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영받지 못하는 86번

2011-03-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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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프 애나 김의 Inside Kitchen

키친 용어(kitchen lingo) 혹은 다이너(diner lingo)는 주방에서 셰프, 쿡, 서버들 간에 사용되는 말로 같은 영어권이라도 나라, 지역, 주방의 특성 브랜드에 따라 다르고 특히 미국의 경우 70, 80년대 활발히 캐주얼 다이너에서 유행하여 그 당시 음식문화나 주방생활을 반영해주어 흥미 있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키친 링고는 요리책이나 요리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실제 주방 안에서 겪는 독특한 언어이다 보니 시작 무렵 주방장의 지시와 동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당황스러운 젊은 요리학교 졸업생의 초보(newbie)에 비하면 현재 사오십대 이상의 미국인이라면 주방 경험이 없어도 선데이 브렉퍼스트 오더쯤은 유창하게 몇 마디쯤은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슬랭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그 독특한 음성이나 위트로 생소한 주방단어를 쉽고 빠르게 기억할 수 있는 장점과 같은 단어를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바쁜시간(slam-out) 동안에는 간단히 줄여진 단어로 빠르게 전달되는 장점과 간간히 곁들여져 유머로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역할도 한다.


요리기구를 사람처럼 이름을 붙이는가 하면 항상 부르는 메뉴 이름이나 손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상황을 주방 식구들만 알아듣게 바꾸는 암호도 많다.

그러나 유럽의 정통 레스토랑이나 표준어를 사용하는 규모가 큰 공항, 크루즈 갤리(galley) 등에서는 워낙 많은 직원이 함께 일하는 규모인지라 표준어에 기준을 두고 있어 인디펜던트 레스토랑이나 패밀리 다이닝만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역시 그들만의 독특한 주방언어를 사용함에 분명하다.

특히 86’’d 란 말은 주방에서 흔히 쓰는 말로 주로 재료가 떨어져(예를 들어 로스트비프가 떨어져 더 이상 없음) 그 요리를 더 이상 서브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손님이 주문하기 전에 주방 팀(BOH)과 다이닝 팀(FOH) 사이에 전달되는 슬랭이다.

여러 가지 유래가 있지만 그 중 한 일화로 미국의 경제 공황기(Great Depression) 당시 수프 배급이 당시 한번에 85명만 제한해서 주었기 때문에 86이란 번호는 당연히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유래도 있고, 손님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기재된 뉴욕의 리커 주법 86번 코드(Article 86 of the New York State Liquor Code)에서 유래하여 식당이나 바 손님에게 적용될 경우는 결코 환영 받지 못하는 서비스 거부대상이나 쫓겨나가는 불명예의 뜻도 적용된다.

다음 번 칼럼에서는 간략히 주로 미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문과정이나, 주방장의 티켓 읽기(call ticket) 용어, 상황(chef command) 및 조리방법 등에 사용되는 단어들, 각 조리 기구에 붙여진 별명, 스테이션 요리사의 직위에 따라 달리 부르는 명칭 및 일요일 아침 주문에 흔히 사용되는 달걀요리 메뉴 등을 몇 가지만 간단히 소개해 보도록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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