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대인들의 부동산투자에서 배우자

2011-06-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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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에는 ‘자신이 가진 재산을 항상 세 가지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유동자산(현금), 동산(귀중품) 그리고 부동산이다.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포트폴리오, 즉 투자기법을 그 옛날에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고대나 근대의 유대인들은 부동산 투자가 재산을 늘리는 최고의 방법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피했다고 한다. 언제 어디로 쫓겨나거나 이주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귀중품이나 보석 등에 더 관심을 갖고 투자했었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부동산 투자와 개발에 뛰어들어 뉴욕 같은 대도시 대형 상업용 건물의 80%가 유대인들의 소유가 되었다는 집계도 있다.

물론 우리 한인들도 경제력 신장과 부를 이루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주택은 물론이고 상업용 건물이나 창고, 토지 등 부동산 쪽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아마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는 확실한 길은 부동산 투자’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라는 것을 유대인들한테서 배웠든지 아니면 스스로 깨우쳤던지 간에 억척스럽고 부지런한 우리 동포들의 부동산 투자열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대인들만큼은 현명하지 못하고 경험과 자본력조차도 부족한 동포들의 부동산 투자 실패담도 많이 듣게 된다.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아닌 단기적이고 투기성에 가까운 부동산 투자는 거의 모두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러 면에서 우리 민족과 유사하고 미국의 정치,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에 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들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미국 인구의 1% 정도인 유대인이 미국 경제력의 20%를 차지하고 더구나 미국 국토의 40%가 유대인의 소유라고 하는 얘기도 있으니 엄청난 일이다. 할리웃의 영화산업을 비롯해 금융, 유통, 언론, 그리고 부동산까지 그들의 경제력은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유대인들은 미국에서 이렇게 거대한 부를 이룰 수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오는 수전노 샤일록처럼 유대인들의 상술이 악의 상징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나쁜 점보다는 배울 점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들은 탈무드의 영향으로 이윤추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저축이 몸에 배어 있으며, 돈이 있어도 검소하게 생활한다. 특별히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어 성공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지식과 2세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동족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꾸어주는 것을 금하는 유대의 법 때문에 크게 성공한 유대인들은 많은 경우 무이자로 동족에게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아마 자선이나 부의 사회 환원에 의외로 많은 유대인들이 참여하는 것도 이런 정신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탈무드의 격언을 철저히 지키려한다. 어떤 여건에서도 자기의 생각이 확실하여야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좋게 보이는 그럴 듯하지만 경쟁에 따른 프리미엄이 붙어서 높은 가격이 된 것은 매입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투자 안목을 길러 세태에 휩쓸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부동산 투자에도 운을 바라기보다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종합적 분석을 통해 잠재가치를 판단하고 추진하면 그 안에 성공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역경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크게 성공하여 이름을 알린 누구도 역경을 비껴나가 성공한 사람은 별로 없으며 특히 우리 한인 동포들이나 유대인들처럼 이민자의 신분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나 어려움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는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실패를 교훈삼아 부동산에 관련된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세계 최고의 상인인 유대인들이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란 주장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한인들과 마찬가지로 유대인들도 부동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란이나 경제 불황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혼란에 처한 사회에서 살거나 미국 같은 이민이 꾸준하게 늘고 있는 사회에서는 부동산투자가 재산 증식에 최고의 방법이라고 그들의 자손들에게 주입시키고 교육하는 것을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면 유대인들은 지금 같은 부동산 경기 불경기와 가격 하락시기에 가만히 손 놓고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다. 그들은 지금 같은 때가 다시 보기드믄 최고의 기회라고 여기고 투자 물건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작은 돈을 가진 여러 명이 모여 뭉칫돈을 만들고 공동투자해서 우리가 지키지 못한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가격이 급등하고 한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칠 때 우리에게 되판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지난 10~20년 전의 부동산 불경기와 침체기에도 그랬었고 또 반복될 조짐이 보여서 안타깝다.


정연중

(213)272-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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