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앙의 끝은 어디일까

2011-03-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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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지난 3월11일 일본 북부 도호쿠 지방에 일본 역사상 가장 강한 진도 9.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에 더해 20m가 넘는 쓰나미가 덮쳐 지진으로 폐허가 된 곳을 다시 해일이 밀려와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그렇게 폐허가 된 곳을 뉴스를 통해 보고 있자니 그곳에 남겨진 주민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일합병을 비롯하여 항상 침략자로만 여겨져서 싫었던 일본이고, 언제나 사사건건 우리와 대립되기 일쑤였으며 여러 면에서 경쟁관계에 있어 못마땅하던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애처롭고 불쌍하게 느껴진 것은 생전 처음이라고 밝히고 싶다.

몇 년 전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참사, 지난해 2월의 강도 8.8의 칠레의 강진 등과 같은 큰 재앙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이다.

그래서 주위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여러 단체를 통해 성금을 모으기도 하고 각 종교 단체를 통해 기도회로 모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본은 얼마 전까지 만해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고 준법정신이 강하고 재난 중에도 질서를 잘 지키는 등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재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지진이 일어난 후 진원지에서 150km가 떨어진 후쿠시마의 원자력발전소의 연쇄 폭발이 더욱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폭발로 인해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우리 모두의 간절한 희망대로 잘 수습이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제는 그때 유출된 방사능물질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해안에까지 도달되었다고 하니 그 위력이 어떠한지 짐작이 가며 새삼 두렵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고 있는 편서풍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한국으로 방사능 물질이 날아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 뿐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서쪽에 위치한 중국의 동쪽 중남부 해안가에 몰려 있는 중국 원자력발전소들이다.

고온의 폐연료봉의 폭발을 막기 위해 대량의 냉각수가 필요하고 이런 이유들로 원자력발전소는 대개 해안가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중국의 원전사고 가능성을 걱정하는데 중국에도 13기의 원전이 있다. 황사 피해와 마찬가지로 중국 동해안에 위치한 13기의 원전 중 8군데의 원전이 파괴될 경우 편서풍 때문에 한국으로 바로 방사능이 날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원전 시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모두 2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자랑스러운 과학의 나라이기도 하고 또 세계에서 가장 원전의 밀도가 높은 나라이다. 가끔 삼척이나 부산 인근의 주민들이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는데 부산 동래지역에 초대형 원전단지 조성 등, 아직도 많은 원전시설이 새롭게 설치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진대에 속해 있지 않아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나 일본도 이번 지진이전에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장치에 대해 어떠한 사고에도 대비할 수 있다고 과신하고 있었다고 하며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지진 때문이 아닌 사람의 실수로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원자력발전소가 계속 건설되는 이유는 고갈되어가는 천연 자원인 석탄이나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 대량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로 인한 온실개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으며 연료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양을 비축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효율 좋은 대체 에너지가 빨리 개발되어야 하겠다. 원자력발전소는 첨단 과학의 꽃이라 할 수 있고 인류의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시설이기는 하나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한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한 일이다. 원자력발전소의 희망과 절망, 또 다른 양면성인 것 같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도중에 부고 소식을 받았다. 다름 아니라 유나이티드 에스크로에서 이십여년 동안 에스크로 오피서로서, 그리고 그 회사의 한 지점을 맡아 일해 오던 단 양(Don Yang)씨의 돌연한 사망소식이다. 필자가 부동산업에 종사해 오던 이십여년 동안 같이 동거동락 했으며 업무상으로도 아주 밀접한 사이였기에 갑작스런 그의 죽음이 큰 충격과 슬픔을 주고 있다.

이 글이 활자화 될 때 쯤에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리라 믿지만 그를 아끼고 좋아하는 더 많은 분들께 알리고 싶어 이 글의 말미에 몇자 적어 넣는다.

‘에스크로 업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란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는 그를 생각하며 “단 양씨! 당신은 너무 고지식해서 탈입니다”라고 했던 내 말이 그에게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마음이 너무 무겁다.

에스크로 업무란 것이 정확해야 하고 편법을 멀리해야 하며 공정해야 하는데, 그 바른길과 정도만 고집하는 그에게 고지식 운운했던 필자가 이 칼럼을 통해 정식으로 머리 숙여 공개 사과하고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남겨진 가족들께 진심으로 조의를 표하고 싶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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