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운페이 상향 정책’시장 침체 우려

2011-04-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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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행정부 추진 개혁법 여파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는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 상향조정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주택 구입 자격을 잃게 될 바이어가 늘어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 및 주택시장 건전성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추진중인 주택 융자시장 개혁법에 따르면 주택 구입 융자 대출 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주택 구입 금액의 최소 10~20%까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전미소비자연맹, 책임융자센터,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 전국주택건설업협회 등의 기관은 최근 이같은 우려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정부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서한에 따르면 현재 전국 중간소득은 연간 약 4만9,777달러로 이중 6%에 해당하는 약 3,000달러를 14년간 꼬박 저축해야 현재 중간 가격대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20%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할 수 있다. 10% 다운페이먼트 마련에는 꼬박 9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지업체에 대손충당금 비축 요구
최소 20% 다운페이먼트 의무화
첫 주택구입자 등 융자받기 더 어려워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 인상 가능성
은행 감독기구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와 연방준비은행(FED)은 현재 다운페이먼트 비율과 관련된 새 은행 규정안을 마련하고 검토에 들어갔다. 두 기관은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도드-프랭크 금융 개혁법에 기초해 마련한 규정안에 대한 여론을 6월 말까지 수렴한 뒤 최종 시행방침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드-프랭크 금융 개혁법에 따르면 대출 은행들이 모기지를 증권화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경우 신용 리스크의 최소한 5%를 대손충당금으로 비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같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대출 행태를 막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도드-프랭크법의 취지로 이른바 ‘5% 보유법’(5% Risk-Retention Rule)로도 불리고 있다.
반면 FDIC와 FED가 마려한 새 규정안은 만약 은행 측이 5% 대손충당금 보유 없이 증권화된 모기지를 재판매할 경우 20%의 다운페이먼트를 의무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상승해 주택 구입 장벽이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두기관은 5% 보유법 또는 20% 다운페이먼트 규정을 적용할 대상 기준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주택 구입자 피해 클 예상

주택 금융 개혁법 시행에 따라 일반 주택 구입자, 첫 주택 구입자는 물론 기존 주택 보유자까지도 피해가 예상된다. 이중 첫 주택 구입자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주택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첫 주택 구입자 중 무려 86%가 20%미만의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로 확정될 경우 첫 주택 구입자의 대다수가 주택시장에서 설자리가 사라져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때 전체 주택 구입자의 최고 40%를 차지했던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최근 약 29%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택 구입 수요를 지탱하는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지난해 주택 재구입자의 약 64%가 20% 미만의 다운페이먼로 주택 구입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상향 조정될 경우 재구입자 역시 주택 구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상향 조정될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도 재융자 때 불리해진다.

최소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20%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주택 융자를 대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융자관련 비용이 상승해 불이익이 따르게 된다. NAR 측은 20% 미만의 다운페이먼트로 주택 융자를 받을 경우 모기지 보험료 등의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20% 이상 다운페이먼트에 비해 이자율이 최고 3%까지 더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연방주택국(FHA)과 재향군인청(VA)이 보증을 서는 주택 융자의 경우 새 규정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만약 20% 다운페이먼트가 시행돼 주택 융자시장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경우 FHA도 다운페이먼트 기준 상향조정에 대한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택 융자시장에서 낮은 다운페이먼트 비율로도 대출이 가능한 FHA 융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상승해 현재까지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 융자자격 미달자들이 FHA 융자로 대거 몰릴 경우 FHA 융자의 시장 점유율이 더욱 올라가 정부 재정을 압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과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융자를 담당했던 FHA 융자마저 다운페이먼트 기준을 강화하면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인 주택 소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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