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리없이 스며들어 건강 위협 집안 유독물질 잡자

2011-03-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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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을 비, 바람이나 추위, 더위 같은 자연적 피해와 도난, 파괴와 같은 사회적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건물이다. 하지만 자칫 주택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탈바꿈한다.

실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유해물질이 인간의 건강을 시시각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유해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일상생활 속에서 무시되기 쉬운데 간단한 점검만으로 노출량을 파악할 수 있다. 안전한 주거생활을 위해 주택 소유주들이 실시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주택 점검 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무색·무취 실내 축적 중독·암유발
환기 자주하고 개스측정기 부착을


■라돈개스

라돈(Radon)은 토양이나 암석, 물속에서 라듐이 핵분열 때 발생하는 무색, 무취의 개스로 높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암, 위암 등의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라돈개스 노출에 의한 폐암 발병으로 연간 약 2만1,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인 유해개스가 주택 실내에서 흔히 검출됨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되기 일쑤다.

주로 지하 토양에서 우라늄이 부식하며 발생하는 라돈개스는 지반의 틈이나 구멍을 통해 실내로 스며든다. 라돈개스가 일단 실내로 스며들게 되면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다. 특히 환기가 부족한 겨울철 라돈개스 축적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EPA에 의하면 주택 15채 중 1채에서 라돈개스가 검출되고 있으며 특히 주방에 대형 ‘배기 송풍기’(exhaust fan)가 설치된 주택 경우 라돈개스가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내에 축적된 라돈개스는 간단한 환기만으로도 줄일 수 있고 점검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점검 방법은 라돈개스 측정기(radon gas test kit)를 구입해 실내에 일정기간 설치한 후 실험실로 보내 측정 결과를 의뢰하기만 하면 된다.

시중에서 측정기의 가격은 30달러 미만으로 저렴하며 90일 동안 측정하는 장기 측정기와 약 일주일 간 측정하는 단기 측정기로 나뉜다.

라돈개스는 공기 1리터당 함유된 ‘피코퀴리’(pCi/L)라는 단위로 수치를 나타낸다. EPA에 따르면 주택 실내 평균 라돈개스 수치는 약 1.3피코퀴리이며 만약 수치가 4피코퀴리를 초과하면 위험 수치로 여겨진다. 위험 수치가 초과할 경우 라돈개스 배출기 설치가 권장되며 주별로 공인된 설치업체는 EPA의 웹사이트 ‘www.epa.gov/ radon/whereyoulive.html’에서 검색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역시 소리 없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유해개스로 질병통제보호국(CDCP)에 따르면 연간 약 50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화탄소는 각종 실내 난방기기를 작동할 때 발생하는데 난방기(furnace)의 배기구가 오작동하거나 벽난로 굴뚝이 막혀 있을 경우 실내에 축적된다.

최근 제조된 난방기들은 배기구에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제조연도가 오래된 난방기의 경우 이 같은 기능 없이 계속 공기를 연소하면서 일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일산화탄소 측정기의 가격은 시중에서 40달러대로 홈디포 등 주택장비 관련 할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침대나 난방기 주변에 설치할 것을 권장하는데 실내 일산화탄소량이 일정 수치가 넘게 측정될 경우 측정기의 알람이 작동한다.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실내 일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다음 사항에 주의할 것을 충고한다. ▶실내 차고에서 차량 시동을 걸지 않는다, ▶정전 때 실내에서 난방용 개스스토브를 사용하지 않는다, ▶실내에서 이동식 발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연기탐지기와 비슷한 모양의 일산화탄소 측정기. 일산화탄소도 실내에서 쉽게 검출되는 유해개스로 일정치를 넘을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다.


■세탁 건조기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세탁 건조기가 잘못 관리될 경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전국 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세탁 건조기로 인한 주택 화재가 연간 약 1만5,600건씩 발생하고 이로 인해 약 15명이 사망, 400여명이 부상을 입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원인은 세탁 건조 때 발생하는 ‘보푸라기’(lint)를 제때에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보푸라기는 가연성이 높아 화재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건조기 뒤편의 통풍구와 배관을 수시로 점검해 이곳에 쌓인 보푸라기를 제거해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세탁 건조기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튜브도 방화 기능이 높은 제품을 사용해야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을 위해 연소성이 높은 플래스틱 자재나 어코디언 스타일의 알루미늄 튜브보다는 금속 자재가 사용된 튜브를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실내에 축적된 라돈개스로 인해 연간 약 2만1,000명이 폐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라돈개스 측정기는 간단한 설치로 축적량을 측정할 수 있다.


■곰팡이

곰팡이도 실내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천식 등 호흡기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곰팡이는 실내 습기가 제때 제거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데 대개 욕실이나 주방 싱크대가 곰팡이 주 발생 지역이다. 실내 습기는 대부분 욕실에서 발생하는데 발생된 실내 습기를 외부로 방출시키는 통풍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주택의 경우 곰팡이 발생 위험도가 높다. 때로는 잘못된 지붕 단열재 설치로 통풍구가 막히기도 하는데 이 역시 곰팡이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방의 하수관도 점검사항이다. 싱크대 밑에 설치된 하수관의 연결 상태가 고르지 못해 새어나온 하수가 주방 곰팡이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내버려 둘 경우 주방 캐비닛이나 내벽으로까지 곰팡이 번져 문제가 심각해지므로 적어도 1년에 한 차례씩 싱크대 하수관을 점검한다.

만약 곰팡이 문제가 심각하다면 곰팡이 전문 처리업체에 수리를 의뢰해야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다. 곰팡이 발생 지역이 10피트 미만이라면 손수 긁어내고 세제 등을 이용해 씻어낸 뒤 건조해도 좋다.


■납, 석면

건축 연도가 오래된 주택의 경우 납이나 석면 성분이 포함된 건축 자재가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점검이 요구된다. 특히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 이같은 유해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만약 해당 주택에 대한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라면 반드시 사전 점검을 실시해야 발병을 막을 수 있다. 납성분은 주로 페인트에서 발견되며 호흡을 통해 인체에 흡입될 경우 신경계통의 질병을 일으킨다. 석면은 주로 단열재나 비닐 바닥재 등에서 발견되는데 폐 관련 질병의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납성분 측정기의 가격은 약 100달러 정도다.


■전기배선 시설

전기배선 시설을 점검하는 것도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기배선 시설을 간단히 전기 패널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패널상의 각 스위치가 집안 어느 곳의 전기를 차단하는지를 확인한다. 각 스위치가 차단하는 장소를 스위치 옆에 적어놓으면 위급 상황 발생 때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적정 전압을 초과하는 ‘차단기’(circuit breaker) 사용도 화재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적절한 차단기가 설치되면 과전류 발생 때 전류를 끊지 못해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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