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해를 보내며

2010-12-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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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벌써 이 해도 다 지나고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도 역시 멕시코만 기름 유출사건이나 보수적 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Tea Party)의 부상 등 새로운 흐름이나 사건, 사고가 많은 한해였다.

그리고 지난 2009년에 이어 정부가 주택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양대 국책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에 더 많은 공적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모기지론을 해줬던 많은 은행들이 도산하고, 어려움에 쳐한 주택소유주들을 위하여 재무부의 주택관련 구제금융정책인 모기지 대출조정 프로그램(HAMP)에 따라 많은 대출자들이 융자 재조정을 신청했으나 이의 성과도 미미해서 예상보다 차압이 훨씬 많아지는 등 실질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없이 국가의 재정적자만 심각하게 늘어나는 부정적인 결과가 생겼을 뿐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는 언제나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있으므로 빠른 부동산 경기의 회복이 실업률 감소를 비롯한 모든 경기회복의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그래서 금년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경기를 예상해 본다.


올해도 역시 숏세일과 은행에 차압된 REO 매물의 거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숏세일의 경우엔 은행의 승인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길고 오퍼를 낸 가격에 승인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어 망설이는 바이어가 많고, 셀러 쪽에서는 그런 이유들 때문에 여러 곳에 오퍼를 넣고 기다리고 있는 바이어들에 대한 확신이 없어 매매가 순조롭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은행차압 매물의 경우에는 가격만 맞으면 바로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경쟁이 많아 현금 매입이 가능한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나 20~ 30%의 다운페이먼트를 가지고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역시 구입이 쉽지 않은 매물이었다. 그럼에도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센추리21 BEE 부동산을 통하여 거래된 주택들의 80~90%가 숏세일이나 REO 그리고 코리아타운을 중심으로 지어진 새 콘도들이었다.

새 콘도의 매매가 많았던 이유는 쾌적한 생활환경과 함께, 역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하여 빌더(builder)들이 제공하는 많은 혜택도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부동산 거래전체에도 해당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아직도 서브 프라임사태 이후에 몹시 까다로워진 융자조건 때문에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뿐 아니라, 많이 떨어진 가격에다 어느 때보다도 낮아진 이자율로 인해 예비 바이어도 많았으나 실제 거래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이상의 가격하락은 없을 것으로 확실하게 예상된다. 실제로 한인들의 중심 거주지인 로스앤젤레스 일부와 오렌지카운티의 주택가격은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매달 발표되는 CAR(가주 부동산협회)의 주택 판매량과 중간가격을 비교해 보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이지만 가격이 상승된 지역도 있고, 어떤 지역은 소폭 하락된 통계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후반기부터 가격 하락이 시작된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던 주택가격이 대략 1년 전부터는 하락세가 멈추고 있으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주택 대란 이후에는 상업용 부동산의 대란이 올 것이라는 염려와는 달리 현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이미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아직도 샤핑센터의 경우 전반적인 불경기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매출감소를 겪다보니 임대료를 감당 못하는 상황에 몰려 폐업이 많아졌고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회복될 것 같지 않으나 사무실이나 산업용의 창고 건물 등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고 특별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공실률이 낮아지며 적은 폭이긴 하나 렌트도 조금씩 올라가는 지역도 있다.

한편 우리 동포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사업체 거래의 경우에는 다른 어떤 거래보다도 융자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었다. 이유는 경기부진으로 인해 은행 대출에 대한 페이먼트가 어려워지자 대부분 사업체 융자를 맡아왔던 한국계 은행들이 융자를 중단하는 바람에 사업체 거래가 거의 중단되었었다.


그래도 2010년은 은행융자가 조금은 용이해졌고, SBA론도 활성화되어 2009년보다는 사업체를 매매하려는 셀러와 바이어들의 숨통이 조금 트였었던 것 같다. 물론 은행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므로 언제까지나 사업체 대출에 몸을 사리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앞으로는 융자에 지금보다는 적극적일 것이며 따라서 내년에는 사업체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물론 소매경기도 금년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 기대된다.

지금 불경기로 어렵지만 추위에 떨어본 사람일수록 태양의 따뜻함을 알고 인생의 괴로움을 겪어본 사람일수록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도 끝이 있을 것이고 비온 뒤의 하늘이 더욱 깨끗한 것처럼 힘든 일이 지난 뒤의 우리 삶도 더욱 희망찰 것이다.
지난주 유래 없이 많은 비가 내렸었다.

이 비가 2010년 1년간 우리를 힘들게 했던 모든 어려움들을 씻어가 버리고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기쁘고 좋은 일이 많은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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