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대한 갤러리와 드넓은 명품 정원

2011-05-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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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 라이브러리 나들이

LA 인근에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동시에 도심을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심심찮게 자리 잡고 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USC 인근의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of Los Angeles)이나 게티센터(the Getty center)와 빌라(the Getty Villa) 등은 모두 방대한 역사적 자료와 문화를 보관하는 동시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갖추고 있어 찾는 이들의 도심 속 피로를 말끔히 풀어준다.

유물·그림·서적 등 역사와 문화 숨결 가득
테마에 맞게 꾸며진 보태니컬 가든들 유명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뮤지엄과 정원은 패사디나 샌마리노에 위치한 헨리 헌팅턴 라이브러리 & 정원(Henry E. Huntington Library. ART Collections & Botanical Gardens)이다. 대저택의 입구를 들어가는 것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클래식한 정문에서부터 마치 왕실의 파티에 초청돼 입장하는 근사한 느낌이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특별 전시회가 마련되고 있는 각종 갤러리 전시회장들과 희귀서적을 보관하고 있는 라이브러리, 각종 테마에 맞게 꾸며진 보태니칼 정원으로 구성된다. 그 중 장미정원과 일본식 정원(현재 공사 중), 사막 식물원 및 정원으로 유명한 각종 테마 보태니컬 정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너무 거창한 여행보다는 좀 간단한 마음으로 반나절 나들이를 떠나고 싶을 때. LA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헌팅턴 라이브러리를 강추한다.

■ 라이브러리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한 뒤 제일 먼저 오른쪽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건물을 만나게 된다.

1920년 건립된 라이브러리는 영미 문학은 물론 불교와 미국 역사 관련서적 등 희귀도서를 갖추고 있는 전문 도서관이다.

단기 전시회(Changing Exhibition)가 열리는 웨스트 홀(West Hall)과, 과학의 역사 전시회(History of Science Exhibition)가 열리는 디브너 홀(Dibner Hall), 영구 전시물(Permanent collection)이 보관되어 있는 전시회 홀(Exhibition Hall)로 구성된다.


1. 섭정시대의 재방문

현재 웨스트 홀의 단기 전시회로는 ‘영국 섭정시대로의 재방문’(Revisiting the Regency England, 1811~1820)이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영국 왕실 관련 초상화와 문서, 책, 패션 등을 통해 19세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영화나 책을 통해서나 접해 온 영국 왕실의 문화와 삶을 엿볼 수 있는 리전시 재방문 전시회는 8월1일까지 열린다.

2. 도서관

헌팅턴 라이브러리에는 해마다 대략 2,000명의 학자들이 방문하는데, 메인 전시회 홀에는 60만 권의 장서와 300만권의 필사본이 보관돼 있다. 이 중에는 1410년께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Canterbury Tales)와 1,500년 전에 인쇄된 구텐베르크의 성경(Gutenberg Bible)도 찾을 수 있다. 또한 유명 영미 작가들의 초반본과 원고가 있는데, 그 중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초판권까지 포함되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3. 과학의 역사 쇼케이스

디브너 홀에는 과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전시회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과학 전시회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음악과 예술, 문학, 철학, 과학이 모두 같은 학문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의 발전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해 놓았다. 과학 역사 쇼케이스는 천문학과 자연사, 의학, 빛이라는 4가지 주제로 펼쳐지는데, 과학의 경이로움을 딱딱하지 않은 느낌으로 체험할 수 있다.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특별 전시회가 마련되고 있는 각종 갤러리 전시회장과 희귀서적을 보관하고 있는 라이브러리, 각종 테마에 맞게 꾸며진 보태니컬 정원으로 구성된다.

■ 지금 방문한다면

▲단기 전시회 모음

•섭정시대로의 재방문: 웨스트 홀, 8월1일까지.
•잃어버린 시간의 세 개의 조각: 매리로우와 조지 분 갤러리, 6월20일까지.
•텍스팅 비전: 버지니아 스틸 스캇 갤러리 수잔 앤 스티븐 챈들러 윙, 5월30일까지.

▲입장료

성인 15달러, 65세 이상 노인 12달러, 학생 10달러, 5~11세 아동 6달러, 5세 이하 아동 무료. 15명 이상 그룹은 1인당 11달러 (주말이나 휴일은 성인 20달러, 노인 15달러, 학생 10달러, 청소년 6달러, 5세 이하 아동은 무료, 15명 이상 그룹은 1인당 14달러)

▲개관 시간

•월·수·목·금요일 정오~오후 4시30분,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4시30분.
•6월~8월은 월·수~일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30분.

▲주의사항

전시관 내 사진촬영은 허용되나 플래시는 사용 금지다. 애완동물은 트레인된 가이드나 서비스 애완용 이외에는 입장 금지며, 피크닉도 할 수 없다.

▲주소와 전화번호

1151 Oxford Rd. San Marino, CA 91108
(626)405-2100

▲자세한 내용: www.huntington.org


장서 60만권·필사본 300만여권 소장

■ 헌팅턴 라이브러리 나들이

■ 아트 컬렉션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아트 컬렉션은 유러피안 아트를 소개하는 아트 갤러리(Art Gallery)와 아메리칸 아트를 소장하는 버지니아 스틸 스캇 갤러리(Virginia Steele Scott Galleries)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또한 매리로우와 조지 분 갤러리(MaryLou and George Boone Gallery)는 라이브러리의 웨스트 홀과 마찬가지로 단기 전시회를 진행한다.

1. 유러피안 아트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화려한 18세기 유럽 왕실의 문화를 살펴보고 싶다면 라이브러리 오른쪽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의 유러피안 아트 컬렉션을 빼놓을 수 없다.

5만5,000스퀘어피트에 총 1,200점의 아이템을 갖추고 있는 아트 갤러리는 주로 18세기와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예술작품이 소개되는데, 게인즈보로(Gainsborough)의 블루보이(Blue Boy)나, 로렌스(Lawrence)의 핑키(Pinkie) 등의 유명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도서관 룸에는 루이 14세를 위해 제작된 두 장의 양탄자와 다섯 장의 태피스트리와 같은 18세기의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귀족들의 응접실과 초상화 실에는 각종 다이닝 룸과 식기와 집기, 주얼리 박스 등이 전시돼 있어 마치 왕궁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2. 아메리칸 아트

아메리칸 아트를 소장한 버지니아 스틸 스캇 갤러리에는 총 9,400여점의 미술과 조각, 데코레이티브 아트와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1740~1930년대 식민지시대의 미국 회화로, 미국 고유의 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한 때인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작품들이 많다. 주요 작품으로는 벤자민 웨스트의 리어왕과 코델리아의 만남(The meeting of Lear and Cordelia),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의 침보라조(Chimborazo), 매리 카삿의 침대에서의 아침식사(Breakfast in Bed) 등이다.

도로시 콜린즈 브라운 윙(The Dorothy Collins Brown Wing)에는 찰스(Charles)와 헨리 그린(Henry Greene) 등 미국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가구를 전시하고 있으며, 수잔 앤드 스비븐 챈들러 윙(The Susan and Stephen Chandler Wing)은 단기 전시회를 위한 곳으로, 스카이라잇과 창문이 없어 빛에 민감한 인쇄, 그림, 사진 전시회를 주로 담당한다.

요즘은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 위기의 에피소드를 담은 ‘텍스팅 비전’(Texting Vision) 전시회가 30일까지 펼쳐지고 있다.

3. 특별 전시회

매리로우와 조지 분 갤러리(MaryLou and George Boone Gallery)는 라이브러리의 웨스트 홀이나, 버지니아 스틸 스캇 갤러리의 수잔 앤드 스티븐 챈들러 윙과 마찬가지로 단기 전시회를 진행한다.

현재 존 프레임(John Frame)의 ‘잃어버린 이야기의 세 개의 조각’(Three Fragments of A Lost Tale)이라는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나무와 메탈, 천 등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를 사용, 조각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존 프레임의 전시회는 조각품과 사진, 그리고 짧은 스탑-모션 애니메이션 필름의 세 개의 테마로 진행되며, 6월20일까지 열린다.

■ 테마 정원

문화생활을 즐긴 뒤에는 아름다운 정원에 나와 사진도 찍고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정원에 관심이 많았던 헨리 헌팅턴은 전 세계의 각종 식물들을 들여와 대형 식물원을 조성했다. 1904년 조경 전문가 윌리엄 허트릭을 고용해 조성한 헌팅턴 보태니컬 정원은 총 207에이커의 땅 위에 120에이커 이상이 포함된다.

천년이 넘는 장미의 역사를 보여주는 장미정원, 선인장과 희귀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사막의 정원과 식물원, 우아한 동양의 미를 엿볼 수 있는 일본과 중국식 정원, 우아한 동백꽃이 아름다운 동백정원, 불교식 젠(Zen)정원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정원을 테마 별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선인장을 포함 가뭄에 강한 전 세계 4,000종 이상의 식물들이 모여 있는 선인장 정원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식물이 가득하며, 2,000종 이상의 장미품종이 있어 천년이 넘는 장미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미정원은 장미향과 아름다운 모습이 어우러진 지상 낙원이다.

공사 중이라 문이 닫혀 있는 일본식 정원(내년 봄~여름 재오픈 예정)에 대한 아쉬움은 옆에 위치한 불교식 젠(Zen)정원에서 달랠 수 있다. 이 밖에도 동백꽃 정원, 야자수 정원, 아열대 정글, 허브 정원, 오스트레일리아 정원 등 모두 매우 볼만하다.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보태니컬 정원은 한편 식물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ISI(International Succulent Introductions)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구하기 힘든 희귀종들을 채집하여 번식시키고, 특별한 보호 없이도 전 세계에서 번식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식물학과 원예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쇼와 세미나, 심포지엄 연중 내내 개최하고 있다. 15일에는 ‘플랜트 세일’(Plant Sale) 행사를 진행한다.


2,000종 이상의 품종과 천년이 넘는 장미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미정원의 아름다운 모습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아트 갤러리의 유러피안 아트 전시회에는 18세기 유럽 귀족들의 응접실과 다이닝룸의 식기, 주얼리 박스 등이 전시돼 있어, 마치 유럽 귀족의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 헌팅턴 라이브러리의 역사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헨리 헌팅턴(1850~1927)을 위해 건립된 보자르식 대저택(Beaux-Art Mansion)이다.

철도사업으로 대부호가 된 헌팅턴은 1913년 63세의 나이에 삼촌의 미망인 애러벨라와 결혼하여 부부가 함께 세계 최고의 도서관을 세웠고, 그 후 18세기 영국의 걸작 예술품을 소장하였다.

200에이커의 광대한 대지에 지어진 헌팅턴 단지 중 아트 갤러리는 헌팅턴이 거주했던 저택이며, 샌마리노 랜치라고 불리던 부지를 구입, 현재의 보태니칼 가든을 조성한 것이다.

헌팅턴 부부는 1919년 비영리 연구단체 설립을 위해서 그들의 저택과 정원을 신탁으로 설정, 오늘날 헌팅턴 단지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에게 매력적인 교육과 문화를 담당하는 장으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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