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비어가 돌아왔다

2011-05-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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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금수조치 해제

신선한 세계의 진미 공급
벨루가·오세트라 등
먹는 재미, 바라보는 재미

캐비어가 돌아왔다.
러시아가 철갑상어 숫자의 가파른 하락세를 이유로 카스피해(Caspian Sea)에서 수확되는 철갑상어 캐비어 수출에 대한 금지를 내린 이후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올해 이 금지조치는 해제되어 신선한 캐비어가 유럽연합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알이 굵고 색이 밝은 벨루가 캐비어.

작은 스푼 끝자락에 살포시 올려진 차갑고 반짝이는 검은 진주 한 입에 기꺼이 100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싶어하는 미식가들이 목마르게 기다려온 시간이다.

러시아 외의 캐비어 수출 국가는 카스피해 연안의 아제르바이잔, 이란, 카자흐스탄 등으로 매우 한정적이지만, 독일의 유나이티드 푸드 테크놀로지사(UFT)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지역에 세계 최대의 철갑상어 양식장을 설립하여 추후 연간 캐비어 40톤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블랙 트러플(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간)와 함께 철갑상어 알은 세계 3대 진미로 불린다.

트러플과 마찬가지로 캐비어가 금값보다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 희소성에 있으며, 수요는 줄지 않고 계속 늘어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체 철갑상어의 95%가 카스피해에서 서식하고 있고, 이 상어들은 15세가 되어야만 알을 낳을 수 있다.

캐비어는 크게 철갑상어의 종류에 따라 세 가지 종류로 구분되는데, ‘벨루가’(Beluga)가 알의 크기가 크고 맛도 좋으며 온스 당 100달러가 훌쩍 넘는 정도로 가장 고가의 제품이다. 알은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흑색부터 밝은 회색까지로 나뉘며 색상이 밝을수록 더 고급품으로 친다.

벨루가 다음은 복합적인 고소한 풍미를 내는 ‘오세트라’(Osetra)로 벨루가보다 작은 크기의 알에 갈색, 녹색회, 진청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감을 자랑한다.


마지막은 특유의 짙은 회색으로 비릿한 짠맛이 강하고 알 크기가 작은 ‘세브루가’(Sevruga)로 부담이 조금 내려가기는 하지만 여전히 온스에 50달러를 웃돈다.

캐비어는 그 가격만큼이나 먹을 때도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신선도의 유지를 위해 얼음을 담은 차가운 그릇에 담아 서브하고 산화방지를 위해 비금속 도구를 사용하여야 한다.

러시아식 작은 팬케익 블리니(blini)에 캐비어를 얹고 사워크림으로 가니시하여 내면 최상을 맛을 느낄 수 있고, 부드럽게 쪄낸 감자를 블리니 대신 사용해도 좋다. 물론 얼음처럼 차가운 러시아 보드카가 빠져서도 안 된다.

얼음이 담긴 용기 위에 놓아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블리니 위에 사워크림과 함께 얹은 캐비어.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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