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맨틱한 일이 생길것 같은 곳

2011-03-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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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물의 도시’
시애틀

요즘 날씨가 그야말로 변덕스럽다. 화창하게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잔뜩 인상을 쓴 검은 구름들이 몰려들면 변덕을 부리면서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마는 것이다. 마치 가을에서 봄이 지날 때까지 날이 맑더라도 우산을 꼭 챙겨야만 하는 시애틀의 날씨를 보는 것 같다.


미국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우편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시애틀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서북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수족관과 선물가게, 페리 선착장 등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워터프론트.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을 연상하면 오히려 비가 내리는 시애틀은 로맨틱하기만 하다. 스타벅스 1호점이 자리 잡은 시애틀의 주민들은 왠지 보슬비가 내리면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비오는 날씨를 즐길 것만 같은 느낌이다. LA에서는 비행기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시애틀은 한번쯤 꼭 방문해 볼 매력적인 도시다. 아름다운 물의 도시 시애틀을 소개한다.

태평양 연안 자연과 고층빌딩 아늑한 조화
‘스페이스 니들’은 미 서북부 관광명소

■ 물의 도시 시애틀

시애틀은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미 서북부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특히 여름에는 따뜻하면서 볕이 좋고, 겨울에는 온화한 날씨가 펼쳐져 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태평양을 앞에 두고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시애틀 빌딩 숲의 사진들은 미국 관광책이나 엽서 등에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시이지만 동시에 호수, 산, 바다 등의 자연관경도 만끽할 수 있으며, 삭막한 일반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시애틀을 표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물’이다. 남과 북쪽으로는 ‘퓨젯 해협’(Puget Sound)이, 동쪽으로는 ‘워싱턴 호’(Lake Washington)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곳곳에 강과 만이 있어서다. 또한 바다 가까이에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고층빌딩 사이에서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도시 한 복판에 있어도 바닷가에 있는 기분일 것이다. 때문에 ‘물의 도시’라고 불리지만, 이는 날씨의 잦은 변덕 때문에 늘 비가 내리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시애틀은 가을에서 봄이 지날 때까지는 날이 맑더라도 우산을 꼭 챙겨야 할 정도로 늘 부슬비가 내린다. 하지만 우산을 받쳐도 옷을 젖게 만드는 사나운 소나기가 아니라, 주로 가벼운 보슬비가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로맨틱하고 샌티멘탈한 분위기에 젖어볼 수 있단다. 시애틀은 또한 비가 많이 내리는 자연적 조건으로 인해 야채가 많이 재배되어 ‘The Emerald City’(초록의 도시)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바다 냄새를 맡으면서 값싼 과일과 고기, 야채, 해산물을 샤핑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봄 우기엔 ‘부슬부슬’
비에 젖고 분위기에 젖고…

■ 시애틀 센터

시애틀 시민의 자랑이자, 최대의 관광 명소인 ‘시애틀 센터’(Seattle Center)를 찾으면 제일 먼저 UFO 모양으로 높이 솟아 있는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이 눈에 들어온다. 시애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스페이스 니들은 미 서북부의 명물이다.

한국의 남산타워와 자주 비교되는 이 타워는 605피트(약 184미터) 높이로, 원반 모양을 한 부분이 전망대고 그 아래쪽 바늘 부분은 회전식 레스토랑으로 되어 있다. 스페이스 니들은 360도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다. 때문에 전망대에서는 다운타운의 고층빌딩 숲은 물론 워싱턴 대학과 레이니어 산과 캐스케이드 산맥, 올림픽 산맥까지 바라볼 수 있는데, 특히 야경이 매우 멋지다. 당연히 시애틀의 전망을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손꼽히고 있다.

스페이스 니들 옆으로는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Pacific Science Center)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과는 달리 아이맥스 극장과 천문관 등이 있고 ‘스페이스아리움’(Space-arium)에서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빛 쇼를 펼치는 등 과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시애틀 아트 뮤지엄 파빌리온’(Seattle Art Museum Pavilion)을 찾아 과거와 현대를 넘나드는 예술 작품의 세계에 빠져보자. 이 밖에 ‘센터 하우스’(Center House)에는 중국과 베트남,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과 민예품 상점이 있으며, 오페라 하우스, 항공 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UFO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모습의 스페이스 니들은 아름다운 시애틀의 도시 경치를 구경하기에 가장 좋다.

■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시애틀의 다운타운의 해안선을 따라 파이크 스트릿(Pike St.)과 버지니아 스트릿(Virgina St.) 사이에 형성된 시장으로 도시적이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만끽하기에 ‘딱’ 좋다. 이곳에는 저렴한 가격에 맛깔스러운 해산물과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과일과 고기, 야채는 물론이며 해산물 가게가 즐비하며, 액세서리 전문점이나 화랑도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재미있는 이벤트도 가득하다. 이곳의 생선 가게에서는 막 잡아온 싱싱한 생선을 손님들 앞에서 직접 다듬는 시범을 보이는데, 가게 주인이 느닷없이 미리 준비했던 생선 모양의 인형을 관람객들에게 던지면, 관광객들이 생선 인형을 피해 혼비백산하는 모습이 배꼽을 잡게 만든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는 아름다운 꽃집이 가득한데, 바다 냄새를 맡으면서 형형 색색의 꽃을 샤핑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지나다 스타벅스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을 발견하게 돼도 놀라지 말 것.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the First Starbucks Store)이기 때문이다. 테이블 없이 ‘투고’ 커피만 판매하지만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또한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스타벅스 1호점 상표가 붙어 있는 머그컵과 텀블러는 인기 여행 기념품이니 시애틀 여행을 간다면 꼭 한 번 들러 보길 권한다.


다운타운 해안선 따라 해산물과 레스토랑 즐비
유명한‘스타벅스 1호점’ 기념사진 관광객 북새통
’파이오니어 스퀘어’에선 시애틀의 옛모습 엿봐


■ 워터 프론트

다운타운에서 서쪽으로 엘리어트만((Elliott Bay)에 인접해 형성된 해안거리를 워터프론트(Water-front)라 부른다. 이곳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과 수족관, 선물 가게와 페리 선착장 등으로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워터프론트의 피어에는 샌프란시스코와 마찬가지로 번호가 붙어 있는데 특히 피어 48-70 피어 구간이 볼만하다. 피어 59에는 퓨젯 해협에서 서식하는 150여종의 해양생물을 구경할 수 있는 시애틀 수족관(The Seattle Aquarium)과 360도의 해중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언더워터 돔 등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워터프론트의 또 다른 명물은 ‘이 올드 큐리오시티 샵’(Ye Old Curiosity Shop)으로 피어 54에 있다. 이 올드 큐리오시티 샵은 박물관 같은 이미지가 더욱 강한데, 벌레로 만든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등 조금 엽기적이라 어린 자녀들과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전시용품으로는 효수된 사람의 머리, 머리가 두개인 양, 식인 상어의 턱 뼈, 뱀가죽, 1895년에 발견된 미라 등 끔찍한 용품들이 보존돼 있다. 피어 52는 교통수단은 물론 관광지로 더욱 각광받고 있는 ‘워싱턴 스테이트 페리’(Washington State Ferry)가 출항하는 부두로 사용되고 있다.

■ 파이오니어 스퀘어

시애틀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파이오니어 스퀘어’(Pioneer Square)는 42층의 하얀 건물인 ‘스미스 타워’(Smith Tower)를 중심으로 펼쳐진 일대를 가리킨다.

이곳에는 아직도 19세기 후반의 건물들이 남아 있는데, 현재도 사무실 혹은 화랑이나 골동품 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이오니어 스퀘어에서는 시애틀의 역사를 실제로 맛볼 수 있는 ‘언더그라운드 투어’(Underground Tour)를 즐길 수 있다. 옛날 시애틀의 도로는 너무 낮아서 만조 때에 하수가 역류하면서 도로가 침수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이후 다운타운의 모든 도로를 3미터 가량 올려서 만들면서 대부분의 건물이 2층부터 시작하게 되어 1층이 지하가 되어버린 것.

언더그라운드 투어는 이 지하도를 통해 다니면서 시애틀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1890년대 살롱이었다가 재건된 독 매이나드 퍼블릭 하우스(Doc Maynard’s Public House)에서 시작해 파이오니어 스퀘어를 지나 약 3블락을 도보한 뒤 언더그라운드 투어 기프트 샵인 ‘로그스 갤러리’(Rogues Gallery)에서 마친다.


시애틀에는 세계 최대의 비행기 제조사인 보잉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닷컴의 본사도 위치한다.

■ 시애틀 이모저모

▲특이한 교통수단

시애틀에는 1962년 세계 박람회 때 만들어졌다는 모노레일(Monorail)과 워터프론트 스트릿 카(Street Car), 워싱턴 스테이트 페리(Washington State Ferry) 등 남가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교통수단이 가득하다.

전체 길이가 1.2마일인 모노레일은 다운타운의 시애틀 센터와 웨스트 레익 센터(West Lake Center)를 약 2분 만에 연결해 주는 전철과 비슷한 교통수단으로, 15분 간격으로 운행하며 차량의 측면이 모두 유리창으로 돼 있어 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스트릿 카는 시애틀의 워터프론트를 따라 달리는 노면 전차로, 피어 70부터 한국 식당은 물론 중국, 일본 식당이 자리 잡은 인터내셔널 디스트릭(International District)까지 ‘땡 땡’ 종소리를 울리면서 달린다.

시애틀 다운타운의 주요 명소는 스트릿 카로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시애틀의 엘리엇 만과 캐나다의 빅토리아 아일랜드 등 20개소를 연결하고 있는 워싱턴 스테이트 페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역사 깊고 아름다운 섬들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인 동시에 아름다운 시애틀 바닷가를 구경하기 안성맞춤인 관광코스인데 배 안에서 식사를 사먹을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시애틀의 산업

“시애틀에 가면 인구의 절반이 ‘보잉’(Boeing)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 Soft), 혹은 ‘아마존 닷컴’(Amazon.com) 종사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애틀에는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서점의 서막을 연 아마존 닷컴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1880년대 초 백인들이 시애틀에 정착이 시작한 당시에는 목재 집산지였으나 해상무역이 발달한 뒤, 금의 수출항이 되면서 상업의 중심지로서 번성해 왔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조선업이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항공기 제조와 조선의 대형공장이 계속 건설되면서 주소재인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생산도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지금의 공업도시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 대륙에 들어가는 관문의 하나로서 북 서부지역의 터미널 도시로 불리고 있다. 한국이 첫 번째 수혜 국가였던 국제 구호기구 ‘월드비전’(World Vision)의 본사도 시애틀 인근 ‘페어웨이’(Fairway)에 위치한다.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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