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캐닉 (The Mechanic)

2011-01-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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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미캐닉 (The Mechanic)

슈베르트를 즐기는 과묵한 킬러 제이슨 스태이텀.

★★★ (5개 만점)

액션팬들 위한 유혈폭력 긴장·속도감 넘쳐

1972년 찰스 브론슨
액션스릴러 리메이크
복수·섹스로 ‘양념’


1972년 찰스 브론슨이 주연한 청부살인자의 액션 스릴러를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태이텀을 사용해 만든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리메이크다. 온갖 무기와 육체를 동원한 폭력과 피와 살육 그리고 폭파와 파괴와 차량 질주와 충돌 등 액션영화의 상투적인 것들을 있는 대로 모두 구사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데 이런 영화의 필수품인 섹스도 양념으로 처졌다.

철저한 액션 팬들을 위한 영화이니만큼 플롯은 매우 허약하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킬러가 목표물을 제거하는 내용인데 전편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복수라는 개념이 서브플롯으로 포함된 것. 시간 보내기엔 적당한 B무비로 스태이텀과 그의 수제자로 나오는 벤 포스터의 호흡 잘 맞는 콤비네이션이 보기 좋다.

처음부터 킬러 아서 비숍(스태이텀)이 콜롬비아의 마약 밀매단 두목을 그의 저택의 풀에서 수중 살해하는 서스펜스와 박력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의 늪지대에서 혼자 살고 있는 과묵한 아서는 LP로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를 즐기는 킬러. 아서의 유일한 친구는 자기를 키워준 킬러 사부 해리(도널드 서덜랜드).

그런데 해리가 살해되면서 아서는 자기를 킬러로 키워 달라는 해리의 아들 스티브(포스터)를 마지못해 받아들인 뒤 그에게 킬러 훈련을 시킨다. 스티브가 처음으로 혼자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아서는 일단 스티브가 보는 앞에서 무기밀매상을 교살한다.

그런데 아서와 스티브가 죽이는 목표물들이 하나 같이 죽어 싼 자들이어서 두 킬러가 마치 정의한처럼 묘사되고 있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대낮 도시에서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총격과 살인이 자행되는 데도 경찰은 낮잠을 자고 있는지 도무지 나타나질 않는 점.

아서의 고용주 딘(토니 골드윈)으로부터 지목된 다음 살해 목표물은 거구의 또 다른 청부 살인자. 스티브가 처음으로 킬러로서 이 자를 처리하는 액션 신이 화끈하다.


아서와 스티브는 치밀한 사전계획과 기계와도 같은 정확성으로 목표물들을 제거하는데 시내 고층 빌딩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교교주 살해 장면 역시 긴장감과 박력과 속도감 있는 액션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체의 수가 계속해 늘어나는데 처음에 숫자를 세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대충 수십 명이 황천으로 간다. 해리의 살해 책임자를 일찍부터 알고 있던 아서가 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무기를 챙기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대낮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액션 신이 끝나고 영화는 낮은 후주부식의 작지만 기찬 또 하나의 클라이맥스로 마감된다(이 장면은 1972년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답습했다).

과묵한 살인무기 노릇이 단골인 스태이텀이 역을 무난히 잘 소화해 내고 연기 잘 하는 포스터도 쓴맛 나는 인상을 쓰면서 알찬 연기를 한다. 마치 속편이 나올 듯이 끝난다. 사이몬 웨스트 감독.
R. CBS Film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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