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부 융자보증 축소 시장자율 일임”

2011-02-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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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행정부 모기지 시장 개혁안 여파

장기적 패니매·프레디맥 폐쇄가 핵심
시행까지 수년 걸려 단기적 주택경기 부양

오바마 행정부의 주택 융자시장 개혁정책에 시동이 걸렸다. 지난 11일 발표된 융자시장 계획의 골자는 정부의 융자시장 개입을 줄이고 시장 자율 기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국책 모기지은행인 프레디맥이나 패니매의 융자 보증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향후 두 기관을 폐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따라서 바이어들의 융자 한도가 줄고, 이자 등 융자 비용도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하지만 이같은 법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장 주택시장이 받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택 구입 심리를 자극해 단기 주택거래 증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 여건이 앞으로 현재보다 불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굳이 수년 뒤로 미루지 말라고 충고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융자시장 개혁정책의 내용과 영향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 보증 융자 한도 축소

우선 오는 10월부터 정부가 보증하는 융자액의 한도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연방 정부가 주택시장 부양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했던 정부 보증 융자 한도 확대안이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다. 현재 별다른 연장안 추진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고 최근 발표된 오바마 행정부의 융자시장 개혁안도 연장안을 추진할 뜻이 없음을 확인했기때문에 예정대로 10월에 만료될 것으로 보인다.

융자 한도 확대안이 만료되면 바이어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융자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고가 주택도시인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의 경우 현재 바이어들은 단독 주택 구입 때 최고 72만9,750달러까지 정부 보증을 통해 융자를 대출 받을 수 있지만 10월 이후에는 이 한도액이 약 14% 감소해 62만5,500달러까지만 정부 보증이 가능하다.

가주부동산 중개인협회(CAR)에 따르면 한도액 축소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카운티의 경우 단독주택의 약 10%가 정부 보증 융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한도액이 줄어들 경우 주택 구입 융자는 물론 재융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기존 주택 소유주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저가 주택지역에 해당되는 컨포밍 융자 한도액은 올 10월 이후에도 현행대로 41만7,000달러를 유지하게 된다.

■모기지 보험 비용 상승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발표에는 모기지 보험 비용 인상안도 포함됐다. 빠르면 오는 11월부터 모기지 보험 프리미엄이 최고 현재보다 0.25%포인트 인상될 전망이다.

따라서 현행 모기지 보험 프리미엄 한도액인 0.95%가 최고 1.2%까지 오를 수 있다. 만약 인상안이 실시되면 융자액 10만달러당 연 250달러의 모기지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주택구입 비용이 발생하는 결과다. 예를 들어 30만달러짜리 주택을 30년 고정 모기지를 대출받아 구입할 경우 30년간 추가로 발생하는 모기지 보험료는 최고 2만2,500달러에 달하게 된다.

11일 이같은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모기지 보험업체의 주가가 수익률 상승 기대전망에 일제히 상승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모기지 보험업체 선두주자인 MGIC의 주가는 이날 전일보다 10% 오른 10달러9센트로 마감했고 전주 대비 무려 20%의 상승을 보였다. 경쟁업체인 래디안 그룹, PMI 그룹, 젠워스 파이낸셜사의 주가도 이날 각각 11.3%, 6.5%, 5.7% 씩 올랐다.


최소 다운페이먼트 상향·서류심사 더 깐깐

■ 융자규정 강화 전망

오바마 정부의 이번 발표에 따르면 최소 다운페이먼트 금액이 상향 조정되고 융자 대출 규정도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게다가 정부가 보증을 서는 주택 융자 대출 때 부과되는 비용도 일제히 인상될 계획이어서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부담이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까지 미니멈 3.5~5%의 다운페이먼트로 정부가 보증을 서는 융자를 받을 수 있지만 향후 미니멈 다운페미언트 규정이 10%까지 오를 수 있다.

현재 프레디맥 측은 ‘미니멈 10% 다운페이먼트’안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오는 4월 초에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융자업계는 조만간 ‘낮은 다운페이먼트’ 시대가 끝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융자 발급 비용도 인상될 전망이다. 프레딕맥의 경우 3월 초, 패니매의 경우 4월 초부터 융자 발급 비용을 0.25~0.5%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여름 이후부터는 렌더가 부과하는 융자 발급 비용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모기지 시장 분석업체인 HAS 어소시어츠의 키스 검빙어 부사장은 “올 중순 이후 소비자 금융보호국이 각 렌더들에게 모기지 대출자에 대한 서류 검토를 현재보다 더욱 철저히 실시할 것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라며 “이같은 정부 요구를 실시하는 데 따르는 렌더의 추가 비용은 대출자에게 부과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부 발표의 골자인 프레딕맥, 패니매 역할 축소가 이뤄질 경우 그에 따른 폐해는 모기지 대출자들이 고스란히 떠 안게 된다. 정부가 보증하는 융자 규모가 그만큼 축소되기 때문에 모기지 시장을 떠나는 렌더가 늘게 되고 남아 있는 렌더들은 ‘정부 무보증’이라는 위험 부담을 대출자에게 비용으로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모기지 대출 규정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금융시장 분석기관인 코어로직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모기지 대출자의 평균 크레딧 점수는 767점으로 6개월 전보다 6점 상승한 것을 나타났다.


■초저금리 시대 종결

모기지 이자율이 결국 5%를 넘어섰다. 2월 둘째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의 전국 평균은 5.05%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약 0.2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주간 대비로도 꽤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같은 기간 15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의 전국 평균 역시 4.29%로 전주보다 약 0.2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한편 뱅크레이트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프레디맥이나 패니매 등 연방 국책모기지 은행이 보증을 서지 않는 모기지 이자율의 경우 5.25%로 상승폭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융자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 11월 바닥을 확인한 모기지 이자율이 이미 상승세로 접어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회복 신호의 영향을 받아 모기지 이자율은 연말 5.5%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세는 단기간 내에 주택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주택 거래가 활발해지는 봄철을 앞두고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가 더 크다. 이자율이 오르더라도 주택 가격 하락세로 인해 주택 구입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재융자를 계획하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장기적 주택시장 건전성 회복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모기지 시장 개혁안 발표는 주택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택 구입 관련 각종 비용 상승으로 주택 구입 수요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건전성을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 SMR 리서치의 스투 펠드스타인 대표는 “모기지 시장 개혁과 관련된 이번 정부 발표의 숨은 뜻은 미자격 대출자에 대한 모기지 대출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갖춘 대출자에게만 주택이 매매되도록 유도해 주택시장 침체에따른 주택 차압률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준최 객원기자>





지난 11일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 모기지 시장에서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역할 축소를 골자로하는 주택 금융시스템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 금융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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