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들과 인간들 (Of Gods and Men)

2011-02-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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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성찰 그린 프랑스영화

신들과 인간들 (Of Gods and Men)

크리스티앙(정면 가운데)과 수사들이 수도원 잔류 문제를 놓고 투표하고 있다.

★★★½


믿음과 종교적 확신에 관한 성찰로 내용과 영상이 모두 성스러울 정도로 영적인 프랑스 영화다. 알제리 내전이 한창이던 지난 1996년 무슬림 신도들이 사는 지방의 고지대에 있는 수도원의 수사 7명이 무슬림 반군들에 의해 처형된 실화가 바탕이다.

마치 명상하듯이 그리고 수사들의 긴 만보 같이 느리고 천천히 진행돼 다소 인내가 필요하지만 신비한 분위기를 잘 살린 촬영과 얼굴 표정과 제스처 하나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믿음에 관한 생각을 일깨워주는 내용 때문에 종교인들은 물론이요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필수적인 작품이다.


박식하고 고집 세며 강한 믿음을 지닌 크리스티앙(램버트 윌슨)이 원장으로 있는 수도원의 10여명의 수사들의 늘 반복되는 일과와 이들이 동네 무슬림 주민들에게 의료봉사를 해주고 또 각종 대서도 해주면서 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수사들은 농사짓고 기도하고 성서를 읽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노래하면서 목가적인 삶을 하는데 무슬림들의 전통 행사에도 참가하면서 이들과 평화공존 한다.
그런데 내전의 위험이 수도원에까지 접근하면서 수사들은 수도원을 버리고 철수하느냐 아니면 신의 장소를 지킬 것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고집 센 크리스티앙은 군의 보호를 거절하고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

그리고 수사들은 철수문제를 놓고 투표에 들어가는데 그 결과는 잔류. 일단 남기로 결정한 수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 하던 일을 반복한다. 물론 기도는 더욱 간절하다. 헬기가 수도원 상공을 선회하고 밤에는 무슬림 반군들이 수도원을 침입하는 험악한 상황이지만 수사들은 오직 믿음 하나로 수도원을 지킨다.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이들이 무슬림 반군들에게 납치되기 전날 밤의 만찬. 라디오로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조곡 ‘백조의 호수’를 들으며 포도주를 마시는 모습이 마치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튿날 이들은 무슬림 반군들에게 납치돼 눈밭을 걸어 어디론가 옮겨진다.

그런데 크리스티앙이 강한 고집을 안 부렸다면 수사들은 피난을 갈 수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종교를 심오한 개인적 일로 간주하고 있다. 램버트를 비롯해 뤽 수사역의 베테런 마이클 론스데일 등 배우들의 섬세하고 진지한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성인용.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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