 부자가 되고 그 부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바로 부동산 투자라고 필자는 생각하며, 부동산 투자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교포사회의 재산증식에 일조한다는 믿음으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현대는 재산을 모으고 지키는 방법도 다양하여져서 주식투자는 물론이고 현물거래가 아닌 앞으로 거래가 될 물자에 대해 계약을 미리 한 이후에 실제 대상물의 인도와 대금지불을 나중에 하는 선물투자도 있고, 투자 종목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의외로 와인이나 차(tea) 등이 단순히 기호품에서 벗어나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투자의 한 가지가 미술품이라고 한다.

한 예로 2004년 소더비 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가 1905년에 그린 ‘파이프를 든 소년’이 무려 1억400만달러에 팔리기도 하고, 현대의 가장 유명한 팝아티스트인 앤디 워홀이 1984년에 완성한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가 100만달러 넘게도 팔렸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읽은 기억도 있다.

또 심심치 않게 터지는 본국 재벌들의 미술품 수집과 관련된 비리에 관한 기사들을 읽고 주위 사람들과 나누게 되는 대화의 결론도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과는 별개로 역시 투자의 꽃은 미술품이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특별히 미술품의 투자가 규모가 커지다보면 사회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가까운 예로 미국의 부호 폴 게티의 게티센터와 게티빌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반 고흐의 ‘아이리스’가 전시되어 있는 게티뮤지엄은 석유재벌인 폴 게티가 수집한 수백점의 미술품과 그가 기부한 재산으로 세워진 것이다.

원래 말리부에 있던 것을 1997년 브랜트우드 산 위로 옮긴 것인데, 건물은 물론이고 의자하나 문손잡이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작품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 뿐인가 원래 있던 게티센터가 옮겨 간 이후 말리부의 뮤지엄에 8년 동안의 보수공사를 거쳐 새로 문을 연 게티빌라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폼페이의 고대 빌라의 원형을 본 따서 건축된 것이다.

이 폼페이는 모두 알고 있듯이 지진으로 오랜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도시를 발굴해 낸 것으로 고대의 도시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이 폼페이를 복원한 게티 빌라에는 1,200여점의 고대 로마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어 미 서부지역의 고대 유물의 보고로 새 역사의 장이 시작된 셈이니, 이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최고의 투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더 이상 전문가나 부자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 어쩌다 기회가 있어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조그마한 도시를 방문했었는데, 각 갤러리마다 특징이 있고 작가와 화풍에 따라 많은 작품들이 개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그 중에는 몇 만달러짜리 작품들도 많지만 적게는 몇 백달러짜리부터 주로 몇 천달러짜리의 그림이나 조각들이 전시되어 팔리고 있었다. 꼭 전문지식이 없어도 각자 나름대로의 심미안에 따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하나 둘씩 사서 걸어 놓고 무슨 자식이라도 돌보는 것처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 즐거움이 아마 소위 명품이라는 옷이나 가방을 살 때의 만족함과는 비교가 안 되는 모양이다.

멀리 보스톤이나 뉴욕에 모여 있는 화상들이 아니더라도 가까이 북가주의 세계 3대 미항의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의 골목골목에 있는 크고 작은 규모의 화랑들도 모두 합치면 아마 수 백개는 될 것 같고, 미술품이 단순한 감상의 차원이 아닌 실제의 거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그래서 미술품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에게 이 칼럼의 독자 한분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연락해 온 적이 있었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으니 감사드린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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