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떠 다니는 리조트’ 실속있게 즐긴다

2011-0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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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평식의 여행이야기

■ 크루즈여행

‘휴양’이란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여행이 있다. 객실을 나서면 고급 레스토랑들과 브랜드샵이 즐비하고 말끔히 턱시도를 차려 입은 연주자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며, 브로드웨이급 공연장과 도서관, 카지노, 결혼식용 채플, 피트니스 센터를 지나 위로 오르면 드넓은 바다의 시원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여행, 그 풍경을 눈앞에 두고 선상에서 즐길 수 있는 칵테일 바, 스파와 자쿠지, 라이브 공연장, 미니 골프장, 수영장 등. 크루즈 여행은 휴양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


만년설·빙하·청정바다 알래스카 관광
희귀동물 구경·에스키모 문화체험도


■크루즈 여행 크루즈 여행은 호화 유람선으로 이동하면서 고급 부대시설과 선상 프로그램을 즐기고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관광 상품이다. 비슷한 비용의 비행기나 자동차 여행에 비해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내심 관심은 있지만 짐짓 거리를 두는 경우를 종종 본다.

‘크루즈 여행은 비싸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일단 크루즈 여행의 내막을 살펴보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19세기 말 선보인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나 여생을 즐기려는 노년층의 전유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형태, 비교적 저렴한 크루즈 여행 상품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상품 가격 외에는 팁을 제외하고는 추가비용이 없다. 호텔급 식사, 간식과 특별 정찬이 포함되어 있고 기항지에서의 교통, 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파티, 공연, 강습 등도 무료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레포츠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All Inclusive’여행이다. 이 모든 것을 즐길 자유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함께 가진 여유야 말로 크루즈 여행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이다. 크루즈 회사는 크루즈 요금만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고 샤핑, 카지노, 기항지 옵션관광 등 수익 모델이 여럿이기에 기본비용은 점차 내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크루즈는 떠다니는 리조트이다. 먹고 즐기고 자고 있는 사이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기에 이동에 투자할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일반 여행에서 교통, 호텔, 식사비용 등이 별도로 발생하는 것을 따진다면, 크루즈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실속 여행이다. 실속은 기본, 여유까지 넘치기에 크루즈 여행은 기대 그 이상의 휴양여행일 수밖에 없다.

크루즈 여행을 선택할 때는 항상 계절을 먼저 고려하자. 알래스카는 5~9월, 지중해 4~12월, 북유럽 5~8월, 중동 1~4월, 남태평양 11월~이듬해 4월, 남미는 12월~이듬해 3월까지가 최적기이다.

■알래스카 크루즈 하늘과 땅과 바다의 끝이 만나는 지구의 마지막 자산 알래스카는 비행기나 자동차로 연결하기 어려운 지역을 여행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최고의 크루즈 여행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크루즈의 주요 기항지인 주노, 싯카, 아이시스트레이트 포인트 등은 크루즈만이 접근이 가능하다.

알래스카는 미국 50개 주 중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유일한 주 알래스카, 호수가 300만개나 되고 화산이 29개나 있다. 관광지 중의 관광지로 꼽히는 이곳의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빙하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보통 알래스카는 일년 내내 눈과 얼음에 뒤덮인 겨울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짧지만 꽃이 피는 봄이 있고 단풍 드는 가을이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7월과 8월이다. 평균기온이 화씨 60도 전후로 일조시간이 길어 낮과 밤이 없는 백야현상이 이어진다. 이때는 산에는 수목이 우거지고 초원에는 가지각색의 들꽃이 만발하며 빙하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만년설에 덮인 산은 햇살에 반짝이고 부서져 내린 거대한 빙하조각은 굉음을 일으키며 바다로 빨려 든다.

알래스카는 알류트어인 알리에스카(Alyeska)에서 유래했는데 ‘거대한 땅’을 의미한다.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때 묻지 않은 거대한 자연을 만끽하려면 네 가지를 꼭 해야 한다.

■빙하구경

알래스카의 빙하는 산에서 시작해 육지와 호수를 거쳐 바다에 이르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새를 형성한다. 이 중 멘덴홀 빙하(Mendenhall Glacier)는 가장 인기가 많다. 빙하 전체를 하늘에서 조망할 수 있는 헬기 투어와 멘덴홀 빙하 주변을 걸으며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다면 행운이다. 에머럴드 빛 빙하와 구름이 이루는 환상적인 전경은 잊히지 않을 감흥을 준다.

바로 눈앞에서 빙하가 떨어지는 절경을 감상을 위해 찾는 허바드 빙하(Hubbard Glacier)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의 백미이다. 보통 빙하가 하루에 1야드를 움직이지만 허바드 빙하는 60야드 가까이 이동하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빙산을 쪼개내게 된다. 바다로 곤두박질치는 이 얼음덩이는 10층 건물 크기에 이르고 빙산이 쪼개질 때 나는 굉음은 대자연의 위대함에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설산 조망

알래스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려면 경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관광하는 게 좋다. 크루즈에는 주요 기항지에서 즐길 수 있는 선택 관광상품이 마련돼 있다. 물론 개별 여행도 가능하지만 크루즈 재탑승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만일 크루즈를 놓치게 되면 다음 기항지까지 개별적으로 이동해야 하고 비용도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미국 최대 국립공원인 랭글-세인트 엘리어스 국립공원은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경비행기를 타고 남동 알래스카 지방의 좁은 협만인 인사이드 패시지(Inside Passage)를 따라 비행하다 보면 울창한 산림, 섬, 빙하,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 산악인 마을인 탈키트나에서 시작되는 경비행기는 만년설 빙벽으로 이뤄진 북미 최고봉 매킨리산(2만734피트)을 눈으로 정복할 수 있게 해준다.

■야생동물 관찰

빙하에서 쪼개져 나온 얼음덩이에 바다코끼리 떼가 휴식을 취하고, 대머리 독수리 수백마리는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무스는 교통체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산양은 가파른 절벽 길을 쉼 없이 뛰어다닌다.

기항지 옵션을 이용해 경비행기로 야생동물을 멀찍이 바라보거나 야생동물 보호지역이나 국립공원 등지를 방문해 자동차로 이동하며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수족관, 동물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좀 더 긴밀한 관찰을 원한다면 가볼 만하다.

■알래스카 원주민 문화 체험

알래스카 인구의 약 15%가 에스키모 등 알래스카 원주민이다. 이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알래스카 크루즈의 또 다른 묘미이다. 앵커리지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알래스카 원주민 유물센터,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배로우(Barrow)의 이뉴피앗 유물센터, ‘독수리의 펼친 날개’란 의미의 지명을 가진 케치칸(Ketchikan)의 토템 유물센터 등을 찾으면 된다. 개썰매 타기는 원주민 문화 체험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미도 얻게 해준다.
(213)388-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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