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숏세일 만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2011-01-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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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집 페이먼트를 할 수 없어 차압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융자재조정 프로그램(HAMP)의 성과가 미미하다. 융자재조정을 받은 홈오너들이 전국 평균 35%정도이니, 주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 한인들이 융자조정에 성공한 예는 훨씬 적은 숫자일 것이다.

그런데다 융자재조정에 성공했어도 조정된 페이먼트를 일년 이상 잘 내고 있는 주택소유주들이 3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융자 재조정을 통해 월 페이먼트가 어느 정도 줄어 들었어도 나머지 70%는 결국 집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소매경기의 부진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소득감소로 인한 결과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난 2010년에 290만명의 주택소유주들이 은행에서 차압절차가 시작되었다는 통고(Notice of Default)를 받았고 백만채의 주택이 차압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지난 몇 년간 미루어졌던 차압이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아직도 심각하게 페이먼트가 밀린 주택들이 500만채 이상인 걸 감안할 때 올 한해는 특별히 많은 홈오너들이 차압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지난 하반기에 차압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송 때문에, 차압을 일시 중단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비롯한 대형은행들이 차압절차가 시작된 것을 알리는 N.O.D.통고를 본격적으로 내어 보내고 있다. 그래서 금년엔 작년보다 더 많은 집이 차압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모게지를 못 갚아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분들께, 나는 차압이나 뱅크럽시보다는 숏세일을 하도록 권한다. 숏세일보다 몇 달 더 페이먼트를 안하고 그 집에 살 수 있으니,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하거나, 파산선고하라고 권하는 어떤 분의 칼럼을 보고 어처구니 없어했던 기억이 있다.

주택이 차압이 되면 주택소유주의 크레딧이 크게 망가지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보통 융자가 두 개 이상일 때 채무자인 주택소유주에게 2차 융자의 빚을 갚아야하는 의무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융자재조정이 실패한 경우에 2010년부터 실시된 HAFA(Home Affordable Foreclosure Alternate) 프로그램에 의해 채무자인 주택소유주에게 숏세일이나, 소유권을 은행에 자진 반납하는 ‘Deed-in-lieu of foreclosure’를 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숏세일로 방향을 잡아 마지막으로 HAFA승인을 받게 되면 주택소유주인 숏세일 셀러들은 쉽지는 않으나 삼천불의 이사비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숏세일을 하더라도 당연히 크레딧에 손상이 온다. 그러나 숏세일이 끝난 후에 크레딧 관리를 잘하면 2년 후에는 다시 집을 살 수 있게 된다는 페니메의 가이드라인이 있다. 차압이 된 경우엔 보통 6년 이상 융자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숏세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살고 있는 집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으며 혹시 렌트를 주고 있는 집을 숏세일하는 경우에도 렌트를 받을 수 있으나 숏세일을 하고 있는 중에 새로 계약을 하는 것은 금하고 있다.

은행 쪽에서 볼 때 차압은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하는데도 문제가 많아 가장 불리한 선택이 되므로 채무자인 주택소유주가 숏세일을 하는 것에 협조적이다. 그렇다고 숏세일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은 것이 은행에서 일단 승인을 했어도 여러 곳에 오퍼를 넣고 기다리던 바이어가 다른 매물을 사서 없어져버려, 숏세일 기간이 자꾸 연장되거나 2차이상의 융자액수가 너무 많아 협상이 어려울 때 등 여러 가지의 문제가 겹쳐 숏세일에 성공하지 못하고 차압으로 연결되어 안타까운 경우도 꽤 많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은행 쪽에서 담당자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 숏세일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예를 들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지난해 실무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6개월간 600명에서 2,000명으로 증원시켰다고 하니 대부분이 실무에 어두운 초보자들의 실수나 업무과중으로 숏세일이 실패로 끝나는 것이다.


거기에 숏세일을 권장하기위해 2010년부터 새로 시작된 HAFA의 과정이 생소하고 복잡하여 은행과 셀러 측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으니 숏세일 리스팅 에이전트는 HAFA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이다. 요즘 은행과 일을 하다 보면 은행 측 협상자(negotiator)도 경험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실정이다.

어려운 중에도 숏세일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바이어를 찾아 끝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잘 이해시켜야하고, 특별히 은행과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수밖에 없다. 물론 요즘은 숏세일이 부동산거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많은 에이전트들이 숏세일 전문에이전트라고 광고를 내는데, 경험이 없거나, 능력부족, 시간부족 등으로 은행과의 협상에서 외부 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부회사의 프로세서 한 두명이 여러 에이전트를 통해 들어 온 수 많은 케이스를 과연 얼마나 제때에 정확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나마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인증된 자격을 가진 전문에이전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 숏세일을 성공시키는 방법이다. 차압을 피하기 위해 숏세일을 하는 것이지, 아는 사람, 친척,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숏세일을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숏세일만큼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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