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싱싱한 재료와 정성 ‘30년 맛의 비결’

2011-03-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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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궁

이제는 LA의 랜드마크가 되어 버몬 길 그 자리를 언제나 지키고 있는 중식당 ‘용궁’의 나이가 30살을 넘었다. 왕덕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다. 우리 생활과 너무나 친숙한 ‘중국음식’이기에 할 말도 많았고, ‘그 동안 너무 모르고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어 재미있었다. 그간 궁금했던 것을 모두 물어봤다.

짬뽕국물에는 국자로 MSG를 퍼 넣는다는데? 자장 소스에 들어가는 채소는 버릴 것을 모아 쓴다던데? 튀김용 기름과 고기는 질이 낮은 것을 쓰지는 않는지? 무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질문들에 왕 대표는 하나하나 짚어가면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을 설명해 주었다.

자장맛 유지하려 최상품 황두 갈아 사용
각종 면은 물론 꽃빵·만두도 직접 만들어


“무분별한 MSG 사용은 오히려 맛을 버립니다. 한 국자씩 퍼 넣는다는 건 정말 중국요리 한번 안 해본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 같아요”

“자장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이 훨씬 비싼 황두를 갈아 소스를 만드는 정성을 들이는데, 채소의 퀄리티를 떨어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요”

“튀긴 요리의 생명은 기름이기에 최상급의 옥수수 유만을 고집하지요, 튀김이라는 요리법 또한 본 재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므로 재료 선택에는 결코 소홀할 수 없습니다”


부드럽고 쫄깃거리는 전복 맛이 일품인 홍소 전복.


용궁은 시작부터 오늘날까지 매일 발전해왔다. 그 이유는 “힘닿는 최대한으로 재료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20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다 나은 재료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방에는 매일매일 신선한 채소들이 배달되어 오고, 새우는 크기와 맛을 모두 보장해 주는 멕시코 자연산을 사용한다. 그 밖의 수많은 해산물들과 육류도 최상급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단다. 이곳의 해물요리 전가복이 그토록 유명한 것이 다 이유가 있었다. 자장면, 짬뽕의 기본 국수는 물론 꽃빵, 만두, 완탕도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직접 만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 맛’을 낼 수 없다는 것.


한국에까지 유명한 용궁의 전가복.


‘그 맛’은 한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왕 대표, 그의 부친이 운영하던 중식당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식당에서 놀고, 잔심부름에 재미로 재료 밑손질도 하던 아이, 청년이 되어서는 매니저를 자처하여 부친을 따라 장보기, 요리, 경영까지 모든 부분을 몸소 체험했다. 그렇게 쌓은 노하우를 그대로 살려 지금의 용궁을 통해 전통을 잃지 않는 ‘화교식 중국음식’의 명맥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새로운 메뉴 개발. 신선한 던지네스 크랩을 사용한 양파소스의 ‘게요리’, 생강양파 소스의 ‘생 조개 볶음’, 생전복을 한 마리씩 그대로 요리한 ‘홍소 전복’ 등이 그것이다. 저렴한 점심메뉴로 짬짜면이 유행했었는데, 이미 10년 전부터 용궁에서 점심 특선으로 선보인 콤보 메뉴다.

한편 용궁 하면 각종 단체의 행사, 모임, 파티, 돌잔치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 많은 단체 행사를 어떻게 해내냐 물으니 시간 내 정확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주방을 시스템화였는데, 딤섬으로 유명한 차이나타운의 ‘엠프레스 파빌리온’에서도 벤치마킹 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다고 하였다.


싱싱한 생조개 볶음과 국수.


용궁에 가끔 들르는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직원들이 항상 친절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줘 늘 기분좋게 식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에 왕사장은 “친절은 기본, 찾아와주시는 고마운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다.

용궁에서는 일대일 맞춤 서비스가 가능하다. 손님의 주문에 따라 모든 요리에 설탕, 소금, MSG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음식 하면 MSG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왕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매우 적은 양이고, 원치 않으실 때 말씀해 주시면 전혀 첨가하지 않습니다” 모든 음식이 주문과 동시에 썰고, 볶고, 끓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웍에서 재료를 몇번 휘둘러 볶아내는 지까지 정확하게 지켜내는 숙달된 요리장의 기술과 강력한 화력이 만들어내는 깊은 불 맛은 미식가들을 즐겁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식당이 그 이미지를 더욱 좋게 발전시켜나가며 30년이 넘도록 명성을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가까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어 그 존재의 고마움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자장면 한 그릇 먹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주소: 966 S. Vermont Ave.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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