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앞다퉈 임대료 인상 ‘건물주 호황시대’

2011-06-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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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무는 ‘테넌트 마켓’

시카고 링컨팍 지역에서 침실 2개짜리 아파트를 룸메이트와 공동으로 렌트하고 있는 스테판 메텔리카(24)는 최근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통보에 허탈해 하고 있다.

그간 룸메이트와 월 1,525달러의 임대료를 반반씩 나눠서 내오던 메텔리카는 임대 재계약 과정에서 건물주가 무려 5% 인상을 적용한 임대료인 월 1,600달러를 낼 것을 요구해 와 고심중이다. 메텔리카는 “건물주의 무리한 임대료 인상 요구에 불쾌하다”며 “한번에 5%씩 인상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시장침체➞렌트수요 증가➞임대료 상승
경기회복 전까진 임대료 연 5%씩 오를듯


MSNBC 부동산판은 메텔리카의 사례를 들며 최근 주택 임대시장이 테넌트 마켓에서 건물주 마켓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 여파가 테넌트에게까지 미치고 있다는 보도로 MSNBC는 이미 지난해 테넌트 마켓은 저물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학 주택공동연구센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테넌트 마켓의 시대는 끝나고 이제 건물주 마켓에 접어들었다. 부동산 건설경기가 식으면서 주택공급이 극히 제한된 반면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임대수요 증가로 건물주들은 현재 앞 다퉈 임대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아파트 시장 조사업체인 MPF 리서치는 올해 임대료는 전국적으로 평균 약 5% 상승하고 내년해도 비슷한 상승폭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임대료 상승 추세는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되는 2013년까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료 상승으로 가구의 주택관련 비용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하버드대학 주택공동연구센터에 따르면 2009년 세입자 약 1,000만명을 포함한 약 1,900만가구가 가구 전체 소득의 절반을 임대료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가구 소득이 연 4만5,000~6만달러인 가구들의 주택관련 비용이 지난 10년 동안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임대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임대수요는 줄지 않을 전망이다. 패니매, 프레딕맥 등에 대한 연방 정부의 개혁안이 시행되면 대출 조건이 현재보다 더욱 까다로워져 주택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주택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차압매물이 소진되기 전까지도 주택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부머 세대 역시 극심한 실업난에 대학을 졸업해도 직업을 찾지 못하고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까지 주택 구입보다는 임대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도 주택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온라인 임대주택 리스팅 업체인인 아파트먼트 닷컴의 태미 코툴라 대변인은 건물주가 무리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면 가만히 앉아서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말고 협상을 시도하라고 제안했다. 또 1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면 계약기간을 2년 이상으로 하는 것도 낮은 임대료 고정을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세입자에게 유리한 테넌트 마켓시대가 저문 반면 아파트 건물주들은 최근 주택시장 더블 딥 우려 속에서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국 10여개 주에 아파트 187개를 소유한 아발론베이 커뮤니티는 올해 임대료 수익이 예상치 보다 높은 약 5.75%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에섹스 부동산 투자 신탁의 마이클 쉘 대표는 지난달 “현재로서는 주택매매 시장이 2013년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따라서 당분간 주택 공실률이 하락하고 임대료가 상승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전국 주요 도시에 약 440개의 아파트를 소유한 에퀴티 레지덴셜 역시 임대료 상승에 힘입어 최근 올해 순 영업 이익 예상치를 당초 5%에서 7.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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